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회사에서 같이 일하는 형의 경험담을 글로 옮긴 이야기입니다. (당사자인 형의 허락은 받았어요^^)
정확히 말하자면 회사 단합대회 끝나고 한 잔 하면서 들은 이야기 -_-;; (역시 무서운 이야기는 술자리에서 나오는 법??)
보기 불편하지 않으시다면 글의 서술 형식은 그 형이 이야기를 들려준 것 그대로 옮기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꽤 오래전 이야기인데 아직도 내 기억에 정확히는 나보다 더 당사자이실 우리 부모님께서도 바로 어제일처럼 생생히 기억난다고 하는 일이다.
그 때가 우리 80년대 초반 태생 지금 현재 늙다리 아저씨들 한창 중학교 고등학교 다닐 시절이네.
내가 중딩 때 일이네.
눈치 빠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그 때 우리나라에 뭔 일이 생겼는지 모르는 사람 없겠지?
글치 너 빠르네 그 때 IMF 왔다 아이가.
맨날 뉴스만 틀면 어디 기업 망했네 어디 구조 조정 들어가네 코스피 지수 보면 그냥 곤두박질 치고 있고 울 나라 기업이 어디에 팔렸네 저기에 팔렸네 하면서 헐값으로 팔려나가던 시기 아니냐?
그 때 울 아버지가 다니던 회사도 직격탄 제대로 맞았지.
아버지가 청춘을 다 바친 회사였는데. 설비 한 두 대 있을 때부터 시작해서 회사랑 발전을 함께 했는데, 그 회사가 몇 번을 망할 뻔했다.
비슷한 업종 중에서 고만고만한 회사들은 그 때 다 망했어. 아버지 회사 바로 옆 회사도 사장이 도망가고 거기 사원들은 밀린 급여 한 푼도 못 받아서 난리나버리고.
그때부터 우리집에서 TV를 거의 안 틀었다. IMF 전만 해도 집에 오시면 항상 TV부터 틀어서 뉴스부터 보시던 분이 우리 아버지셨는데 신문도 계속 보다가 그때부터 끊었지 그도 그럴게 TV나 신문이나 막말로 자고 일어나면 부도라는 소식밖에 없는데 안 그래도 스트레스 심하게 받으시던 상황에 얼마나 우울하셨겠냐?
그래도 우리집은 나았지 급여가 대폭 깎였어도 그나마 그거라도 받았으니 그게 어디냐?
회사 망해서 밀린 급여도 제대로 못 받은 사람이 주변에 널려있었는데.
그리고 그 해 겨울부터였지.
집에 이상한 일이 생기기 시작했다. 지금은 이사했지만 그 때 10년 넘게 살 때였는데 그 전까지는 이렇다 할 이상 한 번 문제 한 번 생기지 않은 집이였거든. 흉가거나 그런 게 아니였다.
일단 첫 번째 사건.
우리집 가족 다 죽을 뻔한 사건.
우리 가족이 아버지랑 내랑 내 여동생......뭐 소개?? 3년 전에 결혼했어 임마 지금 내 조카가 돌 막 지났다.
(이런 젠장 ㅠㅠ 이놈의 30년 솔로 인생)
어머니가 새벽에 일어나셔서 출근하시는 아버지랑 내랑 내 동생 도시락 싸시려고 일어나셨는데 이상하게 머리가 그날따라 심하게 어지러우셨다고 하시더라. 속은 뒤집힐 것만 같고.
오늘따라 몸이 왜 이런데? 하고 어떻게든 주방으로 향해서 가스불 켜려고 한 순간에,
와 그 때 내 여동생 덕분에 살았지 그 때 동생이 일어나서 소리친 거야 "엄마!! 가스 새는 거 아냐?!" 라고.
크게 소리치는 바람에 내랑 아버지랑 깜짝 놀라서 잠 다 깼지.
정신 들자마자 방에서 마루로 나오니까 집안에 가스 냄새가 진동을 하더라고. 아버지가 얼른 사태 파악하시고 집에 문이란 문은 싹 다 열고 집안에 가스 빼내셨지.
근데 왜 우리 어머니는 몰랐냐고? 축농증이 있으셔서 후각이 다른 사람보다 좀 떨어지셔. 지금이야 수술 받고 많이 괜찮아지셨지만.
그리고 가스 밸브 확인해보니까 가스 밸브가 I자로 열려있고 덤으로 그 가스 호스 있잖아?
