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이불이 흠뻑 젖었다. 방 안이 달달한 비린내로 가득 차 있었다.
얼마나 많이 흘렸는지 등까지 축축해졌다.
시계를 보니 다행히 집에 아무도 없을 시간이었다.
젖은 옷과 이불을 세탁기에 넣고 욕실로 가는 길,
젖꼭지에서 뜨거운 국물이 뚝뚝 떨어졌다.
가슴이 돌덩이처럼 꽉 뭉쳐 아팠다.
살살 주물러 주니 유두가 빳빳히 고개를 쳐들고 젖을 쏘아
욕조에 붙은 돌고래 스티커를 명중시켰다.
젖을 계속 짜내도 가슴이 가벼워지지 않았다.
순간 녀석의 작은 입이 생각났다. 그래, 빨아줄 사람이 필요했다.
구하기 어렵진 않았다.
'가슴 빨아줄 사람 급구'하고 채팅방을 만들자 금방 쪽지가 수십 건이 쌓였다.
그 중 20만원을 주겠다는 남자와 만났다.
내 옆에 엎드려 젖을 빠는 남자의 모습이 낯설지 않았다.
이 사람을 내가 전에 만난 적이 있을까?
혹시 녀석의 아비가 이 남자일까?
아무렴 어떤가.
자꾸 남자의 앞니에 젖꼭지가 닿아 아팠다.
이가 없는 녀석의 입이 필요했다.
녀석은 아직 그곳에 있을까?
남자가 준 20만원으로 마트에서 사골을 사 집으로 돌아왔다.
현관에 남자 구두가 놓여있었다.
집 안에 술 냄새가 진동했다.
내 몸의 반을 만든 아비가 소파 위에서 술병과 함께 널브러져 있었다.
사골을 찬 물에 담가두고 방으로 들어갔다.
술냄새 때문인지 숨이 막혔다.
나를 낳자마자 집을 나간 어미는
지금 어디 있을까?
그녀의 뱃속도 이리 덥고 답답했을까.
그렇다해도 차라리 나오지 말았어야 했다.
바깥 세상은 너무 춥고 외롭다.
다시 그녀의 뱃속으로 들어가고 싶다.
그녀가 나를 잊지 못하게 그녀의 인생에 탯줄을 꽂고 싶다.
그녀의 뱃속에서 끊임없이 노크하고 싶다. 녀석이 그랬던 것처럼.
딸은 어미 팔자를 닮는다더니.
나도 녀석과 같은 신세다.
지금 캐비넷에 유기되어 있다.
초인종이 울렸다.
나는 이불을 머리 끝까지 올려 덮었다.
"수영양 아버지 되시죠? 노원역 캐비넷에서 영아 사체가 발견되서요. CCTV에 수연양이 찍혀있더라구요."
"수연이가요? 그럴리가..."
오랜만에 듣는 내 이름이다.
이불 속에서 몸을 태아형으로 웅크렸다.
가슴이 무거워졌다. 또 앞섶이 젖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