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제목 그대로인지라 어디서 봤을법한 내용일 수도 있어.
사실 이 게시판 처음이라 실화 반응도 잘 모르고 분위기도 잘 모르는데, 이거저거 눈팅하다가 올리고자 마음을 먹음 (사실 웃대 가서 복붙하려 했는데 꽤 오래 전 글이라 도저히 찾을 수가 없ㅋ엉ㅋ)
일단 글 쓰기전에 글쓴이의 사소한 걱정은..
맨날 이 x같은 기억을 되살려 이야기를 할 때마다 x같은 일이 생겨서ㅠㅠ 엄청 큰 일은 아니고.. 물론 우연이겠지만;
참고로 이 이야기를 구두로든 글로든 마지막으로 했던 것도 군생활하면서 웃대에 올렸을 때야.
상병 때부터 야간당직 교대 숫자가 안 나와서 말년들이 야간당직 말번 타고 후야 탔었고, 내가 말년에 야당 말번 타면서 당직 컴퓨터 뚜드리면서 글을 썼었는데 이 글 써놓고 한동안 멍때리고 있다가 초번근무자 소대장 기상 후에 깨워서 x될 뻔한 기억이;;
잡솔이 길었는데 일단 본론으로 들어가 볼께.
내 기억엔 그 때가 추석이였던 거 같아.
아버지 고향이 진도였고, 내가 어렸던 그 당시에 명절에 서울에서 진도까지 갈려면 초죽음이였지.. 서해안 고속도로 이런 거 없었다.
고생고생해서 도착하고 그 날 밤 지나가고 새벽에 아버지가 저수지로 낚시를 다녀 오셨는데, 어망에 정말 가득히도 잡아 오셨더라고. 나랑 친척형은 신기하기도 하고 신이 나 아침 일찍부터 깨서 좋다고 구경하고. 참 어릴 땐 잠도 없었지..
아버지는 이걸로 아침엔 매운탕이나 끓여 먹자고 하셨는데, 아버지가 물고기 손질하는 거 유심히 보던 큰아버지가,
" 그 물고기는 풀어줘라. " 이러시는 거야.
원체 포스 넘치시는 이미지였어서 나한텐 꽤 무게감 있게 들려왔었던 거 같아. 각시붕어라고 죽이면 별로 안 좋다고 그냥 살려주라고 하시는 거야, 뭐 아버지는 에이 그런게 어딨냐고 그냥 쓱싹하셨지..
-각시붕어-
인터넷 검색해보니 따로 전설 같은 건 없네, 그냥 우리 나라 토종 물고기 중 가장 화려한 물고기.
그리고, 바로 그 날 정오 쯤 됐을까? 할머니께서 큰아버지랑 아버지랑 감나무 밭에 가서 더덕 좀 캐오라고 하셨었어.
당시 고만고만한 시골에서 우리 친가는 그나마 좀 "사는" 집이였고 비탈길의 가장 위쪽에 위치하고 있었어.
-잇몸으로 그린 약도인데,
오르막 아래쪽엔 집집집집집 하다가 마을 입구 엄청 긴 길의 좌우로는 죄다 논, 밭 친가집이랑 대밭 쪽 뒤에는 모두 다 산.-
앞으로 이야기 전개는 이 약도를 보며 나름 상상하면서 봐주길 바람.
굳이 새벽 낚시 이야기부터 꺼내는 이유는 돌아보면 이 날 일진이 참 사나웠던 거 같아서야.. 그래 정말 사나웠지 젠장.
큰아버지, 아버지, 나, 친척형 이렇게 감나무밭에 더덕을 캐러 갔는데, (감나무 밭에는 나무 아래 더덕 심어놓은 곳도 있고, 표고버섯 재배용 통나무 쌓아두는 곳도 있었어. 감만 따는 게 아님 ㅎㅎ)
한참 집중하던 중에 큰아버지가 아버지 이름을 크게 부르면서 xx아 뱀!!! 이러시는 거야.