그게 끄트리머리가 약간 찢어져 있었어. 거기서 가스가 새고 있었던 거야.
그 때 어머니가 깜짝 놀라셔서 어제 저녁에 확인하고 잘 때까지만 해도 이렇지 않았다고 어떻게 하루아침에 이렇게 되냐고 깜짝 놀라셨지. 어머니가 자기 전에 이런 거 꼭 확인하고 주무시거든.
지금이야 엔간한 집에 가스 경보기 설치 된 집 많은데 그 때야 그런 게 어딨었겠냐?
날씨가 추우니까 문을 다 닫아놓았을 겨울철이였고...내 동생이 몇 초만 늦게 일어났다면 뭔일이 일어났을지 참
근데 제일 큰 문제는 지금이야 회상하면서 말하는 거지만
그게 집안에 시작된 이상한 일의 시작이였다는 거
두 번째 사건
그 집에 가스 누출됐던 사건 뒤에 얼마 안 돼서 일어났는데 일단 경험자는 울 아버지 한창 쓰러질려고 하는 회사 세워보려고 회사에서 며칠 숙식하시다가 새벽에 들어오셨어.
씻을 기운도 없으셔서 마루에 있는 쇼파에 대충 누우셨다고 해.
당시 살던 우리집 구조 대충 설명하자면 일단 마루에서 베란다가 보이고 안방에서 불을 켜거나 끄면 베란다에 비치기 때문에 마루에서 그걸 볼 수 있었어. 다른 거야 뭐 평범하고.
피곤하셔서 눈이 스르르 감기려는 그 때 안방에서 불이 갑자기 켜지더니 한 2~3초 지나니까 다시 꺼지고 또 다시 켜지더니 다시 꺼지고 이런 게 몇 번 반복이 되더래.
한 두 번이라면 모를까 계속 반복이 되니까 짜증이 심하게 나셨다고 해. 일어나서 뭐라 할 기운은 없고 속으로 “아니 저 여편네가 미쳤나? 왜 이 새벽에 불을 껐다 켰다 한데??” 하고 그냥 고개 돌리고 주무셨대.
오랜만에 숙면을 제대로 취하신 아버지가 깨어나고 나시자마자 깨달은 건
그 때 겨울방학 시즌이 막 시작된 때라 어머니랑 내랑 내 여동생이랑 며칠 친척집에 내려갔었어.
그러니까 집에는 아버지 혼자 계셨다는 거지.
그리고 그걸 깨달으신 아버지가 안방에 들어가셨는데 안 방 불은 제대로 꺼진 상태였고 안방은 어머니가 나가시기 전에 깨끗하게 정리해놓고 가셔서 누가 들어온 흔적 따윈 아무것도 없었다는 사실.
세 번째 사건
단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회사 잠시 문 닫는 날에 우리 아버지 돌아가실 뻔했다.
회사 사정이 안 좋아지다 못해서 잠시 문을 닫았거든.
아버지께서 회사 거의 창립 때부터 같이 하신 분이라 지위가 있으시니까 설비 세워놓은 다 제대로 세워놨나 덮개는 잘 덮어놨나 점검 다 하시고 마지막에 창고 점검하실 때 생긴 일이다.
자재 창고에 그 플라스틱 파레트 있잖아? 그게 쌓여있었는데 유독 어느 한 줄이 파레트가 유독 1자로 길게 서 있어서 저거 무너지면 위험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같이 점검하던 동료 분이 먼저 나가시고 아버지도 한 번 돌아보시고 뒤돌아서서 천천히 나가시는데 뒤에서 뭔 소리가 들린다 싶어서 뒤돌아보시니까
아까 유난히 길게 쌓여있어서 위험하겠다 라고 생각한 그 파레트 쌓아놓은 게 앞으로 그러니까 정확히 아버지 쪽으로 무너지고 있었대.
아버지께서 나중에 회상하면서 말씀하시길
“난 뒈졌다.”
라는 생각이 주마등처럼 드셨다고.
참고로 나무 파레트라면 몰라도 플라스틱 파레트 하나하나가 무게가 꽤 나간다는 거 알지? 근데 그게 하나도 아니고 수십개가 쌓인 게 무너져서 자기한테 쏟아진다고 생각해봐라.
