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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history_813
    작성자 : 딜레마Ω
    추천 : 7
    조회수 : 5261
    IP : 121.159.***.16
    댓글 : 3개
    등록시간 : 2011/04/19 11:05:52
    http://todayhumor.com/?history_813 모바일
    97식 중(中)전차 치하
    =======================================================================
    글 내용과 상관없는 댓글이 범람하여 삭제후 다시 종합 작성합니다,
    =======================================================================
    글을 시작하기에 앞서 우선 정당한 논거의 지적을 해주신다면 글을 삭제하고 다시쓰는것에 대한 비판을 주신다면 이후 수정을 행하겠습니다.
    이러한 행동의 이유를 붙이자면 다른 게시물도 아니고 역사게시물이며, 또한 기본적인 예의 소양이 있다면 능히 상관없는 댓글을 싸지르기 보다는 차라리 새로 게시물을 만들어 논쟁을 이끄는게 정상 아니겠나 하는 생각이 들어 이러한 행동을 보이게 되었습니다.
    아무쪼록 다른 회원분들께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드리며, 상식인이라 판단하신다면 그에 걸맞는 행동을 보여주시기를 바랍니다

    그럼 본문 시작하겠습니다

    1929년까지도 일본 육군의 주력전차는 여전히 89식 치로였습니다.
    하지만 만주에서 새롭게 전차 여단을 편성하는 과정에서 지적된 치로의 기동력 문제는 경전차인 하고만으로는 커버할 수가 없는 문제였고, 일본 육군성은 만주에서 능히 기동할만한 새로운 중(中)전차의 개발을 지시합니다.

    육군성에서는 값싸고 대량생산이 가능한 전차의 개발을 원했고, 오사카 조병창에서 하고의 대형-무장강화형 디
    자인을 내놓지만, 일선에서는 좀더 강력한 장갑과 무장을 갖춘 전차의 개발을 원하고 있었습니다.

    결국 미츠비시 사에서 이를 반영해 새로운 디자인을 출시했고, 차기 주력전차는 오사카 조병창의 '치니'와 미츠비시의 그 유명한 '치하'의 경쟁 구도로 치닫게 되었습니다. 1936년 각각 디자인을 완성하며 시작된 이 경쟁은 결국 치하의 승리로 끝났고, 결국 치니는 사진 한 장 남기지 못하고 역사속으로 사라지게 됩니다.

    1937년 테스트에서 합격한 미츠비시 사의 전차는 치하라는 이름이 공식적으로 지정됨과 함께 97식 중전차 치하로 명명되었고 곧 일본의 제식전차로 정해집니다.


    97식 중(中)전차 치하. 이탈리아처럼, 일본도 10톤 이상의 전차를 중전차로 분류했습니다.


    정글을 헤치며 전진하는 치하, 멀쩡할것 같죠?

    치하는 무장으로 초기에는 47mm L/48 전차포를 장착하기로 계획했지만, 47mm 전차포를 장착할 포탑이 아직 개발되지 않아 두 사의 시제차량은 모두 이미 똥포가 되어버린 기존의 57mm 유탄포를 살짝 손만 본 97식 유탄포를 장착했습니다,

    엔진의 경우는 170마력의 미츠비시 사의 97식 12기통 디젤엔진이 채택되었습니다.
    완성된 치하는 1937년 당시 기준으로는 그다지 성능에서 뒤지지 않는 전차로 평가받고 있지만, 자신들이 그토록 처절히 박살난 노몬한의 전훈을 손톱만큼도 살리지 못한 이 15톤 짜리 중전차에는 몇 가지 상당한 결함이 존재했고, 성능 면에서도 비슷한 시기에 개발된 M3 스튜어트, BT-7, 3호전차, 마틸다2와 비교했을 때 엔진 마력에서나, 주포의 관통력에서나, 장갑 면에서나, 기계적 신뢰성에서나 모두 최하위권에 드는 불쌍한 스펙을 자랑했습니다,

    안구의 쓰나미가 몰려오는 이 말도 많고 이 깔것도 많은 치하 전차를 본격적으로 갈궈 볼 시간입니다.

    치하는 왜 까이는가?

