'도플갱어.
이제 너만 남았다.
넌 재수 존나 없는거야.
나한테 걸렸으니까...'
학교에 처음 들어왔을때는
너무도 겁에 질려 제대로 걷지도
못했던 광훈이는 어느새 변해 있었다.
어둠 속에 오래 있었던 탓에
눈은 어둠에 익숙해졌고,
귀는 차가운 빗소리에 적응되었다.
발걸음은 가벼웠으며 더이상
괴물이나 귀신에 대한 공포감은 없었다.
이제 이 여세를 몰아 도플갱어만 없애 버리면
광훈이의 모든 일은 끝나는 것이다
'아, 사탕박스'
아직 광훈이는 선경이의 자리 위에
사탕박스를 올려두지 않았다.
하지만 이 저주가 언제 풀릴지는 모르지만
학교내부의 모든 구조는 바뀌어 있었고,
광훈이도 눈감고도 찾아갈수있을 교무실을
찾지 못하고 헤매고 있는 것이다.
틀림없이 3학년 8반 교실이 있어야 할 자리에
2학년 18반이라는 교실이 있었고,
지금 교무실이 있어야 할 자리에 과학실이 떡하니
자리를 잡고 앉아 있으니 광훈이로서는
점점 더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벌써 몇번째 이 과학실앞에 왔는지 모른다
틀림없이 다른곳으로 가고 있는데도
광훈이의 발걸음은 계속해서
과학실 앞을 맴돌고 있는 것이다.
미궁.
미궁이었다.
학교이지만, 학교라는 이름의 미궁이었다.
가도 가도 길을 찾을수 없었고,
중앙현관으로 나가기 위해
계단을 내려와도 과학실.
또 내려가도 과학실이 나왔다.
광훈이는 점점 지쳐가기 시작했고,
그자리에 털썩 주저앉아 버렸다.
' 으하..하하하하 .. 하하하 ...'
어디선가 자신의 목소리가
은은하게 들려오기 시작했다.
도플갱어는 어딘가에서 자신을 지켜보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와! 나와보라고! 한번 해봐 그래 썅"
'나와, 나와보라고, 한번 해봐 그래 썅..'
"이 더러운자식 장난 그만치고 빨리 이리 나와"
'이 더러운자식 장난 그만치고 빨리 이리 나와 으하하하 하하하 ...'
도플갱어는 분명 어딘가에 있다.
학교 밖으로 나가지는 않았을 것이다.
광훈이는 어딘가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의 주인을
찾아야만 했고, 다시 일어섰다.
그리고는 천천히 앞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 교무실
보인다
..
글자를 피로 쓴 듯 검붉은 색이었고,
밑으로 약간씩 흘러내려가 있었다.
철컥.
교무실 문을 힘차게 열었으나 열리지 않았다.
교무실 문은 알수없는 자물쇠로 잠겨있었고,
잠깐 제자리에 서서 생각하던 광훈이에게
도플갱어가 떨어뜨리고간 열쇠를 떠올렸다.
찰칵.
문은 시원스러운 소리와 함께 열렸고,
광훈이는 다시 몸이 약간 떨림을 느끼며
교무실 안으로 살짝 몸을 집어넣었다.
교무실 끝. 자신의 모습이 보였다.
광훈이는 선생님 책상 위에 보이는
커다란 가위를 집어들었다.
이제는 정말 끝내야 했고
저쪽에서도 더이상의 자비는 없을 것이었다.
광훈이는 교무실 끝에 우뚝 서있는
도플갱어를 향해 한발한발 성큼성큼 내딛었다.
마치 거울을 보는듯 저끝의 나도 이리로
다가오고 있었다.
곧 그들은 2미터 정도의 거리에서 마주섰고,
..휙.. 찌익.. !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도플갱어의 공격이 시작되었고,
그가 날린 칼에 의해 광훈이의 왼쪽 팔에
약간의 상처와 함께 피가 나기 시작했다.
'크하하하 ... 하하하 ...'
광훈이는 재빨리 달려가 가위를 움켜쥔채
도플갱어의 배를 향해 있는 힘껏 찔렀다.
도플갱어는 재빠른 솜씨로 피하며 주먹으로
광훈이의 머리를 내리쳤다.
광훈이는 계속해서 가위로 공격을 퍼부었지만
절대 도플갱어에게 상처를 낼수 없었고,
만족스럽게 웃으며 광훈이의 등을 다시한번
팔꿈치로 내리찍었다.
광훈이는 있는힘을 다해 오른쪽에있는
실물화상기를 날렸다.
하지만 어떠한 공격을 해도 도플갱어는
모두 피하며 날카롭고 차가운 웃음을 지을 뿐이었다
"넌 그실력으로 나를 이기지 못해.."
다시한번 도플갱어의 날카로운 공격이 시작되었고,
그의 재빠른 발차기에 광훈이는 쇠몽둥이에
맞은듯이 비틀거렸다
으윽 .. 하는 소리와 함께 광훈이가 쓰러졌고 ...
푹 .. ! .. 푹...
서로의 몸에 날카로운 구멍을 낸 체,
둘은 쓰러졌다.
2시간 정도가 흘렀을까 ...
눈을 떴다.
주위는 아직 어두웠다
가슴에 진통이 엄청나게 느껴졌지만,
아직 상대는 쓰러져서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빨리 일어나 들쳐업고 교무실문밖을 나섰다.
학교의 구조는 원래대로 돌아가 있었고,
자신이 빠져나온곳은 음악실이었다.
3학년 8반 앞에 도착해 뒷문에 쏟아진
사탕박스를 주워서 새로 정리한 후
선경이의 자리위에 두었다.
그리고는 만족스럽게 웃은 뒤
다시 들쳐업고 수위실을 향해
한발한발 내딛었다.
무거워서, 그리고 고된 결투때문에 지쳐
그의 발걸음은 상당히 무거웠다.
하지만 곧 수위실에 도착하였고,
어렵지 않게 삽을 찾아냈다.
그리고는 아무도 모르게 뒷산에 올라가
땅을 파기 시작했다.
땅을 1미터 가량 팠을 무렵 ..
으으음 .. 하는 신음소리가 들렸다.
아직 죽지 않았다 ...
어려운 결정을 내린 후,
삽을 수직으로 치켜들고
고개를 오른쪽으로 돌렸다.
...
간단히 일을 끝낸 후
피로 샤워한듯한 몸을 이끌고 산을 내려왔다.
삽은 그곳에 함께 묻어버렸고,
발로 흙을 모두 덮어버렸으니
아무도 알수 없을 것이다 ..
피곤한 몸을 이끌고 집에 돌아와 보니
시간은 새벽 1시 3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집에 돌아가자마자 피비린내가 나는
옷을 모두 세탁기에 넣어버리고
샤워를 하기 시작했다.
거울의 비친 그의 눈은 금방이라도
피가 쏟아질듯한 새빨간 색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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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러쪽으로 하려는데 액션이 되어 버렸다고 하네요.
나름대로 재미있어서 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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