앞 뒤 생각하실 것도 없이 젖먹던 힘까지 다해서 달리셨대. 그리고 마지막 순간에 죽기 아니면 살기다 식으로 야구선수 저리가라 할 정도로 풀 슬라이딩 하셨고 파렛트 무너지는 소리가 바로 귀를 때리더래.
사람들 다 깜짝 놀라서 뭔 일인가 하고 뛰어오고 한 바탕 난리도 아니였다고.
일어나려고 하시는데 다리가 풀려서 제대로 일어나지도 못하셨대. 결국 119 불러서 병원에 실려가셨는데 갈비뼈 두 군데에 금이 가셨다나?? 팔이랑 무릎 다 까지시고.
“그래도 안 죽고 살았으니 됐지 뭐” 하고 웃으셨다 울 아버지 ㅋㅋ
그리고 병원에서 과로 증상까지 나오셔서 기타 복합적으로 전치 4주 나오셨나? 다행히 병원비도 회사 사정이 아무리 어려워도 회사 사장이 내줘서 병원에서 거의 한 달 푹 쉬셨지.
네 번째 사건
네 번째 생긴 일을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뭐였을 거 같아?
“귀신을 보았다”
정확히 말하자면 내는 못 보고 울 아버지가 직접적으로 보신 사건.
아버지 퇴원하신 지 며칠 안 되신 날에, 그 해 뭔 놈의 눈이 그리 많이 오던지 그 날도 밖에 함박눈 쏟아지던 게 기억난다.
나 어렸을 때 친구들이랑 눈만 오면 그렇게 좋았는데 군대에서 눈 치우던 생각만 하면... 지금도 그걸 떠올리면 욕부터 나온다.
그 때 오랜만에 가족끼리 앉아서 TV 채널 이리저리 돌리면서 보고 있었지. 근데 TV부터 먼저 나갔다 싶더니 어? 하는 순간에 불이 나가더라.
그 때 난 바로 일어나서 내 방에 손전등 있는 거 찾으러 갔었거든.
뒤에서 어머니가 안 방 서랍장에 초가 있었나 하고 일어나셨어.
그 일이 내가 내 방에서 손전등이 어딨었나 하고 뒤지는 순간에 일어났어.
다행히 서랍장에서 초랑 촛대 찾아서 뒤돌아서려 하시는데 누군가가 뒤에서 아마 손가락으로 콕콕 찌르더래.
아버지는 손가락이 두꺼우셔서 아버지는 아니고 아마 딸이라고(여동생) 생각하셔서 ㅇㅇ아 왜? 하고 뒤돌아서니까 아무도 없었다는 거야.
분명히 누군가가 등을 손가락으로 찌른 감촉이 아직까지 남아있었는데.
그 때까지만 해도 어머니가 내가 착각했겠지 뭐 하고 아버지 라이터 찾아서 촛대에 불 붙여서 마루로 나오셨는데 바로 그 순간 아버지가 뭔가 보신 거지.
어머니가 촛대 드신 상태에서 마루에 천천히 걸어오시는데 촛불에 비쳐서 어머니 얼굴이 보이는데 어머니 뒤로 뭔가가 서 있었대.
아마 하얀 소복으로 추정되는 옷에 머리카락은 굉장히 길어서 얼굴 다 가리고 있었고 어깨 축 내린채로 서 있었다고. 동생은 죽어도 아니였지 내 동생 머리가 단발머리였으니까. 그리고 애초에 키부터가 달랐고.
아버지가 이러시더라 공포영화 보면 귀신 나오면 비명 지르고 난리 나지 않냐고?
그거 다 거짓말이라고.
흡 하는 비명 소리가 목구멍 밖으로 안 나오고 막히시더래.
‘아 ㅅㅂ 저게 분명 귀신이구나!!’ 하는 순간에 집안에 불이 들어왔어. 그와 동시에 그 여자 모습도 사라져버렸고.
아버지의 귀신 목격 사건 뒤에 안 거지만 주변 집 중에서 정전이 된 집이 우리집 뿐이였어.
그 이후에 변한 거라면 귀신은 무당이나 점쟁이쪽 인간들이 사람들 겁 줘서 돈 뜯어내려고 지어낸 존재다. 라고 생각하신 우리 아버지가 생각이 바뀌게 만드는 데 공헌했다는 거?
무엇보다 직접 보셨으니 믿지 못하는 게 이상하지.
회사는 회사대로 집은 집대로 안 좋은 일만 벌어지니까 집에 굿판이라도 벌어야 되나 하고 부모님이 진지하게 고민하셨을 때가 그 시기였다.
