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 '네로'
올해 8살 중년 남묘.
역시나 중성화 수술을 안한 바람에 집안 곳곳에 자기 오줌을 뿌려대는 말썽쟁이.그래서 할배와 엄청 비교당함.
첫째와 달리 너무 스프레이가 심해서 수의사에게 얘는 왜이렇게 스프레이질이 심한 걸까요? 물어봤더니 수의사 왈 "변강쇠 타입인가 보죠." 라는 대답을 들음.레알.
네마리들 사이에서 아웃사이더,왕따로 통함.진짜 사교성 제로.
6 kg.네마리들 중에서 제일 무거움.
네로는 사람육포를 굉장히 좋아함.
누군가 육포를 먹고 있으면 와서 좀 얻어먹곤 하는데 그날은 내가 육포를 먹고 있었음.
쪼르르 다가와서 달라길래 손톱크기로 잘라주려고 잠깐 기다리라고 말하며 육포 하나를 쓰윽 꺼내는 순간 녀석의 입에서 침 뚝 떨어짐.
나:.....??????????
네로:.....................???????????
어느날 저녁 아버지께서 리모컨이 없어졌다며 찾고 계셨음.
벌써 10분 넘게 찾고 있는데 없다고 다들 리모컨 쓰고 제자리에 안갖다놨다고 화가 나심.
결국 어머니랑 나랑 동생도 함께 찾는데 진짜 안나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슬슬 짜증도 나고 이런 좁은 집에서 별게다 없어진다고 냅두면 알아서 나오겠지 하며 다들 리모컨 찾기를 관둔 순간 내내 식빵자세로 우릴 관찰하던 네로가 벌떡 일어나 기지개를 펴는데 그 밑에서 리모컨 발견.
이눔자식이 리모컨을 깔고 누워있었던 거임.덕분에 약간 기분이 상해있었던 가족 전부가 웃으면서 헤프닝은 좋게 끝남.
네로는 밖에 나가는 걸 무진장 좋아함.
그날은 큰맘 먹고 어머니랑 나랑 동생이랑 네로를 밖으로 데리고 나감.
이런 일은 자주 없는지라 네로는 아주 신나서 막 킁킁 냄새 맡으며 자유를 만끽함.
그런데 그 순간 나는 장난끼가 돌았고 어머니랑 동생을 조용히 불러 네로가 눈치 못채게 집안으로 들어감.그리고 몰래 네로를 지켜봄.
우리가 사라진 줄도 모르고 룰루랄라 돌아다니던 녀석은 곧 우리가 없다는 걸 알아채고 깜짝 놀라 그 자리에서 굳은 채 당황함.
우릴 찾으려고 목을 쭉 빼고 고개를 이리저리 돌려도 안보이자 꽁지가 빠져라 집앞으로 뛰어옴.문을 열어주자 얼른 들어옴.
눈이 땡글땡글 놀란 채로 우릴 막 쳐다보는데 너무 귀여웠음.
셋째 '가토'(고자예정)
올해 2살 청년 남묘.
과거 길바닥에 힘없이 쓰러져있던 걸 어머니 지인분께서 구조, 우리집으로 오게 된 가슴 아픈 사연이 있음.당시 뼈에 가죽 밖에 없었음.
우리집에서 가장 예쁜 얼굴을 가지고 있음.만약 사람이였으면 여자 여럿 울렸을 꽃미묘.
가족들 중에서 아버지를 제일 좋아하고 따르는 아버지빠돌이.
일명 '너의 시선 끝에 바퀴벌레가 있다' 사건.
이건 내가 아니라 동생이 겪은 일화임.밤 늦게까지 안자던 동생이 어두컴컴한 구석에 앉아있는 가토를 발견, 뭐하나 싶어 불을 켰더니 바퀴벌레 한마리가 스스슥 움직이는 게 보임.가토는 어둠 속에서 바퀴벌레를 계속 바라보고 있었던 거임.
세상에서 벌레를 제일 싫어하고 무서워하는 동생이지만 일단 바퀴벌레를 본 이상 맘 편히 못자는 타입이라 잡으려고 신문지를 돌돌 말아 다가갔더니 바퀴벌레는 이미 사라진지 오래...아 이거 어떻하지 불안해하고 있는데 가토가 시선을 다른 곳으로 옮김.
혹시나 싶어 시선이 닿는 곳에 물건을 치웠더니 바퀴벌레가 두둥! 인정사정없이 신문지를 휘둘러 결국 잡음.
가토는 바퀴벌레가 처리되는 과정을 지켜보다가 유유히 자리를 떠남.
아.
이 녀석은 귀뚜라미를 산채로 물고와 앉아계신 어머니 앞에 퉤 하고 뱉은 적도 있음.
일명 '방충망 뚫어뻥' 사건.
우리집 창문 중엔 보일러 석유통이 창문 밖에 바로 붙어있는 곳이 있는데 그곳엔 가끔 길냥이가 오곤 함.
많은 길냥이들 가운데 '아치'라는 이름의(성은 양이요,이름은 아치) 보스급 길냥이가 밥 달라고 조를 때 종종 통 위로 뛰어올라오곤 하는데 그날은 가토가 창문틀에 엉덩이 깔고 앉아 밖을 구경하고 있는 중이였음.
하필 그때 아치가 찾아와선 밥 달라고 으냐앙~우는 거 아니겠음.설마 가토가 앉아있는데 뛰어올까 싶어 내버려뒀는데 그게 화근이였음.
가토가 앉아있던 말던 밥 얻어먹을 생각으로 아치는 석유통 위로 점프, 순간 창문틀에 앉아있던 가토가 캬악 하며 아치에게 달려들음.
창문엔 방충망이 설치되어 있었는데 방충망을 박치기로 뜯어버리며 아치에게 달려드는 가토를 얼른 잡아 내리고 서둘러 창문을 닫아버림.
현재까지도 우리집 방충망은 끝부분이 튿어진 채 그대로임.......
여튼 이 사건 이후 여리여리하고 마냥 여자아이 같았던 가토가 순식간에 상남자로 탈바꿈함.
참고로 아치 사진.
얼굴에 엄청난 흉터가 보여주듯이 그는 덩치도 장난 아닌 거묘임.
척 봐도 7,8 kg은 나가보이는 이 고양이에게 고작 4 kg짜리가 겁도 없이 덤빈 거임ㄷㄷㄷ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