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장필수 기자]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의 처음과 끝에는 ‘행동하는’ 촛불 민심이 있었다. 이번 탄핵 정국에서 국민들은 전화, 문자 메시지 등 고전적인 방식 이외에도 ‘정치후원금’을 이용해 현실 정치에 개입했고 국회를 움직였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일부 초선 의원은 탄핵을 앞두고 후원금 폭탄을 맞았다. ‘세월호 변호사’이자 문재인 민주당 전 대표의 영입인사인 박주민 의원에게 11월 말 나흘 만에 1억 원이 넘는 정치후원금이 몰렸다. 피곤함에 찌든 모습으로 일하는 박 의원을 지켜본 국민들이 ‘십시일반’ 후원금을 내기 시작한 것이다.
박 의원 측 관계자는 10일 헤럴드경제와의 통화에서 “11월 말 ‘거지갑’이라는 신조어가 생겼고 박 의원이 노숙하며 일하는 얘기가 급속도로 확산됐고 이게 후원금으로 이어졌다”며 “10만 원짜리 소액후원이 대부분이었다. 비자금으로 숨겨뒀던 샐러리맨이 보낸 30만 원, 가정주부가 한두 푼 모아뒀던 100만 원을 보낸 사례가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박 의원 외에 표창원, 김경수, 조응천, 손혜원, 김병기 의원의 후원금 계좌도 초선 의원 한도인 1억 5000만 원을 초과했다. 이들 중 일부는 ‘스타 정치인’이라는 후광 덕을 본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문 전 대표의 측근 또는 영입 인재로서 국회에 입성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어 여타 초선 의원들과 차이가 있다. 탄핵 정국 속 문 전 대표에 대한 호의적인 여론이 ‘친문’이라 불리는 이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쳤고 ‘후원금’이라는 파급 효과를 낳은 것이다. 김병기 의원 측 관계자는 통화에서 “문재인 전 대표가 영입한 인사 중 후원금이 거의 다 찬 곳이 많다”며 “국회에서 근무하는 동안 국민들이 갑자기 정치인들, 특히 초선 의원에게 후원금을 마구 보내는 경우는 처음 본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들은 “초선은 조신해야 한다”는 여의도의 암묵적인 관행을 타파한 의원이기도 하다. 스스로 언행을 놓고 정치적 계산기를 두드리기보다는 소신 있는 발언으로 지지자들의 응원을 한몸에 받고 있다. 손혜원 의원 측 관계자는 “초선이라고 해도 뚜렷하기 자기 컬러를 보여준 의원들을 대상으로 많은 사람들이 후원금 기부를 일종의 놀이처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탄핵 정국에서 1억 5000만 원에 달하는 후원금을 단숨에 채운 사람들이 있는 반면, 항의성 후원금을 받아 냉가슴을 앓는 의원들도 상당수였다. 탄핵을 당론으로 반대했던 새누리당 친박계 의원들과 주저했던 비박계 의원들은 ‘18원’ 후원금이 폭증해 탄핵 찬성 압박에 시달린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의당 소속 의원들도 탄핵안 표결일을 2일로 하자던 민주당의 제안을 거절하면서 후원금으로 ‘18원’을 받았다. 당시 일부 시민들은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의 후원계좌에 18원을 입금했다는 내용이 담긴 글을 SNS에 게시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