그리고 얼마 뒤에 아버지께서 기분 전환 하실 겸 고향친구들과 1년마다 한 번씩 하시는 모임 내려가시게 됐는데 의외로 거기서 원인이 밝혀지게 됐지.
2.(完)
안녕하세요, 댓글 반응보니까 토요미스테리에 비슷한 에피소드가 있었다기에 찾아보니까 저도 이야기 들을 때 기시감이 있긴 했는데 토요미스테리 극장에서 정말 그런 실화가 있네요.
에피소드 제목은 1103호 에어컨입니다.
어떤 연애인이 겪으셨다는 집에 있었던 에어컨이 원한이 붙어있었던 이야기. (스포는 아니겠죠?)
인터넷에서 토요미스테리극장 다운받고 그 화만 구해서 방심하고 보고 있었다가 오랜만에 깜놀했었습니다
지릴 뻔...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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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때 불이 켜지자 마자 잠시 후에 엄마가 꺼낸 첫 마디가
"여보 당신 왜 그래??"
하고 아빠를 쳐다보고 계셨어.
그러니 자연스럽게 전 가족 시선이 아버지 얼굴로 향했는데 그 때 아버지 표정 와...
난 그때까지 살아오면서 아버지 얼굴이 얼음 땡 하신 것처럼 딱 굳어진 건 그 때가 처음이였다. 입 약간 벌리신 상태로 딱 굳어진 상태로 엄마를 쳐다보고 계시더라고...
동생은 아빠 왜 그래? 하고 있었고 난 손전등 들고 어리버리 까고 있었지 뭐 뭔 상황인지 모르니까.
뭔가 딱 봐도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었어.
잠시 후에 아버지 정신 차리고 한 마디 하시더라
"아...우리 집에 귀신이 씌었나 보다..."
라고 상황설명하시더라고. 그 말 들으신 어머니 하얗게 질리시고 집안 꼴이 공포 분위기로 빠지는 거 순식간이더라.
다시 켜진 TV만 혼자 떠들고 앉았고.
그 날 마루에서 이불 깔고 우리 네가족이 같이 잤다. 손잡고...
그 아버지가 고향 내려가시기 전에 대형 사고랄까 내 동생이 집에 들어가기도 무서워하는 사건이 하나 더 일어났지.
아버지가 귀신 본 게 설마 착각일 수 있다고 쳐도 귀신을 본 게 우리가족 뿐만이 아니였다는 거야.
아마 내 기억이 맞다면 개학이 일주일도 안 남았을 때였을 거다.
그 때 부모님 두 분 다 안 계셨고 난 친구들 놀러와서 농구 한 판 쌔리러 나갔었지.
점심 좀 지나서 동생 친구가 세 명이 놀러왔다 하더라 왜 왔냐고? 방학숙제 밀린 거 같이 하자고.
내 동생 방학 때는 졸 놀다가 막판에 몰아서 하는 타입이였거든 나? 난 아예 안했다. 방학숙제? 그딴 걸 내가 왜 해? 촌음을 아껴 놀아야지
(...)
(촌음 : 매우 짧은 시간을 지칭하는 명사)
한창 넷이서 숙제 레이드하다가 질려서 숙제는 집어치우고 놀다가 보니까 시간이 꽤 흘렀다고 해.
친구들도 슬슬 들어가야겠다고 가방 정리하고 일어서기 시작했고 배가 고프니까 돈 모아서 떡볶이라도 사먹자 하고 이야기가 됐나 봐.
친구들이랑 가방 챙겨서 나온 다음에 한참 집 앞 분식집에서 떡볶이랑 튀김이랑 섞어서 먹고 있는데 동생 친구 중 하나가 동생한테 하나 물어봤다고 하네. 친구 둘은 초등학교 시절부터 잘 알고 지내서 서로 베프였고, 친구 하나는 중학교 들어와서 사귄지 얼마 안되는 그런 친구였나 봐.
친구 : ㅇㅇ아(동생 이름) 삼 남매인가봐?
동생 : 응? 나 위로 오빠 하나밖에 없는데?
그 때 동생이랑 친한 친구 둘이서 먹던 작업(?) 멈추고 서로 얼굴을 마주봤다고...
“집에 우리밖에 없지 않았어?”