    1. 어설픈 디젤엔진

    이 치하가 희대의 엉터리 전차가 된 가장 큰 공신이 바로 이 저질의 디젤엔진이었습니다. 당시 일본에는 소형이면서도 고출력을 발휘하는 디젤엔진을 만들 기술력이 없었습니다. 결국 겨우겨우 170마력의 엔진을 만들어내기는 했지만, 자연스럽게 엔진이 무지막지하게 대형화되어 버렸습니다. 대형의 엔진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니 아무래도 장갑이나 좀더 강력한 포를 우겨넣는데 무리가 따랐고, 자연스럽게 치하는 유리장갑에 똥포를 다는 처지가 되고 말았습니다. 이하 일본산 디젤엔진에서 발생하던 차체 진동이나 시동 문제 등을 생각해보면, 디젤엔진이 연료소모가 적고 피격시 화재 발생률이 적다는 장점이 있기는 했지만 그것을 위해 일본은 너무 많은 것을 잃고 만 것이었습니다.

    2. 형편없는 주포

    치하의 주포는 57mm의 구경으로, 37mm의 독일과 미국, 40mm의 영국, 45mm의 소련보다도 대구경의 주포를 탑재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전차포의 관통력은 구경에서만 나오는 것은 아닙니다. 치하의 주포인 97식 유탄포는 겨우 18.5 구경장의 땅딸막한 포신이었고, 이는 유탄포로나 쓸모있는 똥포였습니다. (100m에서 30mm 관통, 500mm에서 20mm 관통.)
    일본 내에서도 개념인은 있었는지 노몬한에서의 교훈을 살려 일본 자국 내에서 가장 쓸모있는 47mm L/48 1식 대전차포를 장착하자는 의견이 나왔고, 실제로 반영되는 듯 했지만 보병지원전차라는 석기시대 개념에서 벗어나지 못하던 일본군은 이를 취소했다가 M3 스튜어트에게 치하가 형편없이 밀리자 그제서야 47mm 전차포를 장착하는 개조를 서두르게 됩니다.

    3. 저질 방어력

    전면장갑만 보겠습니다. 속력 때문에 장갑을 버리다시피 한 BT-7은 뺍니다.

    3호전차 H형 : 30~60(포방패는 37mm, 차체는 추가장갑 장착으로 60mm입니다.)
    M3 스튜어트 : 50.8mm
    보병전차 Mk.2 마틸다 : 78mm
    97식 중전차 치하 : 25mm


    25mm(......) 잠깐 눈물 좀 닦고

    4. 리벳 결합방식

    30년대 후반까지도 리벳 방식을 버리지 못한 2차대전 주 참전국은 이탈리아와 일본, 그리고 아직 전차기술의 초보단계에 있던 미국뿐이었습니다. 리벳 방식의 뒤쳐지는 생산성, 위험성과 일본이 치하를 개발한 지 1년만인 1938년에 용접 결합기술이 적용된 98식 경전차 케니를 개발했음을 생각해보면 왜 이를 5년이 지난 1943년에야 치하에 적용했는지는 의문일 뿐입니다.

    5. 극악의 신뢰성

    방금 디젤엔진에서 언급한 진동 문제는 제치고라도, 치하는 열대에서는 과열 문제로, 한대에서는 엔진 가열 문제로 끊임없이 말썽을 일으켰고, 일본제 크랭크축이 툭하면 부러져 잦은 정비와 관리가 필요했습니다. 거기다가 전후반에 생산된 일부 불량 치하의 경우 전륜을 고정하기 위해 무려 피아노선(!)을 사용한 관계로 장기 고속주행시 피아노선이 끊어저 전륜이 튕겨나오는 문제까지 발생해 일본 전차병들을 괴롭혔습니다.

    그리고 태평양전쟁, 지옥의 시작

    안그래도 동시대 전차에 비해 한수 접고 들어가는 치하에게 진정한 비극의 시간이 시작되었습니다. 치하는 처음에는 변변한 전차도 없던 말레이 반도와 필리핀 공략전에서 잠시 선전하는 듯 했지만, 곧 그 앞을 미국의 경전차 M3 스튜어트가 막아섭니다. 치하의 57mm 유탄포의 철갑탄은 30m 가까이 접근해 들어가야 스튜어트를 격파할까 말까 수준이었고, 이는 치하를 탄 일본 전차병들에게는 사형선고나 다름없는 사실이었습니다.


    M3 스튜어트. 최대 50.8mm의 전면장갑은 치하의 포탄을 모조리 튕겨내었고, 37mm M6 전차포는 치하의 전면장갑을 너무나도 쉽게 관통해 버렸습니다.


    일본군에 노획당해 즐비하게 진열된 스튜어트 경전차들, 그나마 일본군 사이에서 요긴하게 쓰이던 전차들이었지만 우리의 독립유공자 무라구치 렌야님의 활약으로 1944년 임팔 작전에서 대부분을 갈아드시고 맙니다.

