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이 동네에서 나서 70년 가까이 살았는데 이런 일은 처음이야. 4대강 한다고 물을 가둬놓으니 이런 거 아니겠어? 예날에는 물고기도 잡고 했는데 이젠 물도 못 먹겠어..."
이명박 대통령이 7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4대강의 녹조 현상에 대해 "기후변화로 장기간 비가 오지 않고 폭염이 지속돼서 발생한 불가피한 현상"이라고 한 데 대해 낙동강 주변에 사는 주민들은 콧방귀를 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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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오후 대구 달성군 현풍면 중부내륙낙동대교(달성보 하류지역) 아래 낙동강에서 짙은 녹조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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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오후 대구 달성군 구지면 도동서원(낙동강 달성보와 하류쪽 합천보 사이에 위치)앞 낙동강에 짙은 녹조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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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 달성보 하류쪽 현풍천에서부터 도동서원을 지나 합천보까지 길게 늘어진 녹조현상을 본 주민들은 이렇게 많은 녹조현상이 생긴건 처음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대구시 달성군 현풍면에 사는 이춘곤(68)씨는 "태어나서 처음"이라며 "이건 분명히 4대강 때문"이라고 말했다.이웃에 산다는 전경현(71)씨도 "이곳에 이사온 지 46년이 됐는데 이런 현상은 처음 본다"며 "녹조현상이 심해진 건 일주일 정도 된 것 같은데, 물살이 좀 센 곳은 덜하지만 물살이 약한 곳은 굉장히 심한 편"이라고 말했다.이들은 대통령의 '자연현상으로 인한 불가피한 상황'이라는 인식에 대해 "내가 살아봐서 아는데 그러면 올해보다도 더 더웠던 해에는 왜 녹조류가 없었는지 설명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4대강 공사와 관련해선 말하기 싫다며 손사래를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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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오후 대구 달성군 현풍면 낙동강 달성보 하류지역에서 광범위한 녹조현상이 발생한 가운데 지역 주민들이 중부내륙낙동대교 아래에서 더위를 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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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기자가 녹조현상이 발생한 강물을 비닐에 담은 뒤 강에 붓자 마치 짙은 물감이 흘러내리는 듯 쏟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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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녹차라떼' 처럼 변해버린 낙동강물7일 오후 대구 달성군 현풍면 낙동강 달성보 하류지역에서 광범위한 녹조현상이 발생한 가운데 중부내륙낙동대교 아래에서 채취한 녹조가 마치 '녹차라떼'와 같은 짙은 녹색을 띠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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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오후 낙동강을 가로지르는 중부내륙낙동대교 밑에서 바라본 강물은 말 그대로 '녹차로 만든 곤죽'이었다. 강물에 떠 있는 녹조류를 일회용 컵에 채우자 '녹차라떼' 모습 그대로였다. 손으로 모은 녹조류는 밀가루 반죽처럼 뭉쳐지기도 했다.온통 녹색으로 변한 강물은 인근 산과 어우러져 짙은 녹색페인트를 칠한 것처럼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마치 '우리강산 푸르게 푸르게'라는 어느 CF의 카피가 생각날 정도였다. 환경운동연합과 녹색연합 등 환경단체는 녹조현상의 원인으로 남조류의 일종인 '마이크로시스티스(Microcystis)'를 꼽았다.'마이크로시스틴(Microcystin)'이라는 간질환을 일으키는 독성물질을 함유하고 있는 마이크로시스티스는 국립환경과학원의 자료에 "맹독성으로 인하여 미량으로도 치사에 도달 가능"이라고 밝히고 있고 직접 물을 마시지 않더라도 녹조에 오염된 물고기를 먹거나 물놀이 등을 통해서도 독소에 노출될 수 있다.환경단체들은 이제까지 낙동강 하류에서만 간혹 발견되었던 남조류가 대구 인근에서도 발견된 것은 4대강 사업으로 인한 환경파괴가 심각함을 말해준다고 주장했다. 대구 인근에는 매곡정수장과 문산정수장에서 정수한 낙동강물을 식수로 사용하고 있다.낙동강 칠곡보까지 녹조류 퍼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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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오후 대구 달성군 다사면과 고령군 다산면을 연결하는 고령강정보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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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오후 대구 달성군 논공읍 달성보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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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 강정고령보에서 달성보까지는 녹조현상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었다. 하지만 달성보를 지나 현풍천이 만나는 곳에서부터 도동서원쪽으로 이어져 합천보까지는 온통 반죽처럼 물에 떠 있었다. 특히 현풍천과 낙동강이 만나는 지천에서부터 도동서원까지는 녹조류가 뱀처럼 길게 늘어져 있어 심각성이 더해 보였다.자전거로 4대강 종주를 하고 있다는 김민규(40)씨는 "인천에서 출발해 4대강을 종주하고 있는데 대부분 녹조현상이 심한 것 같다"며 "특히 낙동강 하류쪽으로 내려오니 보기에도 좋지 않고 이 물을 마신다면 몸에도 안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김진(22)씨도 "물이 흘러야 녹조가 발생하지 않을 것 같은데 고여있어 더 심한 것 같다"며 "보에 물을 가둬두고 흐르지 않게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이재혁 대구경북 녹색연합 운영위원장은 "낙동강 하류에서부터 시작된 녹조현상이 칠곡보에서도 발견된다"며 "이는 낙동강물을 식수로 사용하는 대구시민들에게는 치명적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정수근 환경운동연합 국장도 "녹조현상이 이상고온 현상으로 인해 강물의 온도가 올라가서 발생했다는 4대강 관계자들의 말은 허구"라며 "4대강 사업 이전에는 강물이 적었는데 이 정도의 녹조류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정 국장은 "보로 인해 물을 가두어 놓았기 때문에 생긴 현상"이라며 "지금 당장 보의 수문을 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이에 대해 대구시상수도사업본부는 "낙동강 수계에서 운영 중인 문산·매곡정수장 정수의 시료를 추출, 수질연구소에 분석을 했지만 아직 우려할 만한 단계는 아니다"며 "시민 불안감을 고려해 안전한 수돗물을 공급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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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오후 대구 달성군 구지면 도동서원(낙동강 달성보와 하류쪽 합천보 사이에 위치)앞 낙동강에 짙은 녹조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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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오후 대구 달성군 현풍면 낙동강 달성보 하류지역에서 광범위한 녹조현상이 발생한 가운데 중부내륙낙동대교 아래에서 죽은 물고기가 녹조사이를 떠다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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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오후 대구 달성군 현풍면 낙동강 달성보 하류지역에서 광범위한 녹조현상이 발생한 가운데 박석진교 아래에서 죽은 잠자리가 녹조 사이를 떠다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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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오후 대구 달성군 현풍면 중부내륙낙동대교(달성보 하류지역) 아래 낙동강에서 짙은 녹조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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