대번에 분위기가 심상치 않아졌지. 그도 그럴 게 바로 얼마 전에 집에서 귀신 봤다는 소동이 난 때인데 동생 머리 속에서 바로 그게 떠올려지더래.
그래서 물어보니까 그 친구가 동생 방에서 가방 챙겨서 나올 때 안방 문이 조금 열려 있었다네?
나오면서 잠깐 힐끗 봤는데 그 안방 엄마 화장대 의자에 누가 앉아있었다고 함. 고개 푹 숙이고 머리는 좀 길었다네. 뒤통수만 봤대.
근데 걔는 우리집 가족사항에 대해 몰랐으니까 어머니는 아니신 거 같고 언니분이신가? 자고 막 일어나셨나 하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을 했대. 둔감한 건지 참... 차라리 모르는 게 약이지.
나 그 때 뭐했냐고? 그래 당연히 하루 웬종일 농구만 하고 있진 않았지. 그 시기에 또 스타크래프트가 얼마나 인기였는지 알 거 아니냐. 피방요금 1시간에 1500원 받던 시절에 암튼 집에 오고 난 깜짝 놀랐지.
문 앞에 얘(동생)이 들어가지도 못하고 고개 숙이고 서 있는 거야.
“야 집에 안들어가고 왜 그러고 있냐?” 하고 툭 건드렸다가 깜짝 놀랐어.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울고 있더라고.
집에 들어가기 무서워서 아니 정확히는 문을 열고 들어가려 했었는데 당연히 어두워졌으니까 집안이 어둡잖아? 들어갔다간 뭐가 튀어나와도 튀어나올 거 같아서 도저히 들어갈 용기가 안 났었대. 그냥 문 닫고 부모님이나 내가 오길 이제나 저제나 기다리고 있었던 거지. 근데 아버지도 어머니도 밤 늦게 오시고 나도 그 놈의 스타한다고 늦게 들어왔으니 그 추운 날씨에 몇 시간은 그냥 서서 기다리고 있었던 거다. 애 혼자서...
그 때 스마트폰은 커녕 지금처럼 핸드폰 보급되지도 않은 시절이였으니 지금처럼 핸드폰이라도 있었으면 엄마나 나한테 연락해서 빨리 들어오라고 할 텐데 그럴 수도 없으니 얘 입장에선 날씨도 추운데 그렇다고 집에 들어갈 수도 없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미칠 지경이였던 거야.
아무튼 그 후에 엄마 오셨는데 이야기 듣고는 너는 이 새끼야 공부도 안 쳐하는 새끼가 밖에서 뭐한다고 이제 기어들어왔냐고 나만 또 한바탕 깨졌다. 하여간 버린 자식도 아니고 참 ㅋㅋ
그 후 이야기? 어떻게 되긴 결국 내 동생은 개학하는 날까지 감기 몸살로 제대로 앓아누웠지. 너무 열이 심하게 올라가서 병원에 입원시킬까 했을 정도로.
일단 고향친구들 만나기로 한 날에 부모님이 같이 내려가셨다.
나랑 내 동생은 근처에 이모집에 며칠 신세 좀 지기 시작했지. 동생 왈왈 때려 죽여도 혼자는 못 있겠다 하니 이를 어쩌것어.
자연스레 나까지 이모집에서 신세 좀 지기 시작했지.
그리고 아버지의 고향에서 생각지도 못하게 원인이 밝혀졌어.
내려갈 때에도 조그마한 사고가 있었는데, IMF 때 물가 엄청나게 올랐잖아.
보통 때는 아버지 차로 내려가시는데 기름값 그 때 엄청 올랐지?
결국 고속버스 이용해서 내려가시던 중에 어떻게 보면 불행 중 다행인데 고속도로에서 톨게이트 빠져나가고 좀 지나서 차가 크게 덜컹거려서 놀랐는데
버스 뒷바퀴에 펑크가 났다네...
다행히 목적지에는 거의 도착한 상황이라 그리 큰 문제는 없으셨대.
또 그 때 아버지는 몇 번 대형사고 겪을 뻔 하셨으니까 이 정도 사고야 뭐 하고 면역이 되셨나 봐(...)
어쨌든 도착하셔서 고향친구 선 후배 만났는데 아무래도 그 때는 경제가 어렵다를 넘어서 경제가 개박살(...)난 때였기 때문에 예전에 비해 참석자가 많이 없었다 하더라고.