    치하의 57mm 유탄포가 스튜어트에게 아무런 타격도 주지 못하고 무력화되자 이에 당황한 일본 육군성은 뒤늦게야 기존에 보류했던 47mm L/48 1식 대전차포용 포탑 개발을 서두릅니다.


    일본군의 회심의 카운터 펀치, 47mm L/48 1식 기동 속사포. 이는 일본 대전차포중에선 그나마 쓸만한 물건이었고, 측면을 노리면 셔먼도 잡을 수 있었기에 매복 작전에 자주 이용되었습니다.

    일본 육군성과 이에 닥달당하는 미츠비시 사의 눈물겨운 노력 끝에 마침내 치하에 47mm 전차포를 우겨넣는 개조가 완료되었고, 이는 97식 중전차 개(改) 신호토 치하로 명명되었습니다.


    47mm 전차포를 장착한 신호토 치하

    이 치하 개는 스튜어트를 어렵잖게 잡아내며 일본 육군성을 기쁘게 만들었지만,

    그것은 끝이 아닌 시작이었으니

    미국은 이 무렵 M4 셔먼 전차를 전장에 투입합니다. 서부전선에서 티거와 판터의 전공 셔틀일 뿐이었던 셔먼은 태평양에서 호랑이 없는 산골의 여우처럼 치하를 짓밟으며 태평양의 티거 노릇을 톡톡히 해줍니다.
    오죽 치하가 밀렸으면 셔먼을 조종하는 전차병들은 치하 격파시 킬카운트에 넣지도 않았다는 루머가 넷상에 떠돌 정도입니다.


    치하의 두번째 천적 M4 셔먼. 사진은 화염방사기를 단 개조형입니다,
    이제는 치하로는 답이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태평양전쟁 사례를 통틀어 치하의 47mm 주포가 셔먼의 전면장갑을 관통한 사례는 없다시피 하며, 반대로 셔먼은 근접했을 시 큐폴라에 장착된 M2 중기관총으로도 치하의 전면장갑을 관통하기까지 했습니다.


    이제 전차전력에서 미국을 능가할 방법이 없어진 일본은 그들이 해전에서 참패해 갔듯이, 여러 섬들을 둘러싼 혈투에서도 일방적으로 학살당하며 패배를 향해 한걸음 한걸음 나아가고 있었습니다.

    셔먼에 대항하기 위해 여려 전차들이 개발되었지만, 그들의 대부분은 '본토결전용'이라는 꼬리가 붙은 채 셔먼은 볼 틈도 없이 일본 내에 남아있었으며, 1945년 8월 태평양전쟁이 종전을 맞을 때까지 미국의 셔먼 전차를 막아내야 했던 전차는 치하와 몇 안되는 구축전차들뿐이었습니다.

    치하의 개량형과 파생형

    아무리 저질 성능의 모자란 전차라도, 치하는 엄연한 일본의 주력전차였고 그만큼 파생형도 많았습니다. 1942년 일본 육군성이 치하를 현대화하기로 결정했고, 현대화된 치하는 240마력의 미츠비시 100식 공랭디젤엔진과 최대 50mm로 강화된 장갑, 용접 결합방식을 도입하며 고폭/철갑탄에 대한 생존성과 기동력, 신뢰성이 대폭 늘었고, 년도가 아닌 순서별로 1식 중전차 치헤라는 제식명을 얻었습니다.(이후로 3식, 4식, 5식 중전차까지 이어집니다.)


    1식 중전차 치헤. 일본의 신형 중전차 중에서는 유일하게 실전을 경험한 전차지만, 3호전차 중기형 정도의 성능밖에는 발휘하지 못했기 때문에 등장한 시점인 1944년에는 이미 시대에 뒤진 모델이었습니다.

    그전까지 굴리던 똥전차 치하에 비하면 여러가지 발전이 있었지만, 치헤의 생산은 1943년 말에 시작되어 총 587량이 생산된 것이 고작이었고, 참전한 유일한 전투인 레이테 방어전에서도 치헤는 여전히 셔먼의 상대가 되지 못했습니다.

    생산량은 17량에 불과했지만, 치하를 상륙전차로 개조한 3식 상륙전차 카치가 실전에 투입되기도 했습니다.


    미군에게 노획된 3식 상륙전차 카치. 조그만 카미보다는 안전하고 속력도 별 변함이 없지만, 생산량이 너무 적은 것이 큰 흠이었습니다.

