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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panic_85453
    작성자 : 늰자
    추천 : 39
    조회수 : 4643
    IP : 218.51.***.198
    댓글 : 10개
    등록시간 : 2016/01/04 01:26:36
    http://todayhumor.com/?panic_85453 모바일
    제가 찔렀어요.
    옵션
    • 창작글
    (네? 찔렀다고요?)

    네, 찔렀다구요.

    (아니, 갑자기 그게 무슨..)

    그니까 그렇게 보채지 마시고, 처음부터 천천히 설명할 테니까 들어주세요.

    우선 동기부터 말할게요.

    하아..

    대학교 1학년 때였어요.
    새내기라서 아무것도 몰라 허둥지둥하고 있을 때
    제게 먼저 상냥하게 말을 걸어주신 선배님.

    가만히 서 있는 거만으로도 따뜻한 분위기를 내시고
    웃는 얼굴은 사람의 마음마저 녹이는듯한, 그런 아름다우신 분이셨어요.

    같은 여자였지만, 처음으로 사랑을 느꼈어요.

    여중 여고를 나와서 그런걸지도 모르지만 그때만큼은.. 저도 진정한 사랑이란 걸 해봤다고 장담해요.

    다행히 선배도, 저를 좋아해주셨나봐요. 진짜 대학생때가.. 제일 행복했어요.

    (아니, 그게 사건이랑 관련 있는 겁니까?)

    말 끊지 말고 들어봐요.

    연애 4년차였어요. 갑자기 선배가 말씀하시더라구요.

    '나 사실, 회사동료한테 내가 레즈비언인거 고백했다?'

    솔직히 충격이였어요.
    왜 비밀로 하다가 갑자기 상의도 없이 밝힌건지.
    그 일로 조금 싸우게 되고.. 잠깐 연락을 끊은동안

    선배가 자살했다더라고요. 

    저는 제가 선배를 무시해서 선배가 홧김에 자살한건가 생각했어요.
    그런데 아니더라구요.

    회사 동료가 선배가 레즈비언이라는걸 아웃팅하고 다녔다고 하네요.
    비밀이라고 했는데, 뻔뻔하게도. 충격을 받은 선배는 회사도 사직하고 그대로 자살하셨다고 해요.
    저한테 그런일이 있었다고 상담이라도 해주셨더라면 달라졌을지도 모르죠..

    후..

    전 뻔뻔한 그 여자가 누구인지 알고 싶었어요.
    철저하게 조사했죠. 

    (그러니까 그 여자가.. 저희가 찾는 실종자입니까?)

    네. 맞아요. 심부름센터? 
    그런곳에 돈주고 대충 맡기곤, 저는 선배의 어머니나 친구들한테 하나하나 캐묻고 다녔어요.

    그 여자 이름이나, 다니는 회사. 취미나 스케쥴까지.
    그나마 제일 눈에 띄는 스케쥴은 퇴근하고 회사 근처 헬스장을 다니더라구요.
    저도 접근을 위해 같이 다닐려고 일부로 작은집으로 이사까지 했어요.

    몸관리가 어떻다, 어제 먹었던 빙수가 어떻다, 회사 실적이 어떻다, 남자친구와 연애가 어떻다, 돈관리가 어떻다, 요즘 스토커가 생긴거 같다 등..
    평범한 잡담을 하면서 조금씩 진도를 뺐어요.
    친해지는건 어려웠지만, 결국엔 성공해서 그여자 집안에까지 들어가는것도 성공했어요.

    그렇다고 서두르진 않았어요. 서로 시간만 맞으면 놀러가서
    집의 구조나, 방음수준 정도. 경찰서까지는 얼마나 걸리는지, 내집까지는 얼마나 걸리는지.
    알리바이는 어디에서 성립하는게 좋을지, 이 근방에 시체를 숨기려면 어느곳이 좋을지까지. 
    전부 다 계산하고서 기회를 엿봤어요.