아버지는 깜짝 놀라시더니 주변을 살피셨고 나를 밀어내시고는 내가 서 있던 곳 주변을 삽으로 내리 찍기 시작하셨어.
나는 깜짝 놀라서 그냥 멍하니 서 있다가 모든 게 잠잠해진 뒤에 거기 있는 걸 구경했지.. 난 원래 동물을 좋아하고, 내가 뱀띠인지라 뱀에 대한 알 수 없는 경외심? 동경? 같은 게 있어서 좋아 했었거든.
음.. 목이 잘렸는데 꿈틀 꿈틀대더라구.. 사실 아버지가 못 보 게 하셨는데 내가 기어코 본 거긴 한데.. 경외심을 가졌던 동물이 두동강 나서 꿈틀대고 있는 모습은 솔직히 조금 쇼크였어.. 어린탓도 있었고. 내가 멍때리고 서 있으니 아버지께서 이게 까치독사라고 하시는 거야.
까치독사. 좀 생소하지?
까치살모사 : 크기 60~80cm
우리 나라에서 가장 큰 독사로, 시골에서는 ‘칠점사’라고도 부른다.
움직임이 빠르고 성질이 사나운편이며, 몸에서 기름 냄새가 짙게 난다.
신경독이 있으며, 우리 나라 살모사 무리 가운데 독이 가장 센 것으로 알려졌다.
9~10월에 짝짓기 하며, 이듬해 8월에 새끼를 낳는다. 눈썹줄이 없다. -네이버-
바로 요놈인데.. 음 보통 우리나라에선 까치독사라는 정식 이름보다 "칠점사" 물리면 일곱 걸음안에 죽는다. 라고 초 과대포장되어 있는, 여튼 우리 나라에선 가장 맹독을 가지고 있는 뱀이야.
그렇게 한바탕 폭풍이 지나가고 더덕을 캐서 들어왔는데 아버지는 내가 뱀을 좋아하 는걸 싫어하긴 하셨지만 또 내가 조금 신경이 쓰이셨는지 오늘 밤에 쥐불놀이를 하러 가게 같이 유황을 캐러 가자고 하시더라구, 난 또 신났지. 교과서에서만 보고 실제론 한 번도 안 해봤던 거거든. 쥐불놀이.
유황 캐러 나가서 할아버지가 쓰시는 납탄공기총도 하늘에 쏴보고 그렇게 친척형이랑 신나게 놀다가 들어왔어.
그리고 정각 30분 정도 전 쯤에 쥐불놀이를 하러 출발했지.. 당연히 집들이 없는 곳으로 갔고..
장소는 감나무밭을 지나서 저수지 쪽과 주변의 논밭이 한 눈에 보이는 언덕 같은 고지대.
가로등이라고는 집부터 저기까지 딸랑 1개에 불과했지만 어머니, 아버지, 동생, 큰아버지, 큰어머니, 친척형, 친척동생 등등 원체 사람이 많이 가니 무섭단 생각은 들지도 않았고 오히려 신이 났었지.
그리고 또 한 가지,
어렸을 때부터 운동이면 운동, 공부면 공부 모두 동갑내기 친척형이 더 잘했던지라 마지막에 쥐불놀이를 던질 때는 기필고 내가 더 멀리 던지리라 하는 쓸데없는 승부욕까지..;
한참 신나게 돌리다가 이제 그만 가자고 하시길래 친척형이 먼저 던지고 내가 던졌는데 내가 훨씬 멀리 날렸고, 난 좋아라 하고 있었지.
근데 주변이 모두 논밭인지라 오줌 싸서 끄고 오라고 하시더라구, 완전 기분도 업된지라 겁 하나 없이 달려가서 쉬야를 하는데 다쌌니~? 빨리 쫓아와~ 하면서 먼저들 가시는 거야 ㅡㅡ 물론 평소라면 그 어두운 데서 바지도 안 올리고 쫓아갔겠지만 난 의기양양한 상태였고 슬리퍼를 질질 끌면서 설렁설렁 쫓아가기 시작했어.
