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삼성 서울병원과 그리 멀지 않은 곳에 근무합니다.
메르스가 다른 사람 이야기 같겠지만, 제게는 그리 느껴지지 않습니다.
주변에 확진자가 많은 상황이고, 그렇게 안전하게 느껴지지도 않는 위치니까요.
저는 아직 젊습니다. 30대이기도 하고, 체력도 나쁜 편은 아니기에 아마 감염되어도 어느 정도 앓다가 완치되겠지요.
그러나 제 주변사람들은 꼭 그렇지 않습니다.
당장 저희 어머니만 해도 60대이시고, 호흡기 질환에서 자유로운 분은 아닙니다.
꼭 어머니만 아니어도 호흡기가 약하다거나, 지나다니면서 마주치는 많은 분들은 어느정도 위험에 노출되어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 자신보다는 주변에 위협을 가할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 마스크를 씁니다.
어제, 회사에서 마스크를 지급해주었습니다.
1인당 1매씩, 3M에서 공급한 그 표준규격 마스크입니다.
그리고 퇴근길, 회사에서 근무하는 경비 선생님과 평소처럼 인사를 나누는데, 그 분에게는 마스크가 없어보였습니다.
여쭤보았습니다. '마스크 지급 안 받으셨어요?'
들려오는 답변은 '아유.. 아직 우리같은 사람들 한테는 그런거 없어요...' 였습니다.
순간 아찔하면서도 안타까웠습니다.
전 아직 젊고 어찌보면 꼭 필요하지 않지만, 경비 선생님은 그렇지 않습니다. 이미 은퇴하실 나이에 누구보다 먼저 조심해야하고.
설상가상으로 사무실 안에서 제 자리에 앉아 근무하는 저보다 더 많은 사람들과 접촉해야하고, 위험에 노출된 분입니다.
이런분들에게 마스크가 지급되지 않다니. 하는 생각에 든 생각이 아까 지급받은 마스크였습니다.
두 번 생각하지 않고 지급받은 마스크를 건네드렸습니다. '이거 쓰세요.'
'고마워요, 잘 쓸게요.' 라고 답하는 경비 선생님에게 가볍게 목례를 하고, 전 제가 준비한 마스크를 썼습니다.
강남구 보건소장은 이야기했습니다. 고작 치사율 5% 내외의 병을 가지고 뭘 그러느냐고.
전 되묻고 싶습니다. '당신 가족이 그 5%에 들어가면 어떻게 할거냐?'라고.
누군가에게는 사망자 1명이 단순한 수치일 지 모르지만, 그게 내 가족, 내 친구, 나 자신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내가 안전한 상태라고 해서 안전하지 않은 다른 사람을 배려하지 않는 이기심이 온당하다고 보지는 않습니다.
부디 조심하시고, 현재 확진된 분들의 무사 쾌유를 빕니다.
사망자가 더 없길 빌며 이만 줄입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