    그렇게 실행을 결정한 날.

    그 여자 집에 가니까 하는말이, 
    "어, 왔니? 조금전에 피자 시켰어! 슬슬 올 시간이겠다! 티비보면서 기다려~ 잠깐 음료수 좀 사고 올게!"

    아, 이럴 순없는데. 그 여자 남자친구가 잠깐 지방으로 연수 떠난 타이밍을 잡아서 살해계획을 짠건데. 
    다음기회가 언제 올줄 알고, 내 몇년간 준비한 복수를 그런 배달부가 가만히 망치게 둘 수는 없잖아요? 

    그래서 다짜고짜 칼로 찔렀어요. 
    복수할때 하고싶어서 준비했던 말도 안하고, 피가 어디에 어떻게 묻든 신경안쓰고, 혹여 누가 그 여자 비명을 듣더라도 상관없다.
    지금 죽이지 않으면 안됀다. 그렇게 생각해서 그냥 찔렀어요.

    그 다음에 그여자 휴대폰 기록을 뒤지려 했는데 패턴이 있었어요.

    그때가 제일 심장 뛰었네요. 비밀번호로 되있었는데
    결국 남자친구 생일 입력하니까 풀리더라구요. 
    그래서 피자집에 전화해서 "죄송한데, 피자 주문한거 취소할게요. 죄송해요, 그쪽 계좌 문자로 알려주시면 나중에 입금해드릴게요. 네, 배달은 오지마세요. 네 수고하세요." 전화도 끝내고 잠깐 한숨 돌릴려던 참이였어요.

    그 뒤에서부터가 경찰분들이 듣고싶은 부분일꺼에요.
    시체가 어디로 갔는지.

    근데 사실은 저도 잘 몰라요.

    (당신이 찌르셨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렇긴하죠.
    그런데 조금도 안지나서, 피자배달부가 배달왔다고 문을 두들겼어요.
    방금 막 취소했는데, 벌써 도착했던건가?

    그래서 배달부한텐 미안했지만 그 남자도 같이 죽이려했어요. 아무리 그래도 잡히기 싫은게 본성이죠.
    근데 문을 열자마자, 그 남자한테 어떤 둔기로 머리를 가격당했어요.
    뭘로 맞았는지 까지는 잘 모르겠어요.

    그 남자는 바닥에 쓰러진 저는 무시하고 그 여자 쪽으로 뛰어가더라구요.

    효진씨, 괜찮아요? 괜찮아요?
    아직 살아있는거맞죠?
    금방 치료해줄게요.
    이젠 그런 남자 버리고 위험한곳을 떠나서 우리 단둘이서 살아요. 알겠죠?

    그 남자가 하는 말을 듣곤 바로 이해했어요.

    '아, 저 남자가 몇년동안 쫒아다녔다는 그 스토커구나.'

    그 뒤로는 정신을 잃었어요.
    제 시점에서는 그 뒤로가 실종이네요.


    혹시 모르죠, 그녀가 살아있을지.

    사실 찔렀다곤 해도 복부로 깊게 한번. 이였기 떄문에 목숨은 붙어있을지도 몰라요.
    뭐 살아있다면 제발 제눈에 안띄고, 그 남자랑 행복하게 살다 죽길 바랄 뿐입니다.

    제 얘기는 여기까지고요, 제 변호사한테도 토씨하나 안바꾸고 그대로 설명할테니.. 근데 밖이 왜이렇게 소란스러운거죠?

    (김혜진의 집에 있는 숨겨진 다락방에서 한효진의 시체를 발견했다고 합니다!)


    아,
    벌써 시체를 찾았어요?
    처벌 수위 낮출 수 있을거 같아서 급조해봤는데.



     

    늰자의 꼬릿말입니다
    하루에 두개는 쓰려했는데 아르바이트 급료를 더준다길래..

    창작픽션소설픽션창작

    짧게 쓰고 싶었는데 쓰다보니 길어졌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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