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김수완 기자 = 이유정 헌법재판소 재판관 후보자는 자신을 둘러싼 정치적 편향성 논란에 대해 27일 "저의 과거 경력이 헌법과 법률에 위반되는 행위였다고 생각되지 않는다"고 답했다.

이 후보자는 이날 국회에 제출된 서면질의 답변서에서 이와 관련된 여야 의원들의 질의에 "헌법재판관 정치 관여 금지는 공직자인 헌법재판관에 대한 정치적 중립 의무를 규정한 것일 뿐 일반 국민에게 보장된 정치적 의사 표현의 자유나 참정권까지 제한하는 규정은 아니다"며 이렇게 답했다.

오히려 "헌법재판관들은 대부분 평생 법관으로 근무했던 고위 법조인들로 구성됐다"며 "유사한 경험, 고민을 하면서 평생을 보낸 고위 법조인들만으로 헌재를 구성하는 것은 국민들에게도 바람직하지 않고 헌재 입장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반박했다.

또 자녀 위장전입 의혹을 묻는 여야 의원의 질의에 "전입신고를 부주의하게 제때 하지 못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해당 아파트에서 실제 거주했기 때문에 위장전입이라고 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해명했다.

장녀에게 1억여원 상당을 송금한 것과 관련한 불법증여 논란에 대해서도 "장녀의 영국 유학에 필요한 학비와 체류비 등을 위해 해외 송금을 한 것"이라며 증여세 포탈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이 후보자는 헌재 최우선 과제를 묻는 권성동 자유한국당 의원, 노회찬 정의당 의원 등의 질문에 Δ헌재와 대법원 간의 권한 다툼 Δ헌법재판관 공석 사태에 대한 대비 등을 꼽았다.

특히 헌법재판관 공석 사태에 대한 대책을 묻는 여야 의원들의 질문에 "헌법재판관 임기 만료 시 임기 연장 제도나 예비재판관 제도에 관한 논의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해법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 후보자는 최근 불거진 건국절 논란에 대한 견해를 묻는 권 의원,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의 질문에 "헌법 전문에서 '우리 대한민국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다'고 명시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할 때 대한민국 건국일은 임시정부 수립일로 해석하는 견해가 타당하다"며 사실상 정부·여당의 주장에 찬성하는 입장을 밝혔다.

또 5·16 군사 쿠데타에 대해서는 "민주적 헌정질서를 무너뜨리고 정권을 교체한 쿠데타"라고 밝히면서 유신헌법에 대해서도 "일부 조항은 헌법 이념을 훼손하고 국민의 기본권 보장을 후퇴시켰으며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위태롭게 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비판적 견해를 보였다.

한편 이 후보자는 서면답변서를 통해 사형제 폐지, 양심적 병역 거부, 군 동성애자 처벌 등 논란이 분분한 사안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입장을 밝혔다.

우선 사형제 폐지에 대한 견해를 묻는 여야 의원들의 질문에는 "국민의 법 감정 등을 고려해 충분한 사회적 논의를 거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사형제 폐지의 대안으로서 감형이나 가석방 등이 허용되지 않는 절대적 종신형 제도의 도입도 같이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답했다.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해서는 "국민들의 충분한 의견 수렴을 공감대가 형성된다면 엄격한 심사와 조건 아래 대체복무의 길을 열어주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도입해야 한다는 취지의 답변을 했다.

또 군 동성애자 처벌 조항에 대해 "(위헌이 아니라는) 헌재 결정을 존중하지만 동성애자라는 이유만으로 합의에 의한 성관계까지 금지, 처벌하는 것은 지나치게 가혹한 측면이 있다"며 폐지해야 한다는 취지로 말했다.

이밖에 지난해 강남역 살인 사건의 성격을 묻는 백혜련 민주당 의원의 질문에는 "정신질환자의 범죄이긴 하지만 범인이 지속적인 여성혐오 발언에 노출돼 여성혐오를 내재화하고 있었고 그것이 범행의 동기 중 하나였다는 점에서 여성혐오로 인한 범죄로도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