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이슈가 되길래 제 생각을 써 봅니다.
낙태에 대한 정책은 크게 두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1. 정해진 기간 동안만 낙태를 허용
2. 정해진 이유가 있을 때만 낙태를 허용

대부분의 유럽과 북미가 1번의 정책을 시행하고 있고, 우리나라는 2번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종교에 대한 믿음이 강한 남미, 중동 아프리카에서는 낙태가 아예 허용 되지 않는 곳도 있습니다.

저는 1번 정책을 시행하는 것이 자유민주주의 국가 원칙에 더 부합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일단 명확히 할 것은 원치 않는 혹은 계획하지 않은 임신은 발생하지 않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하지만 사고의 가능성은 언제나 있으니까 사후에 어떤 선택이 가능한가를 두고 이 논쟁의 실익이 있는 거겠지요.

정해진 기간동안 어보션을 허락하는 국가들의 경우 보통 10~12주, 길면 16주까지 어보션이 가능합니다.
8주까지는 배아라 부르고 9주부터 태아라 부르기 때문에, 낙태라는 용어가 사실 부정확한 것 같습니다.
미국에서 이 기간을 정한 기준은 12주까지는 뱃속의 배아 또는 태아가 자궁 밖에서 살아남을 가능성이 없기 때문에
배아 혹은 태아의 생명권보다 산모의 자기결정권이 우선한다고 판단하기 때문입니다. 그 이후에는 태아의 생명권이 우선이지요.

결국 이 논쟁의 핵심은 전에 어떤분이 댓글 다신 것도 봤지만 배아/태아의 생명권과 산모의 자기 결정권 두 권리중 어떤 것을 우선 하는 가입니다.
그리고 그 핵심중에서도 핵심은 배아/태아가 언제 생명권을 가지는가입니다.

어보션을 반대하는 많은 분들이 난자와 정자가 만나 수정체를 이루는 그 순간 생명이고, 생명권이 생긴다는 믿음을 갖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믿음은 사실 매우 종교적인 믿음입니다. 저는 우리나라에서도 이 믿음이 많은 사람들에게 퍼져 있고 강력하게 뿌리박혀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 근거중 하나는 우리의 나이 세기 방식에 있습니다. 우리는 뱃속에 있던 10달의 기간을 나이로 세지 않습니까. 그래서 태어나자마자 1살이지요.
 
그러나 제 생각에 이 믿음은 마치.. 예가 적절한지 잘 모르겠지만, '애를 가르치려면 매를 들어야 한다' 이 믿음과 비슷한 것 같습니다.
그 어떤 심리학자, 행동연구자, 과학 리서처도 이런 말을 한 적이 없고, 이걸 뒷받침할 실험, 통계 자료를 내놓은 적이 없습니다.

결국 궁극적으로는 배아/태아가 언제 생명권을 가지는가는 생물학자들이 정해줘야할 문제입니다. 그러나 아직 학계에서도 다양한 의견이 있고
논쟁이 많은 영역이라 그 궁극적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정책적 기준이 필요하죠. 그걸 미국은 12주로 한거고, 스웨덴이(정확한지 모르겠어요..)10주로 정한 겁니다.

무신론자로서 저는 생명권을 가지는 기준을 의식이 있는 생명으로 잡습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많은 생명을 매일매일 죽이고 살지 않습니까.
모기도 죽이고 파리도 죽이고 지나가는 개미도 밟아죽이고. 그러나 거기에 저는 아무 생각이 없습니다.
그러나 만약에 지나가는 개미가 의식이 있는 생명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면 저는 아무 생각없이 개미를 밟고 지나갈 수가 없을 겁니다.
배아의 줄기세포가 특성화 되고 두뇌 활동이 처음으로 잡히는 때가 9주 정도라고 합니다. 그래서 저는 이 9주가 저의 생명권의 기준입니다.

미국 대법원 판사(O'connor, Kennedy and Souter)의 말을 빌리자면: "자유의 핵심은 존재,우주 그리고 인간 삶에 대한 미스터리를 자기 자신이 정의할 수 있는 것이다."

저는 존재, 우주, 인간의 삶이 무엇인가 제가 정의 할 수 있는 자유가 있습니다. 교회에서 정해준 것 말고, 다른 사람들이 정해준 것 말고.
합리적인 사고를 할 수 있는 유기체로서 저에게 접근 가능한 정보를 얻어서, 저는 제 스스로 위의 것들을 정할 수 있는 자유가 있습니다

종교적 믿음이 있으신 분은 자기 자신이 정의한 생명권 기준에 따라 원치 않는 임신이 발생했을 때 어보션이 아닌 다른 선택을 하시면 됩니다.
저처럼 다른 기준을 가지신 분은 그 기준에 맞는 선택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어보션을 정책으로 허용 하지 않는 국가에서 개인은 선택지의 옵션을 하나 강제로 뺏겨 버리게 됩니다. 그건 개인이 존재, 우주, 인간의 삶에 대한 정의를 할수 있는 자유를 박탈하는 것입니다.

이런 이유로 저는 기간을 정해 어보션을 허용하는 것이 자유민주주의 원칙에 더 맞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