그리고
감나무 밭과 대나무 밭 사이를 지나가고 있을 때,
아 언제나 이 부분을 이야기할 때면 진짜 온몸에 소름이 쫙 돋는데..
오른쪽에서 싸~~한 바람? 기운? 이 온몸을 휘감고 지나가는 거야..
아무 생각없이 대나무밭 쪽을 쳐다봤지.
꼬마애가 천진난만하게 대나무숲에서 뛰어오더라구..
그 동작이 워낙 컸던지라, 얼굴부터 본 게 아니라 다리부터 아래부터 위로 올라가면서 본 것 같아. 마치 망원경으로 부분 부분 땡겨보듯이.
아직까지 기억이 나는데, 머리는 어깨로 넘겨 다시 앞으로 곱게 내린 댕기머리에,
노랑, 빨강, 파랑, 초록..?흰..? 색 갈이 화려한 꼬까옷을 입고,
우리가 어렸을 때 기분 좋아서 신나서 뛰어갈 때면.. 마치.. 음.. 군대 재식훈 련중 걸음 바꿔 가 를 신나고 경쾌하게 하면서 뛰는 그 동작..? 이해가 되려나..?
한쪽 발을 들 때 한쪽 발을 끌고, 또 발을 바꿔서 반복하는.. 손은 그 동작과 자연스럽게 살짝 떠 있었고..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마지막으로 본 것. 얼굴.
정말 하~얀 얼굴. 이외에 뭐라구 설명할 길이 없네.. 그냥......... 하얗기만 했거든......... 아무것도 없이..........
큼직 큼직한 대나무밭이 아닌.. 촘촘한 대나무초리.. 같은 그 대나무밭을 어디 하나 부딪히지 않고, 까맣디 까만 그곳에서 유일하게 하얀 그것.....
귀신 봤다는 사람들이 왜 얼어붙은 것처럼 꼼짝도 못했다고 하는지 알아?
난 알아.
설명해 줄 수도 있어.
사람은 어떤 상황에서도 "호기심" 이 모든 감정을 억누르기 때문이라고 생각해, 아니 어쩌면 본능적인 공포에 대해서는 그 공포라는 본능이 호기심을 누를 수도 있겠지.
가정을 해보자구, 전방 30m 앞에 엄청 큰 멧돼지가 나타났어. 티비에서도 많이 보고 뉴스에서도 많이 봤던 생명체고, 즉 육안으로 보았을 때 뇌에서 아 저건 맷돼지다 ㅌㅌ!! 라는 판단을 내리는데는 시간이 얼마 소요되지 않을 거야.
자 그럼 상황을 바꿔서 사람 다리에 말 대가리에 원숭이 손에 등에는 날개를 단 어디서도 본적 없는 생명체가 30m 앞에 나타났어.
어떤 상황이 발생할까? 보자마자 도망갈까..? 아니면 저게 뭘까? 라는 호기심이 앞설까..?
난 그래서 그렇게 얼어붙어서 쳐다보고 있었던 거 같아.
저게 뭐지?? 하고 자세하게 뚫어져라 쳐다보는 거지, 공포를 느끼기 전까지 호기심이 지배한 거야.
그리고 한참 후에 분석을 마치지.
" 위험하다. "
나 진짜 미친 듯이 뛰었어.
진도라 개들도 많고 또 우리네는 특히나 개를 많이 키웠었는데 난 평소에도 굉장히 무서워했거든.
물론 친가쪽 개들은 날 물거나 하진 않았는데 내가 뛰어가면 막 쫓아오고 그런 게 무서워서 큰소리도 안 냈었는데
정말 미친 듯이 뛰었어.
원체 가파른 내리막길이라 넘어지고 일어나고 바로 넘어지고 기어가듯 다시 뛰고,
뒤에서 가족이 부르는데 내가 그냥 뛰어가는 걸로 보이는지 상황파악이 안 됐는지 끝까지 누구도 날 말리려고 뛰어오진 않았던 거 같아.