서로 인사하고 안부인사 하고 하는데 고향 후배 중 하나가 어머니 보고 흠칫 놀라는 눈치를 보였다고 하더라고. 우리 아버지도 또 눈치가 100단이라 내 마누라한테 뭐 묻었나 하고 이상하게 생각하셨다네.
마을 회관 안에 들어가서 신문지 밑에 깔고 조촐하게 휴대용 가스레인지 몇 개 놓고 불판에 고기 구워먹고 소주 한 두잔씩 돌리면서 서로 분위기 살리고 있을 때 그 아버지 고향 후배가 아버지한테 다가와서 술 한잔 따르면서 한 마디 묻더라고 함.
아버지도 술 한 잔하면서 “야 아까 울 마누라한테 뭐 묻었었냐??” 라고 물으셨대.
그런데 그 말 기다렸다는 듯 후배가 한 마디 하는데 깜짝 놀라셨다고 함.
“형님 집에 뭐 안 좋은 일 없으셨수?”
마치 집에 뭐 안 좋은 일 생겼을거라는 걸 확신하는 말투였대.
그 말 듣고 정신이 번쩍 드셨대. 안 좋은 일이야 너무 많았잖아.
근데 애써 태연한 척 왜? 라고만 대답하셨다는데
“형수님 뒤에 뭐 다른 게 보이는데...한참 생각해봤는데 형수님 입고 계시는 저 코트 말이오 저거 어디서 나신 거요?”
(이미지는 인터넷에서 퍼온 것으로 이야기와 관련이 없습니다.)
하고 안에 어머니가 벗어서 걸어두신 코트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대.
뒤이어진 말이 더 충격이였는데 후배 말이 맨 처음에는 울 어머니가 빙의 당하신 건가? 그런 걸로 보였대. 뒤에 희끄무레하게 무슨 여자 형태가 서 있었다고...
말을 할까 망설이다가 마을 회관 들어와서 어머니가 벗어놓은 코트 보는 순간 확신이 왔다고. 그게 경상도 사투리로 뭐라고 했는데 대충 말하자면 원한령? 그 비슷한 거라고 했다.
그 코트가 사실 아니 니 생각처럼 어디서 주워오거나 그런 게 아니고.
IMF 닥치면서 차에 물건 싣고 다니면서 파는 사람들 많아졌잖아?
부모님끼리 장날에 가서 장 보고 오시다가 그 차에서 좌판 깔아놓고 파는 옷 보시고 사오신 코트였다.
뭐 당시 물건 팔았던 놈 멘트야 백화점에 납품하는 물건인데 공장이 어찌되서 망하는 바람에 공장가로 팔고 있다고.
근데 내 기억에도 그 코트가 뭔 브랜드까진 기억이 안 나는데 가격 대비해서 상당히 좋은 코트였거든.
진짜 백화점에서 팔았으면 못해도 수 십 만원은 나갔을 것 같은 꽤 겉으로 보기에도 고급스러운 코트였다. 색은 갈색 코트였는데 싸구려 코트같은 건 코트 겉 모습이야 그렇다치고 안을 보면 미싱질 한 거 어설프게 한 게 티가 탁 나잖아?
아무튼 10만원 달라는 거 7만원인가 주고 사오셨다 하더라.
그 후에 코트에 대해서는 신경 안 쓰고 사셨는데 생각을 생각을 해보니까 시기상으로 집에 뭔 일들이 생기기 시작한 시점이 비슷하게 맞아떨어졌거든.
마음속으로 “아 이놈의 코트가 원인이였구나” 하는 확신이 바로 서셨대.
주변에 아버지 친구들도 이야기 같이 듣고 분위기 묘하게 흘러가다가 의류쪽에서 일하는 아버지 친구가 나섰대. 그 옷 좀 보자고. 친구가 옷 이리저리 만져보고 살펴보더니 뭔 일인가 해서 다가온 어머니한테 이 옷 몇 번 입으셨어요? 코트 따로 손질하신 적 없으시죠? 하고 물었다고. 근데 어머니가 그 옷 입은 게 처음은 아니지만 몇 번 입지도 않았고 따로 손질한 적도 없다고 대답하니까 친구가 단호하게 한 마디 했다고 함.
“ㅇㅇ아(아버지 성함) 너 사기당했다 임마”
아버지가 뭔 소리냐? 라고 말씀하시니까
“임마 이거 새 거 아니야. 원단이야 정품인디 이거 중고구먼 임마”
하고 새 거 아니라는 증거를 그 자리에서 아버지하고 어머니한테 보여줬대. 그러니까 중고품 새것처럼 손질해서 판매한 물건이라는 거지.
