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유에 가입한 이후로 처음으로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오유에 쓰는 첫 글이 좋은 내용이어서 정말 다행이네요.
단지 제가 글쓰는 재주가 없어서 오늘의 놀라운 일이 잘 전달될지 모르겠네요.
제목 그대로 제 여자친구가 송중기씨에게 선물을 받았습니다.
송중기씨의 친필 싸인이 담긴 늑대소년 DVD Special limited edition.
정말 생각하지도 못했는데 너무나 뜻밖이라 너무 놀라웠습니다.
여자친구도 분명히 좋아하고 있을겁니다.
여자친구에게 온 선물이지만 직접 받을 수 없어서 제가 대신 받을 수 밖에 없지만 분명히 기뻐하고 있을겁니다.
그 모습을 제 눈으로는 볼 수는 없지만요.
제 여자친구는 말기 대장암 환자로 1년 반 동안 투병하고 올해 1월 초에 소천하였습니다.
여자친구가 떠나기 약 한달 전 쯤
병원에서 한달 정도 남았다는 얘기를 듣고 전 완전 정신을 놓았었습니다.
말기 대장암을 진단받고 지금까지 투병 기간 1년 반...
1년 전에 완치는 불가능하다는 얘기를 들었고
솔직히 어느 정도 마음은 먹고 있었는데도 막상 한달이란 얘기를 들으니 진짜로 암담하고 무서웠습니다.
당시에는 정말 뭘 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했습니다. 뭔가 해야하는데 해야만 하는데...
어떻게든 살아보겠다고 발버둥쳐온 여자친구에게 해줄 수 있는건 더 이상 없다고 생각하니 절망 밖에 없었습니다
막막한 상황에 제 사정을 잘 알고 있는 친한 형님과 만나서 앞으로 어떻게 해야할지 얘기 하고 있던 중 불현듯 생각 하나가 들었습니다.
남은 기간이라도 그 아이가 웃을 수 있도록 행복 해 할 수 있도록 만들어줘야겠다.
뭔가 놀라운... 선물을 주자.
그 아이가 정말로 만나고 싶어했던 사람을 만나게 해줘야겠다.
그 아이가 그렇게도 좋아했던...
유일하게 좋아했던 배우...
송중기...
지금 생각해 보면 정말 뜬근 없었지만
그 때에는 송중기씨를 만나게 해줘야 겠다는 생각이 갑자기 들었습니다.
제 여자친구는 송중기씨의 팬이었습니다.
송중기씨가 나온 드라마, 영화는 몇 차례 반복해서 보고 또 봤었습니다.
대부분의 대사는 다 외우고 무슨 장면이 어디어디에 나오는지... 기억력도 좋은편이라 관심도 없는 저에게 자주 얘기 해줬습니다.
전 사실 여자친구를 만나기 전에는 송중기씨에 대해서 전혀 관심이 없었습니다.
송중기씨에게는 죄송하지만 저에는 잘 생긴 배우.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습니다.
여자친구에게는 지금에 와서도 정말 미안한 얘기지만 '늑대소년'이 개봉 했을 때도 여자친구랑 한번도 같이 본적이 없었습니다.
제가 별로 관심없어 하는걸 아는지 여자친구는 저한테 같이 보러 가자는 얘기 조차 안했었습니다.
혼자서, 친구랑, 또 혼자서, 또 친구랑 나중에 DVD 개봉 후 보고 또 보고...
이제와서 보면 송중기씨 나온 영화 중에서 늑대소년을 제일 좋아했을겁니다. (드라마는 성균관 스캔들이었습니다.)
좋아한 이유는 정말 명료했습니다.
잘생긴 외모 (+ 착해보이는 얼굴)
정말 순수할 정도로 외모 그 하나만으로 제 여자친구는 송중기씨의 광팬이었습니다.
훗날 송중기씨의 훌륭한 연기력이 외모보다 더 중요한 이유라고 우기기도 했지만 지금 다시 생각해봐도 역시 잘생기고 착해보이는 외모가 1순위 이유였던 것 같습니다.