개들도 그냥 지나쳐서 대청마루 위로 뛰어 올라가다가 정말 온 집안이 쿵! 하고 울릴 정도로 무릎을 부딪혔는데 할머니 할아버지 두 분 모두 깜짝 놀라서 날 안고 들어가셨었어.
좀 있다 도착한 어른들이 꾸중 들은 건 말 할 것도 없지, 드문드문 기억나는 건 애가 이렇게 넋이 나가서 뛰어들어오는데 니들은 왜 걸어오냐고 호통치셨던 거? 왜그러냐고 계속 물었던 거.. 난 귀신봤다고 했고.. 그냥 어른들끼리 기네 아니네, 할머니는 어머니한테 동치미 좀 떠오라고 하셨고, 조금 후에 원래 잘 안 짖던 개들이 미친 듯이 짖어댔던 거? 그리고 잠이 들었던 거 같아.
그리고 그 날 밤에 잠자면서 20번은 깬 거 같아.
계속 죽는 꿈을 꿨거든. 꿈은 잘 기억이 안 나는데, 몇 가지 강한 꿈은 기억이 나.
하나는 내가 아버지랑 아버지 친구 집에 놀러갔다가 갈색병에 종이가 붙어 있고 해골표시가 돼있는 걸 보고 아빠 이게 뭐야? 응, 마시면 죽는 거야. 라는 대화. 그리고 난 그걸 그 자리에서 마셨지. 그리고 헉헉대면서 잠에서 깼고..
두 번째는.. 그냥.. 내가 파리였나 봐-_- 소 엉덩이에 붙었는데 그냥 갑자기 퍽 하고 깜깜해지면서 또 헉헉대면서 잠에서 깨고;
그래도 아픈 기억은 빨리 잊혀진다고 어느덧 내가 이십대가 됐을 땐 그게 그저 한여름밤의 꿈처럼 느껴지더라.
사실 별로 기억하고 싶지도 않았고 그저 꿈이였는데 내가 너무 생생한 꿈을 꿔서 잊지를 못하나 보다 하고 있었지.
아니면 그렇게 믿고 있었거나.
근대 이 기억들 하나하나가 정말 또렷하게 기억나게 되는 일이 있었는데
내가 21살, 입대 앞두고 있었을 때였지 아마.
모처럼 자취하던 나까지 집에 있어 가족끼리 식사를 하는데, 입대가 얼마 안 남아서 그런가, 옛날 이야기 하던 중에 아머니가 물어보시더라구.
그 때 왜그랬냐고, 엄마가 동치미 국물 먹인 거 기억하냐고..
얼마나 놀랐는지, 진짜였는지 등등.
조금씩 그게 현실이였다는 걸, 점점 생생하게 기억나고 있었는데
그러시더라.
엄마가 정말 소름끼쳤던 건,
내가 완전 충격을 먹었는지 집에 갈 때 차안에서도 말이 없길래 보름달을 보고 소원을 빌면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이야기를 해주셨었고, 내가 몇 주 전부터 미니카를 사달라고 조르고 있었던 때라 그거 사달라고 빌었다고 하면 사줄려고 하셨다더라구.
근데 거기서 내가 한 말이 진짜 소름끼쳤었대.
누구한테 이야기를 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조용히 혼잣말로
제발..
그 아이가
서울까지
뛰어오지
않게
해주세요..
정말 논픽션이고.
그래 어쩌면 그 때 일에 대한 공포 같은 것들이 그간 내가 겪었던 상황들과 믹스돼서 조금 살이 덧대지지 않았을 거라고는 장담 못해.
그저 내 기억대로만 말한 건데.
지금 이거 쓰면서도 너무너무너무 찝찝하다.
이거 쓰자마자 사진이랑 약도 싹 지워버려야지.
긴 글 읽어줘서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