쉽게 말해 전 주인이 있었다는 거다...그게 누군지는 영원히 알 길이 없지만서도...
그리고 그 후배가 한 마디 더 했대.
“형님 그거 빨리 처분하소. 그거 계속 가지고 계셨다간 뭔 일이 생길지 모르겠네”
그래서 아버지가 알았다 불태워버리면 되냐? 라고 물으셨는데 아무래도 저기 붙은 게 원한령인 듯 하다고 천도제까지는 아니더라도 한을 풀어줘야 한다고.
술 있겠다 고기 있겠다 기타 재료 넘쳐 흐르겠다 눈 깜짝할 사이에 제사상 하나 만들어졌다 하더라.
그래서 코트에다가 제사(...) 간단하게 지내고 그 코트에다가 술에 막걸리에 들이붓고(...) 그 코트에 마지막으로 마을회관 마당에서 장작 몇 개 쌓고 기름 좀 부은 다음에 불태웠다 하더라. 아버지 표현으론 중딩애들 수련회 그런데 가면 캠프 파이어 하잖아. 그거 소규모로 하는 거 같았대.
특이했던 점이랄까? 유난히 코트 하나 타는 것치고 불길이 크게 솟았다네. 겨울이라 바람이 불어서 그런 건진 몰라도 그렇게 코트는 순식간에 재가 됐다고 하더라.
그 아버지 후배가 뭐하는 사람이길래 사건 해결 다했냐고? 아버지 어렸을 때부터 이웃에 살고 있었던 후밴데...
그 우리 아버지 세대분들이 기본적으로 먹고 살기도 힘들었던 시기셨잖아.
자주 하시는 말씀이 꽁보리밥이라도 하루 3끼 챙겨먹었으면 잘나가는 집안이였다고 공통적으로 말씀하시는데...
그 후배 집안이 그 시기에 마을에서도 꽤 큰 부자였대. 자식이라고는 그 아버지 후배 그 사람 하나밖에 없는데 잘 크다가 어느 날 갑자기 신병을 크게 앓았다네. 큰 병원에 데려가도 원인을 모르겠다고 하고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용하다는 무당 데려오는 데려오는 무당마다 약속이나 한 것처럼 “박수무당 할 팔자”라고 했다 하더라.
신 안 받으면 신이 화가 나서 집안 망하게 할 거라는 소리 들었대.
그 후배 아버지가 열받아서 무당 당장 쫓아내버린 거야 말할 것도 없고(...)
지금 시대에도 자식새끼 있는 거 신 받고 박수무당 시켜야 한다면 누가 그리 하겠냐?
그 당시에야 말할 것도 없지.
그 후로 무던히도 몸이 아파서 병원도 데려가고 보약도 먹이고 결국 후배 아버지가 고집 꺾고 집에 굿판까지 여러 번 벌려도 차도가 없었대. 하루이틀도 아니고 계속 그러다보니까 어떤 무당이 예언한대로 울 아버지 고등학생 시절 쯤 되니까 그 후배 집안 기둥뿌리가 흔들리던 상황이였대.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군대도 갔다가 중간에 뭔 사유인진 모르겠는데 의가사 전역 (지금은 의병전역이라고 하죠 아마?)하 고 나왔대. 사회 나와서 사업 해보려다가 이제는 그나마 있던 집안 싹 말아먹고 도시생활 포기하고 그냥 고향 내려와서 구멍가게 하나 차리고 소박하게 살던 그런 후배였다나.
그 후야 다시 술판 벌어졌지 뭐...
후일담이라고 할 것도 없이 그 코트 제사지내고 태워버린 다음부터 집에서 귀신 본 일도 이상한 일 생긴 적도 없었다.
눈치 빠른 사람이야 알겠지만 그 후배가 신병 하도 앓은 사람이다 귀신 보거나 점 같은 걸 좀 볼 줄 알았대. 근데 봐주고 그런걸 되게 싫어했다 하더라.
근데 술자리라 기분이 업돼서 그랬는지 어쨌는지 모르겠는데 아버지한테 몇 가지 이야기를 주더래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1. 지금 문닫았다는 형님 회사 다시 일어날 거니까 잘 다녀라. 그 회사 예전보다 더 클거다. 괜히 이직했다간 형님 직장운수 다 말아먹으니 그 회사 계속 남아있어라 경제위기 때문에 몇 년은 힘들겠지만 고비만 잘 넘기면 IMF 오래는 안 갈거다.
