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톡' 집단 언어폭력, 여고생 죽음으로 몰아
김형원 기자 | 2012/08/17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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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오후 1시 15분쯤 고등학교 1학년 강모(16)양이 자기가 사는 서울 송파구 잠실동 아파트 11층에서 몸을 던져 그 자리에서 숨졌다.
가족에 따르면 강양은 숨지기 약 두 달 전에 카카오톡을 통해 16명에게 집단으로 언어폭력을 당했다. 강양은 투신 직전 노트를 찢어 쓴 4장 분량의 유서를 책상 위에 올려놨고, 휴대전화로 가해 학생의 모욕적인 욕설이 담긴 대화 내용 일부를 캡처해 아버지에게 전송했다. 경찰 관계자는 "강양 유서에는 가족에게 미안하다는 내용이 대부분이었고, 자신을 괴롭힌 학생을 가리켜 '내가 너에게 뭘 그렇게 잘못했니?'라고 쓰기도 했다"고 말했다.
강양의 아버지는 "딸은 숨지기 두 달 전인 지난 6월 20일 0시 40분쯤 누군가가 카카오톡으로 초대한 '그룹 채팅'에 응했다가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살 빠져도 돼지 ×××야, ×나 웃기지 병신아, 근데 우리 왜 ×××까는 거냐, 못생겨서…." 동네 친구 B군 등 16명이 한꺼번에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을 쏟아냈다는 것이다. 오전 1시쯤에는 1분 만에 강양을 대상으로 한 욕설과 비하 글 50여건이 일거에 떴다.
한 명이 '선제공격'이라고 띄우면, '병신××, 나대고 ×랄이야' 등 욕설이 무차별로 날아왔다. '다시 한 번 공격' '라스트 공격' 등의 표현은 강양에게 일제히 욕을 하라는 신호였다. 가해 학생 가운데 한 명이 '왜 이렇게 까는(욕하는) 거야'라고 묻기도 했다. 카카오톡에 들어온 학생 중에는 영문도 모르고 강양에게 욕을 한 경우가 있었다는 것이다. 이 질문에 다른 가해 학생 한 명은 '(강양이) 못생겨서'라고 답했다. '(욕) 복사금지'라는 글도 올라왔다. '남이 한 욕을 그대로 반복하지 말고, 욕하라'는 뜻이었다. 집단 린치에 가까운 '떼카(카카오톡 그룹 채팅에서 여러 명이 한 명을 괴롭히는 것)'는 약 1시간 동안 이어졌다.
강양은 이로부터 6일 뒤에 문구용 칼로 자기 손목을 그었다. 이후 강양은 욕설로 도배된 카카오톡 대화창을 가끔 열었다. 대화창을 아버지에게 보여주면서 "얘네들 고소할 수 없을까요" 하고 묻기도 했다. 강양은 '떼카'를 당한 지 두 달 만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외삼촌 황모(42)씨는 “수십 명이 이렇게 욕하는 걸 제정신 가진 사람이 어떻게 버티겠느냐”면서 “조카는 초등학교 때부터 (왕따를) 버텨오다 결국 생목숨을 끊고서야 벗어났다”고 말했다.
유가족은 “강양이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왕따를 당했다”고 증언했다. 가족은 처음에 강양이 왜 따돌림을 당했는지 이유를 알 수 없다고 했다. 다만 강양은 왕따를 당한 이후부터 친구에 대한 집착이 강해졌고, 지난 3월부터는 우울 증상을 보여 정신과 치료를 받았다고 전했다. 강양의 아버지는 “가해 학생들은 ‘못생겼다. 마음에 안 든다’는 말로 딸을 따돌리다가, 학교 전체의 ‘또라이’로 낙인찍었다”며 “중학교 2학년 때까지는 착하고 예쁜 딸이었는데 나쁜 아이들을 만나면서 상처를 받았다”고 말했다.
서울 송파구 부근에서 초·중·고등학교를 다녔던 그는 상급 학교로 진학해서도 왕따를 당했다. 강양을 욕하고 놀리던 가해 학생 대부분은 인근 동네에 살고 있었다. 여러 상급 학교로 진학한 이 학생들은 지난 5월부터 본격적으로 ‘강○○는 이상한 아이’라는 식의 소문을 퍼뜨렸다고 가족은 전했다. 강양을 가리켜 ‘걸레’라고 놀리는 소리가 가족 귀에 들릴 정도였다. 지난 6월 강양을 카카오톡 방으로 불러내 욕을 퍼부은 학생 16명은 인근 4개 고등학교에 다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해 학생 가운데는 중학교 친구도 있었고, 강양이 모르는 학생도 있었다.
경찰 관계자는 “욕설을 한 학생들을 조만간 경찰에 불러 조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숨진 강양이 다니던 학교 관계자는 “‘카톡’ ‘왕따’ 같은 얘기가 나오는데, 그건 하나의 요인”이라면서 “학교에선 숨진 학생에 대해 그 어떤 말도 해줄 수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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