    치하를 지휘전차로 개조한 2식 지휘전차 시키나, 엔진을 240마력으로 교체하고 전차 회수차량으로 개조한 97식 전차회수차량 세리 등도 만들어져 부족하지만 자신의 임무를 충실히 수행했습니다. 이런 파생차량에 탑승해 임무를 수행한 일본 전차병들은 연합군의 밥이었던 치하 본차량보다는 나은 경우였을 듯 합니다.


    2식 지휘전차 시키, 이탈리아처럼 일본도 무전기를 우겨넣을 포탑공간이 충분치 않아 주포를 제거하고 대신 차체에 37mm 전차포를 장착했습니다. 다만 포탑을 아예 걷어낸 이탈리아의 그것보다는 모양이 낫군요.


    97식 전차회수차량 세리.

    치하는 처음 등장하는 시점에서도 타국의 전차보다 딱히 나을 것이 없는 그저그런 전차였지만 노몬한 사건이라는 거대한 교훈 앞에서도 대전차전용 전차의 필요를 무시했고, 해/공군에 지나치게 치우친 일본의 전략은 치하를 능가하는 후속전차의 개발에 늑장을 부렸습니다. 결국 태평양전쟁에서까지 주력전차로 쓰인 이 어설픈 디젤엔진과 형편없는 주포의 결합물은 스튜어트 경전차와 셔먼 전차의 애처로운 장난감 신세로 전락했고, '미군의 장난감'라는 불명예스러운 별명과 함께 오늘날 일본 밀리터리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언급하길 꺼리는 '일본 전차의 흑역사'로 남게 되었습니다.

    97식 중전차 치하/97식 중전차 개 신호토 치하 스펙

    모델:Type 97(Type 97 Special)
    중량:14800kg(15800kg)
    승무원: 4명(동일하다)
    엔진:Mitsubishi Type 97 / 12실린더 / 170마력(동일하다)
    속도:38km/h(동일하다)
    항속 거리:도로: 210km(동일하다)
    연료 용량:104 gallon(동일하다)
    전장:5.5m(5.55m)
    전폭:2.33m(2.33m)
    전고:2.23m(2.23m)
    무장:57mm L/18.5 97식 유탄포 & 2 x MG(47mm L/48 1식 전차포 & 2 x MG)
    1 x 7.7mm 97식 차재기관총 - 차체(동일하다)
    1 x 7.7mm 97식 차재기관총 - 포탑 뒷면(동일하다)
    탄약: 57mm - 120발(47mm - 114발)
    7.7mm - 2575발(7.7mm - 2575발)
    장갑: (둘 다 동일하다)
    포탑 전면: 25
    차체 상부 전면: 25
    차체 하부 전면: 17
    포탑 측면: 25
    차체 상부 측면: 20
    차체 하부 측면: 20
    포탑 배후면: 25
    차체 배후면: 20
    포탑 윗면/바닥면: 10
    차체 윗면/바닥면: 10/8
    포방패: 30

    1식 중전차 치헤 스펙

    중량: 17200kg
    승무원: 5명
    엔진: Mitsubishi Type 100 / 12실린더 / 240마력
    속도: 44km/h
    항속 거리: 도로: 130 mile
    연료 용량: 104 gallon
    전장: 5.73m
    전폭: 2.33m
    전고: 2.38m
    무장: 47mm L/48 1식 전차포 & 2 x MG
    (1 x 7.7mm 97식 차재기관총 - 차체)
    (1 x 7.7mm 97식 차재기관총 - 포탑 뒷면)
    탄약: 47mm - 134발
    7.7mm - ????발
    장갑: 8-50mm

    =====================================================================================================
    <치하의 배다른 자매!?>
    =====================================================================================================

    1930년대 중반까지 일본의 포병연대는 타국이 연대나 대대 규모의 차량화포병(트럭에 견인하는 야포 말입니다.)을 운용했던 것과는 달리, 그들 특유의 보병행군 전통을 유지하며 야포 운송도 보병들에 보조를 맞출 소와 말에 전적으로 의지했습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이후 일본군도 기계화부대를 지원할 포병의 필요를 느껴 차량화포병을 운용하게 됩니다. 하지만 야포를 견인하는 트럭이 평지라면 모를까 야지에서까지 전차를 따라잡기는 힘들었습니다.

    기존의 야포 운송 방식이었던 우마 운송도 야포의 중량이 늘면서 한계를 느끼게 되자 일본 육군성은 이 두 가지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기 위해 타 국가들에서도 막 개발이 시작되는 중이던 자주포 개발에 관심을 돌리게 됩니다.

