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도 취업준비생이던 시절 있던 일입니다.
당시 저는 전농동에 있던 T모형사에 자주 출입을 하였더랬습니다. 취업 준비하며 생긴 스트레스를 서바이벌 게임으로 풀었었고, 당시 해당 회사의 사장님과 친분이 있어 제품 피드백겸 여러가지 사유로 출입을 했었습니다.
취준생이다 보니 소지한 돈이 뻔해서.. 식사비 아끼려고 맞은편의 F모 편의점(현재 C모로 바꾼)을 주로 이용 했었는데요. 여기서 생긴 일입니다.
가끔 편의점에서 마주치는 여학생이 있었습니다.
통통한 여학생이었는데, 볼 때마다 품에 한아름씩 먹을 걸 사들고 가곤 했습니다.
별일이다 싶은 게.. 그 맞은편 길건너에 큰 슈퍼가 있어서 물건도 많고 더 쌌거든요. (저야 컵라면에 삼각이 먹으러 편의점에 갔습니다만..)
하여간 갈 때마다 자주 보이니 신경을 안 쓸래야 안 쓸 수가 없더라구요.
그러다가 어느 날 카운터의 편의점 알바분과 하는 이야기를 우연히 흘려 듣게 되었습니다.
' xx야 성장기 때고 한참 배고픈 때긴 한데.. 미안한 이야긴데 과자 같은 거 너무 먹으면 안 좋아. '
' 언니 근데 이건 내가 먹는 게 아냐. '
' 응? '
' 히히 내 귀에 대고 애기 귀신이 이거 사줘 저거 사줘 하고 졸라서 사는 거야. '
' 그런 말 하는 거 아냐. 먹고 싶어 사면 사는 거지 왜 거짓말을 해? '
' 아냐 진짜 아가가 이야기 하는 거야? 히히. 이거랑 이거 랑 이거랑...... '
너무 천연덕스레 웃으면서 이야기 하는데...
아마도.. 통통한 몸에 컴플렉스는 있는 거 같고, 알바 분이랑 친분이 생긴 거 같고.. 많이 사는 게 멋쩍은지 귀신 핑계를 대나 싶었습니다.
카운터 쪽을 슬쩍 봐도.. 따로 귀기는 없었거든요.
낮에 사람 옆에 있을 정도면 엄청 강한 염이라 보이지는 않아도 느껴지긴 하는데 그 여학생한텐 아무 기색이 없는 겁니다.
저 역시도 ' 에혀 그렇다고 귀신 핑계를 대냐. ' 라고 대수롭지 않게 넘어갔습니다.
그런데.. 이 여학생이 그 다음 날부터 기행을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마치 옆에 누군가 있는 것처럼 이야기를 하는데.. ' 아가 이것도 먹고 싶은 거지? 언니가 살게. 언니가 이것도 살까 아가야? 히히히 '
장난끼 어린 표정에 마치 '내 옆에 진짜 귀신 있어서 이야기 하는 거야.'라는 모습으로 이것저것 담고 사는데.. 카운터의 알바분도 '못 말린다.'라는 표정으로 걱정스레 쳐다보는 겁니다.
이 때도.. 솔직히 이상한 건 못 느꼈어요.
그리고 그 와중에 면접보고 지방 내려갈 일이 있어서 한 달 정도? 대구/구미 지역에 있다가 입사하기로 한 업체가 이상하게 자꾸 말을 바꿔서 취소하고 서울로 올라왔습니다.
모처럼 T모형에 다시 가면서 역시 습관처럼 편의점에 들렀는데. (흠.. 생각해보니 알바분이 이뻤던 것..... 쿨럭)
그날따라.. 참 이상하게 들어가기 싫더라구요.
그래서 잠시 그 앞에서 멍때리고 여친(지금의 마눌님)과 잠시 통화를 하고 들어가려고 하는데.. 섬찟하고 오싹한 기분이 문쪽에서 나는 겁니다. 절대 돌아보면 안 될 느낌..