2. 자식 복이 크니 노후에 즐거운 일만 가득하실 거다.
3, 이사가면 집 방향은 북방향 이런 데 잡지 말고 남방으로 잡아라. 남방으로 잡는 게 집에 운수가 트일 거다.
이거 말고 또 있다고 했는데 그건 누구한테도 이야기하지 말라고 귓속말로 했다고 함. 그래서 우리 아버지가 이것만큼은 이야기 안 해주셨다. 그래서 나도 몰라.
둘째 예언까지는 모르겠는데 첫째 예언은 기가 막히게 맞아 떨어졌다.
아버지 회사 말 그대로 기사회생했거든. 물론 중간중간에 힘드신 상황 있기도 했는데 어쨌든 지금은 아버지 다니시는 회사도 많이 커져서 확장도 많이 했고 거기 임원으로 계시니까 대성공하신 거지.
근데 처음에 그 이야기 들었을 때 찔리던 게 회사 문 닫았을 때 타 회사에서 스카웃 제안이 있었대. 아버지 다니시던 회사보다 규모가 좀 더 작은. 그래서 가려고 마음까지 거의 먹으셨는데 그 스카웃 할려는 회사 쪽에서 회사 기밀정보? 그런 걸 좀 요구를 했었나 봐. 그래서 협상판 엎어버리고 나오셨대.
결국 그 회사는 꿩대신 닭이라고 다른 사람 스카웃해 갔는데 그놈이 회사 어수선한 판국에 기밀자료 같은 거 많이 빼돌려서 갔다고 하더라고. 당연히 심증이야 가는데 물증은 없어서 어떻게 집어처넣질 못했대. 근데 그 기밀정보 훔쳐오라고 한 그 회사가 몇 년 못가고 망했다. 그것도 IMF 끝나가던 시점에...
그 기밀자료 가지고 튄 놈은 그 회사에서 한 자리 해먹다가 그 회사 망하기 전에 그 회사에서 쫓겨나서 다시 회사로 돌아오려고 했는데 미친... 어떤 대인배가 그런 새낄 받아주겠냐?
울 아버지가 직접 나서서 쫓아버리셨대. 비유가 아니라 진짜로 회사 건물 들어온 걸 멱살 잡고 내쫓아버리셨다고. 경비원들한텐 저놈 회사에 발도 못 붙이게 하라고 신신당부하고 업계에 소문나서 말 그대로 낙동강 오리알 신세 돼버렸다 하더라. 고것 쌤통이지.
나중에 이야기 듣기로 무슨 음식점 차렸다고 했는데 그 음식점마저도 망했다나 어쨌다나.
그리고 우리집이 2003년에 아파트로 이사갔거든. 아버지가 그 때 후배 예언대로 남방향으로 잡아서 이사했는데 그 이사한 날에 아버지가 재미삼아 로또를 하나 사셨는데 당첨이 됐다. 아니 1등이나 2등은 아니고 3등에 당첨됐어. 아마 그 때 당첨자가 많이 나와서 그렇게 많이는 안 나왔는데 한 세금떼고 삼백 약간 안 되게 받았다.
아버지랑 그 후배랑은 그 이후에 인연이 돼서 서로 자주 연락하고 살았는데 그 후배는 몇년 전에 갔어. 하늘나라로.
그래서 울 아버지가 회사 휴가내고 장례식에 참석해서 그 후배 마지막 가는 길이라고 관도 오동나무 관인가? 그 나무 쓴 게 제일 좋은 관이라는데, 관이랑 수의랑 제일 좋은 걸로 해서 후배 보내셨다 하시더라고.
그 후배가 자식도 있었는데 사고로 죽고 마누라도 먼저 가고 일가친척들은 있는지 없는지 모르겠고 해서 울 아버지가 장례 주관 거의 다 하셨다 하더라.
두 번째 예언이야 시간이 지나야 알 수 있는 건데 썅 내 동생이 먼저 결혼해서 아버지한테 외손주 안겨드렸으니 아직 절반만 맞은 셈이지 뭐. 야 이렇게 길게 이야기 해줬으니까 여자 좀 소개해줘.
아니 나도 내 코가 석잔데 ㅠㅠ 여자가 어딨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