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줄거리 : 아일랜드에 위치한 바크셔라는 평화로운 동네에서 사람들이 잇따라 실종되거나 의문사하는 사건들이 연이어 발생한다. 여기에는 바크셔를 상징하는 가문인 메릴랜드도 얽혀 있었다. 쇠락한 명문가인 메릴랜드의 마지막 후손인 메릴랜드 부인이 사망한 것이다. 이후 부인이 아껴온 그의 아들(제임스)과 딸(데일리)은 이 사건을 파헤치고 그녀의 원수를 갚을 것을 천명한다. 촌장인 로럼스는 괴물의 정체와 그 발표를 두고 장로단과 심각한 갈등을 빚었다. 장로단을 교묘히 거스르고 마을 사람들을 도우려는 로럼스에게 그의 동생인 데이비슨이 접근한다. 데이비슨은 자신이 부리는 폭력 단체인 '와일드' 단원들을 데리고 사람들의 눈을 속이는 거대한 연극을 도모하는데, 그 와중에 진짜 괴물이 나타나 데이비슨의 연극에 동원된 소년들이 모두 사망한다. 분노한 데이비슨은 괴물의 자취를 쫓아 숲으로 사라져 그대로 실종된다. 이상한 예감이 들어 로럼스와 그의 아내는 숲을 찾아왔는데, 그러던 중 괴물의 습격을 받아 아내가 죽고 만다. 로럼스도 위기에 빠진 그 순간, 빈스를 포함한 와일드 단원들의 도움을 받아 구사일생으로 살아난다. 이렇게 도망치던 중 이들은 괴물 새끼들을 맞닥뜨리고 결국 많은 동료들이 희생된 끝에 빈스와 로럼스만 가까스로 숲에서 빠져 나오게 된다. 그리고 빈스는 제임스에게 도움을 청할 결심을 하게 되는데....
13.
오후 2시. 데일리는 제임스가 일하고 있는 목공소를 찾아 왔다. 문을 살짝 열어 안을 살피니 다행히 사람들로 북적이지 않았다. 그녀는 좋은 소식을 전하기에 최적의 타이밍이라고 생각했다. 손님이야 많을수록 좋지만, 지금 그녀가 원하는 사람은 오직 제임스 한 사람이었다.
매니먼 시내의 정 중앙에 위치한 제임스의 목공소는 늘 사람들로 가득 들어 찼다. 특히 제임스는 사람 크기만 한 옷장을 만드는데 (그리고 수리하는데) 탁월한 솜씨를 지녔는데 얼마 전에는 매니먼 시의 시장의 아내가 직접 와서 옷장의 제작을 부탁하기도 했다.
데일리는 그런 남편이 자랑스러워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그 말을 들었을 때 얼마나 기뻤던지. 데일리는 남편의 손을 붙잡고 침대를 방방 뛰며 어린 아이처럼 좋아했다. 어렸을 때 그녀의 인생은 불행으로 가득 찼지만 지금 그녀의 인생은 행복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녀 스스로 신기할 지경이었다. 좋은 일과 좋은 일들의 연속.
“안녕 자기 나 왔어!”
데일리가 눈웃음을 치며 문을 열고 들어 왔다. 하지만 제임스는 심각한 표정으로 전화하다 그녀에게 손바닥을 내보일 뿐이었다.
“내 아내가 지금 들어왔네요. 아니요, 내 아내는 가지 않을 겁니다. 좋습니다, 좋아요. 오늘 저녁까지 도착하도록 하죠.”
제임스는 수화기를 내려놓고 그녀를 쳐다 보았다. 그의 얼굴엔 데일리가 여태 보지 못 했던 수심이 가득 어려 있었다. 데일리는 그에게 다가섰다.
“무슨 일이야?”
“믿지 못 하겠지만 잘 들어. 바크셔에 괴물이 있대. 그 괴물이 우리 어머니를 죽인 거래.”
“세상에.”
데일리는 하마터면 주저앉을 뻔 했다.
“그래서 그들이 내 도움을 필요로 해. 바크셔 호수의 주인인 메릴랜드의 후계자가 와서 일을 해결하는 편이 좋지 않겠냐고 말하더라고.”
데일리는 침묵했다. 그들이 왜 이런 말을 했는지, 그리고 제임스가 어떤 굳은 결심을 내렸는지 잘 알았기 때문이다. 어머니의 원수를 갚고자 하는 마음과 메릴랜드라는 이름의 자격을 가질 수 있다는 마음과 남편을 걱정하는 마음이 속에서 싸우기 시작했다. 마음이 아파 데일리는 눈물을 뚝뚝 흘리기 시작했다. 제임스가 당황한 표정으로 그녀의 어깨를 붙잡았다.
