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글의 초점은 자그마치 10년 전 이야기에 맞춰져 있습니다. 기억도 가물가물하고 지금이랑은 많이 다름.
※ 사실 당시에도 까일 거리는 꽤 많았는데... 과거는 미화되기 마련 아니겠습니까. (-_-*
퍼스트 제너레이션, 여신강림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여신 강림이 아니라, 마비노기가 오픈베타2시간의 악몽에서 상용화가 되고 난 직후의 여신강림이요. (-_-+
우선 마비노기 G1을 처음 실행했던 시점부터 회상해보겠습니다.
1. 어릴 적 할머니가 들려주신 옛 전설
오픈베타 때부터 쭉 타이틀 자리를 지켜온(가끔 빠지기도 했지만), 마비노기의 상징, 어릴적할머니가 이하생략입니다.
처음 마비노기를 실행했을 때, 유저가 가장 처음 접하는 것은 마비노기 문양이 들어간 심플한 타이틀 화면,
그리고 바로 수 없이 편곡된 이 곡이었습니다.
오픈베타 때의 오리지널에서 가장 처음으로 편곡된 곡이었던 이 곡은 처음의 잔잔한 피아노 선율에서
분위기가 반전해서 귀염둥이 기웃기웃의 샘플링이 잠깐 나오고 이후 오픈베타 때의 원곡으로 다시 돌아가는 구조였습니다.
이미 수없이 타이틀 화면에 접속하고30초팅 플레이했던 당시 유저들에겐 이 곡은 마비노기의 시작을 상징하는 곡이었죠.
2. 메인스트림의 인도자, 나오.
G3가 나오기 전까지 쓰였던 포트레이트 일러스트입니다.
지금 일러스트가 예쁘고 세련된 가슴이 훨씬 커보이는 모습이긴 했지만 특유의 신비하고 나긋나긋한 느낌은 이쪽이 더 강하지 않나 싶네요.
타이틀 화면을 거쳐 캐릭터를 생성하면 아무것도 없는 하얀 장소에 덜렁 남아있죠.
지금에서야 뻔하지만 당시에는 굉장히 참신한 시작이었습니다.
뭘해야될지도 알쏭달쏭하고 있는데 그곳에 검은 옷을 입은 신비한 분위기의 가슴쩔어 소녀가 휘리릭뽕하고 나타납니다.
처음 시작하는 유저들에겐 심히 강렬한 임팩트를 선사함과 동시에 낯선 곳에서 말그대로 자신을 인도해주는 존재가 나타난 셈이죠.
셰익스피어가 나오고 나서 밝혀진 사실이면서 이전에도 은근히 묘사되었던 내용이지만,
"현실"의 우리가 마비노기 클라이언트로 소울스트림에 접속하고, "에린"에서 밀레시안으로서 판타지 라이프를 살아가게 됩니다.
지금은 다소 그 의미가 퇴색지만, 당시에는 한창 "판타지라이프"가 마비노기의 아이덴티티였었죠.
그 에린의 세계로 나아가는 관문으로서 소울스트림의 인도자를 처음으로 만나게 되는건 어찌 생각하면 당연한 귀결이었습니다.
3. "게임이 너무 쉬우면 재미없습니다."
마비노기의 아버지라고 할 수 있는 "나크(김동건 프로듀서)"의 명언입니다.
지금도 나오는지는 모르겠는데, 학교에서 레이널드 앞에 있는 허수아비를 치면 나오는 대사였죠.
그리고 초창기 G1은 이 한마디에 완벽하게 부합하는 난이도였습니다.[...]
오픈베타 때는 환생이고 뭐고 없었던데다,
G1 당시 환생은 일주일 마다가 아니라 20세 이후부터 "최소 6600원의 캐릭터 카드를 사용해서" 가능했었죠.
더군다나 경험치 테이블은 지금하고 비교도 안될정도로 가파랐고,
저 세상으로 가기 위해 "다른 세상의 씰브레이커"를 따기 위해선 레벨 40이상, 삼하인이라는 조건이 있었습니다.
삼하인 자체가 저승과 이승의 경계가 희미해지는 시기를 뜻하니 얼추 당위성도 있었죠.
지금이야 경치 쩌는 몹들도 많으니 몇분만에 간단하게 40렙정돈 찍습니다만,
그 당시에는 정말 높디 높은 장벽이었습니다.
그러니 G1을 빨리 클리어하고 싶은 사람들은 결국 환생을 포기할 수 밖에 없었죠.
결국 당시에 글라스 기브넨을 잡았던 사람들은 누렙 40 ~ 좀 높으면 70 아주 높아도 누렙 100이 좀 안되는 정도 였습니다.
스킬도 마법은 아파라 3볼트, 스매시, 디펜스, 카운터 어택, 윈드밀 정도.