저도 모르게 어깨를 움츠리며.. 이미 통화 끝난 전화기를 귀에 대고 통화하는 척.. 문 반대쪽을 바라보며 서 있었습니다.
문이 열리며.. 정말 불쾌하고 오싹한 느낌이 지나가는데.. 그 때 들리는 목소리
' 히히히. 아가 먹을 거 많이 사서 기분 좋아? 히히히. '
저도 모르게 고개를 돌려 돌아 보았고... 횡단 보도 앞에 서 있는 그 여학생의 모습을 볼 수 있었으며... 그리고... 그 오른쪽에 그 여학생 얼굴에 바짝 얼굴을 들이댄.... 입이 찢어져라 오싹한 미소 짓는 여자의 얼굴을 볼 수 있었습니다.
눈이 마주칠까 두려워 최대한 태연하게 고개를 돌리고 편의점으로 들어갔고... 지친 듯한 모습으로 서 있는 그 알바분을 볼 수 있었습니다.
한동안 자주 다녔던 덕에 얼굴을 익힌 사이였는데 반가워 하며 인사를 하더군요.
너무 안쓰러워서 비타xx0을 하나 더 사서 계산을 하며 마시라고 따서 줬습니다.
' 왜 그렇게 지쳐 있으시대요? 맨날 밝게 웃던 분이? '
' 아뇨 좀.. 힘들고 신경 쓰이는 게 있어서요. 아까 걔 아시죠?.... '
원인은 예상대로 아까 그 여학생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장난식으로 누구랑 대화하듯이 이야기하고, 이 알바분은.. 그냥 걱정 반, 웃음 반으로 쳐다 봤다고 합니다.
그런데.. 며칠 전부터 이상하게 그 여학생만 오면.. 온몸이 쭈뼛 서는 듯한 소름이 돋고, 뭐랄까.. 심한 두통이 온다고 하는 겁니다.
게다가.. 더 무서운 건 누군가 쳐다보는 시선 같은 것도 느껴지고, 모른 척 해야 한다는 느낌이 들어 애써 모른 척 한다는 겁니다. 그리고.. 처음에는 두서 없이 장난식으로 누군가랑 대화하던 여학생이 정말 상대가 있는 것처럼 대화를 하기 시작했다는 거네요... 정말 귀신이 붙은 거 같아 너무 무섭고 오싹하다는 겁니다.
그 분 이야기에 따르면.. 그 여학생하고 친해지며 들은 이야기인데.. 원래 통통한 몸에 그렇게까지 컴플렉스를 느낀 건 아니었다고 합니다. 다만 한참 이것저것 식욕이 땡기고 군것질을 좋아했는데 집에서 스트레스를 적지 않게 받았다고 하네요. 게다가 건너편의 슈퍼가 부모님과 친한 바람에 거기서 물건을 이것저것 사면 부모님 귀에 들어가니 편의점으로 오게 되었다는 겁니다.
다만 친해지고 보니 언니 언니 하고 따르는 게 귀엽고, 동생 같아 군것질 너무 하는 걸 걱정하는 말을 했는데 자기 때문에 그렇게 된 건 아닌지 걱정이 된다고.. 하면서 머리가 아픈지 계속 머리를 잡고 찡그리더라구요.
핑계로 시작해서.. 일종의 자기 합리화를 위해 거기에 귀신 운운하며 갖다 붙인 여학생....
그 후로는 어떻게 되었는지는 모릅니다.
T모형을 가더라도 그 편의점을 다시는 못 들르겠더라구요.
싱거운 결말이라 죄송합니다만.. 그 때 그 여학생 옆의 女鬼모습이 너무 오싹해서 저 역시도 해꼬지 당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는 상태였으니까요.
단순히 지나가는 걸로만 두통과 오한이 날 정도의 강한 령은.. 참.. 잊지 못할 거 같네요. 근처에 있는 것만으로도 공포를 느낄 정도였으니까요.
절대로.. 핑계를 대더라도 귀신을 핑계거리로 언급하지 마세요...
실제로 그렇게 된 케이스를 보고 나니.. 더더욱 무섭네요. 절대로.. 절대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