    1식 포전차 호니와 1식 자주포 호니 2

    야포라면 둘째가라면 서러운 프랑스제 야포를 카피한 75mm 90식 야포를 치하에 장착하는 개조가 1939년 말부터 시작되어 1941년 중반에 시제차량이 생산되었습니다. 개발 과정에서의 포병과와 기갑병과와의 다툼 때문에, 이를 절충하기 위해 양측의 의견을 반영해 제식명은 1식 포전차 호니로 정해졌습니다.


    프랑스제 M1927 야포를 거의 불법적으로 자국화시킨 75mm 90식 야포. 원래 상당히 잘 만든 포인 데다가 일본산 야포로서는 처음으로(!) 머즐브레이크가 장착되고 포각과 사정거리가 늘어나는 등 일본군 자신들의 야포 노하우도 상당히 포함된 걸작 포였습니다.


    90식 야포에 트럭견인과 우마운송이 좀더 쉽게 하기 위해 타이어를 붙인 기동 90식 야포. 하지만 여전히 말이 끌기엔 부담스러웠기 때문에 일본군은 90식 야포를 자주화하기로 결정합니다.


    일본군의 첫번째 자주포 1식 포전차 호니. 주포인 90식 야포의 위력이 제법 쓸만했기 때문에 본래 목적인 자주포 외에도 대전차 임무 또한 자주 수행했다고 합니다.

    호니의 전체적인 외관은 치하의 포탑을 제거하고 차체와 상부구조물에 추가장갑을 장착한 형태였습니다.

    특히 포방패 부분은 50mm까지 장갑이 늘어나 전면의 경우는 오히려 치하보다도 생존성이 높았습니다.
    단 상대적으로 적병에 노출되는 일이 적은 자주포였고, 중량 또한 줄이기 위해 상부와 후방에는 장갑이 장착되지 않았습니다. 호니의 주포로 개조된 90식 야포는 머즐브레이크 때문에 오포연이 전투실 내에 차오르는 현상이 일어나는 것을 막기 위해 이를 제거했습니다.

    이 90식 야포에 1식 파갑유탄(철갑유탄인 듯 합니다.)을 사용하면 500m 거리 내외에서 M4A1 셔먼의 전면장갑도 관통 가능한 덕에 적 전차 저지임무에 투입되기도 했습니다. 치하의 차체로 생산되었기 때문에 이외 기동성이나 정비성 부분에서는 치하와 비슷했습니다.

    일본제 기갑차량 중에선 그나마 나은 성능의 물건이었지만 호니의 운명은 그 성능만큼 낙관적이지는 못했습니다. 1943년 11월부터 생산이 개시된 호니는 곧 자주포중대에 배속되어 필리핀으로 향했지만, 이를 실은 수송선이 상당수 격침되었기 때문에 일부만이 필리핀에서 미군과의 싸움에 투입되었습니다. 초반에는 포병대와 연계하여 미군 기갑부대를 저지해내며 선전한 호니였지만, 곧 미군의 공세가 맹렬해지며 결국 투입된 호니의 대부분이 파괴되고 맙니다.


    일본의 두번째 자주포 호니 2. 호니보다 좀더 대형의 105mm 유탄포를 사용했지만 포구초속이 낮아 대전차용으론 호니보다 못했기 때문에 자주포 본래 용도로만 사용되었습니다.


    호니2의 주포였던 105mm 91식 유탄포

    호니 외에도 치하에 105mm 91식 유탄포를 장착한 1식 자주포 호니 2가 개발되었고, 이 또한 소량이지만 생산되어 실전을 겪었습니다.
    이들 호니 자주포들은 필리핀 외에도 버마와 중국전선에도 일부 투입되었습니다. 호니와 호니 2의 생산량은 둘을 합해 총 138량으로, 세모벤테 차량을 적극적으로 이용한 이탈리아와는 많은 면에서 대조되는 모습입니다. 하지만 구 일본군의 주력전차였던 치하가 제몫을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미군의 전차들을 상대로 그나마 상황을 수습했던 것은 일본 내의 본토결전용 신형전차가 아닌 바로 이 호니 자주포들이었습니다.

    본토결전용 대전차 자주포, 3식 포전차 호니 3

    1식 포전차 호니가 비록 M4A1 셔먼을 격파 가능하다곤 해도, 본래 야포로 사용되는 자주포를 대전차용으로만 돌려쓰는 것은 문제가 많았기 때문에 1944년부터 호니에 3식 중전차 치누에도 쓰인, 90식 야포의 전차탑재용 개조형인 75mm 3식 전차포를 탑재한 호니 3이 개발되어 생산체제에 돌입했습니다.