“자기야 왜 그래?”
“그래서 자기는 그 곳에 가겠다는 말이지? 그렇지?”
울면서 데일리가 말했다.
“꼭 가야 하는거야? 어머니는 복수보다도 우리가 안전한 것을 바라실거야. 이대로 우리 여기 매니먼에 남아있자. 나 왠지 불길한 예감이 들어. 괴물이건 뭐건 바크셔건 아일랜드건 나는 자기가 제일 소중해.”
“이런, 자기야.”
제임스가 데일리를 안았다. 안은 채 그는 입을 열었다.
“릴리(바크셔 호수에 메릴랜드 부인이 붙인 애칭)는 자기와 나의 유일한 동생이야. 나는 밤마다 꿈에서 깨곤 해. 릴리가 비명을 지르는 소리를 듣고.”
제임스가 슬픈 표정으로 말을 이어갔다.
“나는 그 비명 소리를 외면할 수 없어. 와일드니 데이비슨이니 하는 망나니들, 우리를 싫어하는 사람들로 가득하지만 그래서 그들은 아직도 우리를 어머니의 아들 딸로 인정할 생각조차 하지 않지만 나는 가야해. 메릴랜드로서.”
“그럼 나도 갈래.”
“자기는 남아 있어줘. 부탁이야.”
“나야말로 부탁이야.”
데일리가 제임스의 품에서 빠져나와 팔을 흔들며 소리쳤다.
“자기가 없으면 나는 그 순간으로 죽은 목숨이야. 나 혼자 여기서 어떻게 버티란 말야. 당신이 죽었는지 살았는지 그 괴물과 직접 맞닥뜨리지는 않는지 어떻게 아느냔 말야? 그게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알아?”
데일리가 다시 울음을 터뜨렸다. 제임스는 그런 그녀를 잠자코 바라봤다. 갈등 끝에 제임스가 입을 열었다.
“그래. 가자.”
그녀가 달려와 다시 그의 품에 안겨 울기 시작했다. 그런 그들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로라가 목공소의 팩스로 보낸 호수의 괴물의 정보가 담긴 종이들이 쏟아져 들어오기 시작했다.
“정말 섬뜩하다.”
“자기야. 자기만 보지 말고 나한테 읽어줘.”
“알겠어. 이 괴물은 뱀의 목에 사람의 얼굴에 거미의 몸을 가졌으며... 정부에서 파견된 조사관들 추측에 따르면 이 괴물은 괴물 자체보다도 사람들의 공포심을 자극하려는 의도에서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존재래.”
바크셔로 향하는 자동차 안에서 데일리가 말했다. 운전을 하며 제임스는 그 이미지를 머리 속으로 떠올리기 위해 노력했다.
“그리고 이 괴물을 찾기 위해 조사관들은 아침부터 헬기를 동원해 숲과 호수를 조사했고 음파 탐지기를 동원해 호수 가장 밑바닥까지 조사했다는 거야. 그런데 괴물의 형체조차 찾지 못 했고.”
놀라 말문이 막힌 데일리가 손을 자신의 입에 가져다 댔다.
“뿐만 아니라 강에 있던 모든 고기들이 사라졌다네.”
“정말 비극적이군, 정말 비극적이야. 어떻게 이런 일이.”
“게다가, 게다가 어제는 소년들까지 희생됐나봐.”
“왜 언제나 더러운 욕심들에 죄 없는 어린 아이들이 희생되곤 하는지 모르겠군,”
제임스가 분노로 이를 갈았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모든 상황들을 머리 속에서 정리해 나갔다. 보고서를 들춰보던 데일리가 숨을 삼키는 소리를 냈다.
“어제는 정말 충격적인 일이 있었나봐. 이 것들이 생식을 할 수 있는 모양이야. 어제 괴물의 새끼들을 발견한 것 같아.”
순간 제임스가 고개를 돌려 데일리를 바라봤다.
“그 건 기회가 될 수도 악몽이 될 수도 있겠네.”
“무슨 뜻이야?”
“아직은 제대로 표현하지 못 하겠지만, 생각이 정리되면 말해줄게. 길이 울퉁불퉁해지는 것을 보니 바크셔에 다 와 가는 것 같아.”
제임스가 다시 고개를 앞으로 돌려 운전에 집중했다.
“생식.. 새끼.. 그 괴물도 엄마의 마음이 있을까?”
데일리가 혼잣말을 하듯 조용히 중얼거렸다. 그녀는 자신의 배를 쓰다듬었다. 오늘 그녀가 전하고자 했던 기쁜 소식의 주인공이 자궁 안에 담겨 있음을 데일리는 조용히 느꼈다. 슬픔과 기쁨이 뒤섞인 묘한 감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