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 : 굉장히 길어요..
프라카시는 인도 남자 이름이라고 합니다. 아래 ㅋㄷㅇㅈㅇㅅ님 댓글보고 넣습니다^^;;
16살에 집을 나온 게 정말 후회 된다.
좀 소원해졌다고는 하지만 다이앤과는 특히 멀어졌다.
동네 떨거지들이랑 어울려 다니고 사고나 치고 다니기는 했어도 원래 집 나간 애들이 그렇지.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우리 부모님은 어떻게 다이앤을 저렇게 키우셨나 모르겠다.
집으로 돌아왔을 땐 이미 다이앤은 머저리같은 프라카시라는 놈이랑 결혼한 상태였다.
기독교인으로 다시 태어나 집으로 온 건데. 프라카시는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믿음에 대해 얘기 좀 하려면 무슨 지가 무신론자라나.
“신에게 다가가는 길은 여러 갈래에요.” 라느니.
테러리스트 집안 출신 인가보다.
약간 확신이 드는 이유가 뭐냐면 다이앤도 기괴한 사이비에 빠져있다고 자기 입으로 말해줬기 때문이다.
거기다 맨날 시골집 아낙네마냥 군다.
지 남편 준다고 요리하고 병적으로 집을 청소하고.
가부장적인 새끼.
방탕한 생활을 마치고 돌아온 지 얼마 안돼서 여동생이랑 그동안의 빈자리를 채우려고 했지만 프라카시한테 기회를 빼앗겨 버렸다.
내가 다이앤한테 신의 은총과 자립할 수 있는 가능성, 현대 사회의 모습을 다시 보게 해주려는 걸 그 놈이 알아채고 그랬지 싶다.
도덕성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테러리스트 새끼랑 결혼하고선 눈을 가리고 사는 게 분명한데.
다애인이 죽었다니 너무 수상하다. 프라카시 말고는 목격자도 없고.
게다가 그 새끼가 내 여동생이 죽자마자 인도로 3주씩이나 휴가를 갔다.
지 밖에 모르는 놈. 다이앤의 재를 들고 가는 바람에 이따금씩 납골당으로 가서 만나보지도 못한다.
다이앤이 생전에 자기가 죽으면 야무나 강(인도 북부에 있는 강으로 갠지스강의 최대 지류)에 재를 뿌려날라고 했다는데.
그런 이상한 짓을 내 여동생이 원했을 리가 없다.
이제 왜 프라카시가 죽어야 하는지 알겠지?
놈의 집으로 밤 열시쯤에 찾아갔다. 양손에 맥주를 잔뜩 들고서. 일을 좀 더 쉽게 해 줄 테니.
문이 열리고 놈의 행색과 냄새로 미뤄 보아 생각보다 일이 쉬울 거 같았다.
다이앤이 보고 싶어 죽겠다니까 들어오라 했다. 소파에 앉을 자리도 마련해주고.
거실은 완전 난장판이고 식탁에는 페이지 끝을 접어둔 채로 펼쳐둔 책으로 가득했다.
바닥엔 빈 맥주 캔이 굴러다니고. 식탁 위에 내가 사온 맥주를 올려두려고 책을 밀쳐냈다.
프라카시가 술에 취해 반 쯤 잠드니 약간 경계가 풀어졌다. 잡담도 할 만큼 했고 맥주도 많이 마셨고.
마음에 품었던 말을 꺼내봤다. “동생이 너무 그립다. 프라카시. 오랫동안 못 보고 살다가 이제야 만났는데 결국 뺏기고 말았어.”
놈이 양심에 가책을 느끼지 않을까 찔러 봤지만 다이앤은 지금 더 좋은 곳에 있다는 둥 독선적인 개소리만 뱉어 냈다.
어쩔 수 없이 본론으로 넘어갔다. “프라카시. 네가 죽였지?”
내 질문에 말문이 막힌 듯 했지만 눈을 크게 뜨고 나를 노려보면서 절대 아니라며 말을 더듬었다.
“흠. 우리 운명이 결정하게 두는 게 어때?” 외투에서 첫 번째 총을 꺼내들며 말했다.
프라카시는 총알을 장전하는 모습을 지켜만 봤다.
탁자 위에 총을 내려두고 이미 장전된 두 번째 총을 꺼내서 프라카시에게 들이댔다.
“러시안 룰렛이라고 하지. 네가 동생을 죽였다는 건 내가 알아. 오늘은 너를 심판하는 날이다.
신이 너를 심판하시게 하지 않으면 내가 널 심판할거야. 여기엔 열 두발 중에 한 발이 들어있어.
정말로 네 놈이 결백하다면 신께서 그 한 발이 니 대가리에 박히게 내버려 두실까?”
“오, 맙소사. 톰. 내가 죽이지 않았어! 내가 얼마나 사랑했는데! 지금도 사랑하고 있다고!”
프라카시는 얼굴에 땀이 범벅이 된 채로 소리쳤다.
“어서 신에게 너를 심판해 달라고 간청 드려봐. 그리고 기억해.
신을 대신해서 내가 널 심판할 준비도 되어있다고. 빨리 결정하고 평화를 찾자. 10.. 9.."
내가 숫자를 세자마자 프라카시는 방을 뛰쳐나가 탈출을 하거나 도움을 청하려고 했다.
총을 들고 쫒아가 놈의 얼굴에 갖다 댔다. 놈도 테이블에서 총을 들어 내 머리를 겨냥했다.
숨을 하도 가쁘게 쉬어서 호흡 곤란이 온 것 같았다.
다른 손으로는 근처에 있는 다이앤의 사진을 들고는 가만히 쳐다봤다. 자백이나 사과를 기다렸다.
“진실만이 승리하지.”
놈은 떨리는 목소리로 말하고 방아쇠를 당겼다. 총에서는 딸깍 소리만 날 뿐...
젠장! 결국 내가 다 해야 하는 건가? 분명 발사가 되게끔 장전한 총인데 어떻게 된 거지? 뭐가 걸렸나?
아하. 신께서는 스스로를 돕는 자를 도우신다 했던가.
놈이 바닥에 구토를 하는 동안 베개 하나를 가져와 프라카시의 머리 뒤쪽에 댔다.
소음기와 베개가 총소리를 줄여 줄 테니까.
쓰레기 봉지 하나에 시체와 증거물을 쓸어 담고 트럭에 실었다.
자살로 보였음 더 좋았겠지만 어차피 이 놈 가족들에게도 꽤나 골칫거리라고 알고 있으니 괜찮을 듯. 누가 찾기나 하겠어.
시체를 싣고 사막 멀리까지 차를 몰았다. 최소한 10년은 개발의 손길이 닿지 않을 만한 곳이다.
게다가 흔적도 없이 싹 다 불태워 버렸다.
지옥에서 보자. 이 씨발 새끼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