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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panic_82102
    작성자 : 바레타
    추천 : 4
    조회수 : 1150
    IP : 124.28.***.146
    댓글 : 1개
    등록시간 : 2015/07/31 02:49:32
    http://todayhumor.com/?panic_82102 모바일
    짧글?) 잠자리
    옵션
    • 창작글

    "정말 네가 그랬니?"
     
    몇 번이나 같은 질문을 해오는 남자를 향해, 나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남자의 험상궂은 생김새에 주눅이 든 것은 아니었다. 다만 똑같은 대답을 되풀이 하는 일이 지겨웠을 뿐이다. 남자는 한숨을 푹 내쉬며 오른손으로 땀이 흐르는 이마를 짚었다. 그것은 대화를 이어가기 곤란한 상황이 되었을 때, 어른들이 으레 하는 행동이었다. 나는 나의 대답이 또다시 남자를 혼란에 빠트렸음을 알았지만, 달리 남자에게 해줄만한 것이 없었으므로 그저 입술을 잘근잘근 물어뜯으며 하얀 책상 위를 가만히 응시할 따름이었다. 나는 거짓 따위 말하지 않았으니까. 그것은 동생이 원한 것이었고, 나는 후회하지 않는다.
     
     
     
     
    뙤약볕이 매서운 날씨였다. 서있는 것만으로도 땀이 많이 흘렀지만 그리 불쾌하지는 않았다. 솜사탕처럼 부푼 하얀 구름이 뭉게뭉게 떠다니고, 바다처럼 푸른 하늘은 오히려 기분을 상쾌하게 만들었다. 나는 방학을 맞이하여 오랜만에 동생과 한가한 시간을 보내고 있던 참이었다. 특별히 어떤 놀이를 하고 있던 것은 아니었다. 우리는 그저 멍하니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동생은 지금보다도 훨씬 어릴 적에 사고를 당해 걸을 수 없는 몸이 되어 버려서, 놀고 싶어도 놀 수 없었다. 나는 그런 동생을 두고 혼자 놀러 다닐 만큼 천방지축은 아니었으므로, 우리에게는 둘이서 바깥 풍경을 구경하는 것만이 유일한 놀이였던 셈이다. 놀이터가 잘 보이는 아파트 화단 근처의 그늘에 동생의 휠체어를 세워두고, 나는 그 옆에 앉아 주변의 풍경을 관찰했다.
     
    잠자리처럼 됐으면 좋겠다.
     
    삼삼오오 모여 개구지게 장난을 치는 놀이터의 아이들을 바라보던 중, 문득 동생이 그런 말을 했다. 하늘에는 느릿느릿 날아다니는 잠자리들이 많았다. 날개는 얇고 투명해서 잘 보이지도 않는데, 그것들은 용케 사방천지를 누비고 있었다. 사실, 몸뚱이는 가늘고 머리는 큰데다 반응이 느린 그 생물을 나는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하지만, 동생이 하는 말의 뜻은 조금 알 것 같았다. 동생은 오랜 시간을 휠체어 위에서 보냈고, 앞으로 평생을 또 같은 곳에서 보내야 할 테니까.
     
     
     
     
    "정말이지... 본인도 인정하고 있고, 정황상으로도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만... 그래도 저 아이는... 아직 초등학생인데..."
     
    내 앞에서 한숨을 쉬던 남자는 방문을 닫는 것도 잊고 나가 다른 남자에게 그런 말을 하고 있었다. 그는 내가 자신의 말을 듣고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는 듯했다. 나는 그제야 시름을 덜어놓고 책상 위에 푸욱 편히 윗몸을 누인다. 몸은 피와 땀에 젖어 줄곧 끈적거리고 있었고, 옷에 물든 피는 검게 말라붙어 현기증이 날 정도로 지독한 비린내를 풍기고 있었다. 좀 씻게 해주면 좋을 텐데, 나는 한참 전부터 이 방에 끌려와 계속 남자와 의미 없는 대화를 해야만 했다. 드문드문 창밖으로 모습을 보이는 엄마와 아빠도 내가 그렇게 하기를 바라는 것 같았으므로, 나는 귀찮았지만 얌전히 그들이 원하는 대로 따랐다.
     
    "하지만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데요... 자꾸 동생이 원했다는 말만 반복하고 있습니다. 동생... 아니, 피해자는 훨씬 어리잖아요. 일곱 살이 채 되질 않았어요. 그런데 스스로 죽기를 원하다니. 그것도 그렇게나 잔인하게 목을..."
     
     
    책상 위에 양팔을 올리고, 그 사이에 머리를 묻으니 서서히 졸리기 시작했다. 나는 느긋하게 그 때를 회상하며 천천히 잠에 빠져 들었다. 햇살은 피부를 벗겨낼 것처럼 따갑게 우리를 찔러왔고, 하늘은 유리처럼 맑았으며, 구름은 범선처럼 그 위를 떠다녔다. 머리 위를 날던 무수한 잠자리 떼. 손목에 찬 싸구려 시계가 째깍째깍 분주히 움직여 가리킨 오후 두 시. 같은 하늘 아래 앉아 즐기던 두 사람이 공유한 평온한 일상. 동생은 문득 잠자리처럼 되고 싶다고 소원했고, 나는 그렇게 만들어주었다.
     
     
     
     
     

    다만 그 시각 우리에게 다른 게 있었다면, 동생은 하늘을 보고 있었고, 나는 놀이터에서 잠자리를 잡아 날개를 찢고 목을 뽑아내던 동네 악동들을 보고 있었다는 점 정도이다.
     
     
     
    *
     
     
    저는 잠자리가 무섭습니다.. ㅠㅠ
    출근길에 커다란 공원을 가로지르는데 잠자리가 엄청 출몰하고 있어요. 으어어..
    딱히 도망을 가는 것도 아니고 그냥 떠있는 것뿐이라서 언제 부딪힐지 몰라 더 무서워요.
    오늘도 출근하다가 문득 떠올라 적어보았습니다.
    출처 바탕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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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5/07/31 21:05:07  211.41.***.204  반짝별빛  217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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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2015/08/01 02:46:44  121.145.***.217  피즈치자냠냠  578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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