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 검은 고양이가 어떤 불행을 가져다줄지!
그는 바뀌었다.
동물애호가에서 겁에 질린 한 동물로!
심장을 점점 죄여오는 알 수 없는 공포.
그는 더 이상 참지 못하였다!
그 불쌍한 고양이의 눈을 파낸 것도 모자라
목 매달아 숨지게 했다.
고양이의 죽음 후에 얼마 안 가
그의 눈 앞에 또다른 외눈고양이가 나타났다.
끔찍한 죄악을 씻어버리기 위해
그는 고양이를 맞이하였다.
그런데 그의 심장 속 악마의 씨앗이
다시 꽃을 피울 줄이야!
그는 아내의 피로
그 꽃을 물들였다!
텅 빈 벽 안에 그녀를 모셔두고
사람들이 잊어버리기를 바랬다.
하지만 자만감에 그 저주받은 벽을 두드렸을땐
이미 너무 늦은 후였다.
그가 저지른 짓을 본 단 한 명,
벽 속에 함께 갇힌 운명의 고양이가
처절한 울음소리로 모두에게 선고했다.
이 자는 지옥에 갈지어다, 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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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술 시간에 에드가 엘런 포의 검은고양이를 감명깊게 읽고 쓴 시입니다.
한국의 돼지가 호주에 팔려가서 도축되며 '나도 쓸모가 있군' 하고 깨닫는 이야기 등
별별 동심파괴와 병맛이 넘치는 글들 중에서
꽤나 진지하고 느낌있게 쓴 것 같아서 올려봅니다.
그 당시 제가 지금의 저보다 더 글을 잘 쓴다는 생각이 드는 건 왜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