더군다나 저 세상으로의 통행증을 받기 위해선 당시 현재 레이드 몬스터보다 드물게 나오던
"거대 하얀 늑대", "거대 오거" 등의 필드보스를 잡았어야 했습니다.
G1 초창기에 통행증을 받기 위해서 그 많은 사람들이 어떤 전쟁을 벌였느냐는 말할 것도 없죠. (-_-;;
더욱 난감했던건 알베이 던전의 검구 던전이었습니다.
여신상도 없는 던전이라는 압박감이 ㄷㄷ했었습니다. 나오도 안되고...
오픈베타까진 팅몹이 없었기 때문에 당시만해도 베어울프,
갑주 스켈레톤 등의 팅몹이 나오면 대처법을 잘 모르는 유저들이 많았었던데다,
스펙도 한방 맞으면 운좋으면 사는 정도였기 때문에 정말 하드코어했습니다.[...]
당시 상황은 믿음의 노답보다 더 심각했었거든요.
전 8명이서 2~3시간 걸려 은구던전 간신히 깼는데 제 검구조각 스틸해간 놈 이름이 아직도 잊혀지지가 않네요. ㅡㅡ
그렇게 어떻게든 모아서 검은 구슬을 만들어도, 검구 던전 안에서 죽으면
으아아아!!! 다시 모아야한다!!!!!
지금 생각해보면 여신의 통행증의 존재는 데브캣의 일말의 자비였을지도 모릅니다.
그도 아니면 자기네들도 최종전으로 싸워보고 이건 아니다 싶었던지.
그런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4. 비교적 합리적이고 적절했던 스토리 진행과 복선
지금이야 유저 편의를 위해 메인스트림이 툭툭 칼질되서 눈치채기 힘든데,
당시 강제로 여유롭게(퀘스트 하나 클리어 하면 다음 퀘스트까지 현실시간 하루가 필요했습니다.) 플레이했을 때는
허점이 없는건 아니었지만 이후 메인스트림이 기대될만큼 스토리 완급 조절이 괜찮았습니다.
마지막 엔딩 크레딧에서 나오가 마우러스를 끌어안는 장면이나, "Special Thanks to 유저"가 뜰 때는 이펙트가 상당했죠.
"이게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는 의미에서 좀 더 허들이 낮아진 측면도 강하긴 했지만, 충분히 납득할만한 스토리였습니다.
5. 최종무곡
그리고 그 처절한 스토리의 화룡점정을 찍은 것이 바로 이 길이 남을 명곡 '최종무곡'입니다.
지금이야 중마 한방, 스매 한방 맞으면 뻗어버리는[...] 련약한 기브넨이지만.
당시 제 경우에도 기브넨만 너댓번 도전해서 간신히 클리어했을 정도로 과연 '최종보스'에 걸맞는 난이도를 지니고 있었습니다.
기브넨을 유인해서 벽에 끼게 한다. → 소환된 가고일을 잡아 충분한 량의 봉인의 스크롤을 얻는다.
→ 다 얻어졌으면 소환된 가고일 한마리를 유인해서 구석에 짱박아 놓는다. → 봉스 태우면서 미친듯이 딜링.
이것이 그 때의 프로세스였죠. _(:Q/ㄴ)_
그리고 '최종무곡' 마비노기 제너레이션의 시작과 끝을 상징하는 곡으로 이 곡만큼 어울리는 곡이 있을까 싶네요.
함께 유저들이 긴장하고 보스룸을 열었을 때,
박력있는 글라스기브넨사실 모르간트의 등장과 울려퍼지는 강렬한 BGM은 그야말로 '최종장'에 적합한 그것이었습니다.
특히 후렴구와 후반부에 반복되는 더 없이 적절한 "소원"과 "어릴 적 할머니가 들려주신 옛 전설"에 나왔던 그 프레이즈가 나오는 연출은
그야말로 "시작"과 "끝"을 상징하는 데 토퉐뤼 풔풱투한 곡이었습니다.
상처투성이 전투를 끝내고 뒤의 내용을 암시하면서 올라오는 엔딩 크레딧.
그리고 엔딩 크레딧 후반부에서 다시 한번 울려퍼지는 마비노기의 테마곡, "소원"
사실 일부러 렙제를 높이거나 '필드 보스 사냥', '퀘스트를 진행하려면 현실 시간으로 하루를 기다려야함'
등 불편한 점도 많고 까일 점도 많지만, 스토리 진행이나, 연출면에 있어서
확실히 첫 상용화와 메인스트림만큼 기합을 뙇 준 것이 보였던 훌륭한 완성도였던 것 같습니다.
인터넷 돌아다니다가 우연히 최종무곡을 듣고 감성 돋아서 써봤네요 _(:Q/ㄴ)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