    일본군에 처음으로 본격적인 대전차 자주포가 탄생하는 순간이었지만, 치누가 그랬듯 이 3식 포전차도 본토결전의 굴레를 벗어나지는 못했고, 결국은 약 60량에서 100량 정도 생산된 이 호니 3도 결국은 본토결전 드립의 떡밥으로나 남게 되었습니다.


    일본의 또 하나의 본토결전 떡밥으로 남은 3식 포전차 호니 3. 치누나 호니 3이나 포의 성능은 그게 그거인 만큼, 대전차 자주포라고 부르기도 민망하지만, 일본군이 대전차 자주포라니 그렇게 불러줘야죠.

    열도 최강 자주포, 4식 15리 자주포 호로

    호니 시리즈의 성공에 고무된 일본군은 독일의 자주중보병포였던 1호 돌격전차 비존이나 다른 중자주포인 그릴레 등에 영향을 받아 자신들의 대구경 야포인 150mm 38식 유탄포를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97식 중전차 치하의 차체를 이용해 자주화하려 시도합니다.

    놀랍게도 1944년 7월 개발이 시작된지 한 달만에 1944년 8월 개발이 완료되어 시제차량이 등장해 4식 15리 자주포 호로라는 제식명을 받았습니다. 호로의 구조는 호니와 마찬가지로 전투실 상부와 후방이 개방된 형태였지만, 조금이나마 방어력이 증증강된 호니 패밀리와는 달리 중포를 탑재한 덕이 전투실 정면조차 고작 25mm에 불과했습니다.

    그러나 자주포였기 때문에 낮은 방어력 정도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고, 실제로 독일의 성공적인 자주포들도 방어력은 총탄만 막아낼 수준이었습니다. 당시 미군의 전차들을 막아낼 수단이 부족했기 때문에, 이 호로에도 대전차공격이 용이하도록 직접조준기가 장착되었습니다.


    4식 15리 자주포 호로. 일본 자주포 중에서는 제일 그럴듯한 물건인 듯 합니다.

    하지만 호로의 생산량과 활약은 언니들인 호니 자매들보다도 더욱 초라했습니다. 1945년 1월 3량의 호로(그나마 1량은 수송중에 공습으로 꼬르륵...)만이 필리핀 방위전에 투입되어 미군에게 많은 피해를 입혔지만 결국은 전부 격파당하고 말았습니다. 이외 본토결전용으로 생산된 호로의 양은 총 12량에 불과하니. 말 다한 것이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일본의 자주포는 일본 나름대로의 기술로 개발되어 전장에서 미미하게나마 활약하기도 했지만, 그들의 동맹국인 독일과 이탈리아에 비하면 심히 민망할 정도였습니다. 그들 자신의 전차보다도 나은 가능성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소량생산에 그친 것을 보면, 역시 병기는 병기 그 자체보다는 사용하는 사람에 따라 제 위력을 발휘하지 않나 싶습니다.


    1식 포전차 호니 스펙

    중량: 15900kg
    승무원: 5명
    엔진: Mitsubishi Type 97 / 12실린더 / 170마력
    속도: 38km/h
    항속 거리: 도로: 210km
    연료 용량: 104 gallon
    전장: 5.90m
    전폭: 2.33m
    전고: 2.39m
    무장: 75mm L/38 90식 야포
    탄약: 75mm - 54발
    장갑: 8-50mm

    3식 포전차 호니 3 스펙

    중량: 16100kg
    승무원: 5명
    엔진: Mitsubishi Type 97 / 12실린더 / 170마력
    속도: 38km/h
    항속 거리: 도로: 210km
    연료 용량: 104 gallon
    전장: 5.90m
    전폭: 2.33m
    전고: 2.39m
    무장: 75mm L/38 3식 전차포
    탄약: 75mm - 20발
    장갑: 8-50mm

    4식 15리 자주포 호로 스펙

    중량: 15500kg
    승무원: 6명
    엔진: Mitsubishi Type 97 / 12실린더 / 170마력
    속도: 38km/h
    항속 거리: 도로: 160km
    연료 용량: 104 gallon
    전장: 5.52m
    전폭: 2.33m
    전고: 2.36m
    무장: 150mm L/12 38식 유탄포
    탄약: 150mm - 28발
    장갑: 8-25m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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