다른 연예인에는 눈꼽만큼도 관심 없는 여자친구가 송중기씨만 좋아하는 모습이 너무 웃겨서 별로 싫지는 않았습니다.
그냥 그 아이가 송중기씨에 열광하며 좋아하는 그 모습이 좋았던것 같습니다.
송중기씨를 만나게 해줘야 겠다. 아니면 최소한 응원의 편지라도 받아야 겠다고 생각하고 편지를 쓰기로 마음먹었습니다.
바로 다음에 있는 송중기씨 팬클럽 카페에 가입하여서 군부대 주소를 알아냈습니다.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남자 팬클럽 커뮤니티에 가입하였습니다.)
운이 좋아서 얼마 전까지는 군부대 주소를 공개 하지 않았었는데 얼마 전부터 공개된 주소를 바로 확인 후에 그날 밤 바로 편지를 썼습니다.
워드로 쓰면 정성이 없어 보일까봐 손으로 정성껏 열심히 썼습니다.
제발 이 편지가 잘 전달될 수 있기를, 수많은 팬들의 이쁜 편지 중에서 밋밋하기 그지 없는 하얀 봉투에 담긴 제 편지가 제발 송중기씨에게 전달되어 읽힐 수 있기를 기도했습니다.
그날 밤 저 뿐만 아니라 여자친구의 다른 친구도 송중기씨에게 편지를 썼고 또 다른 친구는 기획사에 메일을 보냈습니다.
친구 좀 한 명이 송중기씨에게 오는 편지가 너무 많아서 다 읽지도 않는 다는 얘기를 듣고 살짝 좌절하기도 했지만 전 일단은 믿어보기로 했습니다.
그 후 한달 후 시간이 지났고 병원에서 얘기한 것 처럼 제 여자친구는 저희의 곁을 떠났습니다.
여자친구의 마지막을 옆에서 지키고 떠난 후 정리하느라 1월은 정신 없이 보내면서 송중기씨에게 보낸 편지는 저에게서 잊혀져갔습니다.
아니, 그냥 포기했습니다.
친구의 말대로 그 많은 편지에서 제 편지가 읽힐것 같지도 않고 이미 제 여자친구도 저희 곁을 떠났으니 의미는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오늘.
제가 사는 곳 택배 보관소에서 송중기씨 기획사가 보낸 택배를 봤습니다. 1/12에 도착했었는데 당시 정신이 없어서 확인을 못한체 방치해둔걸 오늘에서야 보았습니다. 사실 처음에는 보낸이에 왠 엔터테인먼트가 써있길래 뭔가 싶었고 어제 주문한 에센스가 도착했나 싶었습니다.
택배를 뜯고 안에 들어있는 편지를 보고 너무 놀라서 주변 친구들과 여자친구의 지인들에게 연락하고 사진을 찍어서 보내줬습니다.
그 많은 편지들 중에서 제 편지가 읽혔다는 사실도 놀라웠고 그냥 잊고 지나가도 모를 일인데 거짓말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편지를 믿어주고 이렇게 직접 챙겨준게 너무 고마웠습니다.
한가지 아쉬운건...
2주만 일찍 택배가 도착했으면 여자친구가 직접 봤을 수 있었을텐데... 정말로 기뻐하고 좋아했을텐데... 그 모습을 보지 못한게 좀 많이 아쉽긴 합니다.
그래도 저 하늘에서 다 보고 있을테니. 좋아해줬으면 좋겠습니다.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환하게 웃으면서 말이죠...
이번 설날에 선물을 납골당에 넣고 와야겠습니다. 그리고 다시 송중기씨에게 편지를 써야겠습니다. 고맙다고... 정말로 고맙다고... 잊고 지나가도 아무도 모를텐데 믿어줘서 고맙다고 말이죠...
단순히 감사를 표하고 싶어서 쓴 글인데... 글이 참 길어졌네요.
긴 글 다 읽어주셔서 고맙고...
새해에는 다들 행복하시길 기도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