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안으로 들어선 나는 난 힘없이 팔을 뻗어 올라가는 버튼을 눌렀다.
지금 엘리베이터가 있는곳은 17층.
내가 있는 일층까지 내려오려면 한참을 기다려야 할 듯 하다.
벽에 살짝 몸을 기대고 눈을 감았다.
이런 선택을 하지 않기를 바랬지만 결국 최악의 선택을 하게 되어버린 것 같다.
작게 한숨을 쉬고는 이마에 손을 얹고 생각을 정리했다.
최악의 선택이라고 했지만 솔직히 아쉬운 마음이 들지는 않았다.
‘결국엔 이렇게 될줄 알았다’ 라고 할까?
어쩌면 처음부터 알고있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반질반질한 엘리베이터 문에 비친 내 얼굴이 그리 편안해 보이진 않는다.
당장 무덤에 들어가 누워도 이상하지 않을 몰골.
요 며칠간 너무 극심한 고민을 한 탓일 것이다.
도착한 엘리베이터를 타고 버튼을 누르려는데 앳된 소녀의 목소리가 들렸다.
“잠시만요.”
교복을 입고 열심히 뛰어오는 중학생정도 되는 소녀를 보고 난 잠시 망설였다.
하지만 이내 그냥 기다려 주기로 했다.
“감사합니다.”
허리가 90도가 될정도로 꾸벅 인사를 하는 아이의 모습을 보니 기분이 한결 나아졌다.
소녀는 8층 버튼을 누르곤 가만히 날 쳐다보고 있었다.
모른척 올라가는 엘리베이터 숫자만 바라보고 있을 때,
소녀는 갑자기 생각났다는 듯이 주머니를 뒤적여 나에게 무언가를 쓱 내밀었다.
“사탕이에요. 드세요.”
천진난만한 아이의 얼굴에 나도 모르게 피식 웃음이 새어 나왔다.
내손엔 학원 홍보 스티커가 붙은 사탕 한알이 놓여있었다.
“요앞에서 받았어요....”
소녀는 부끄러운 듯 머리를 긁적이더니 말을 이었다.
“아저씨 표정이 너무 우울해요. 단거 먹고 힘내세요.”
그리곤 다시한번 꾸벅 인사한 뒤, 8층에서 내려 집으로 들어갔다.
난 맨 위층에 도착할 때까지 가만히 사탕만 바라보고 있었다.
옥상 난간에 서서 아래를 바라보았다.
최악의 선택.
아니 어쩌면 최선의 선택인지도 몰랐다.
하지만 사탕하나에 난 고민에 빠졌다.
그냥 앞으로 몸을 던지면 모든 것이 끝난다.
여기서 뒤로 물러난다면 다시 지옥이 시작될 것이다.
확실히 결심했다고 생각했는데 아이의 미소가 결심을 흔들리게 하고있다.
천천히 손에 들고있던 사탕을 입에 넣었다.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달콤했다.
그리곤 떠오르는 그 소녀의 얼굴.
난 등을 돌려 난간에서 내려왔다.
다시금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며 소녀가 8층에서 내린 걸 기억했다.
천사같은 아이. 그런 아이들이 세상에 있는 한 난 죽을 수 없다.
내 몹쓸 취미 덕분에 죄책감도 많이 느끼고, 고쳐볼 생각도 많이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그냥 뛰어내려서 사라지는 것이 내가 내린 최악, 최선의 선택.
하지만 그 소녀는 내 생각을 마지막 순간에 바꾸어 주었다.
“이렇게 착하고 예쁜 아이들을 두고 내가 어떻게 죽겠어? 칼을 챙겨오길 잘했지..”
8층에서 내린 나는 처음과는 비교할수 없을 정도로 밝은 얼굴로,
아이가 들어간 집의 초인종을 눌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