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예쁘고 푸르른 그 시절에 만난 너와 나. 과묵하고 우직한 너와는 정반대로 말많고 명랑한 내가 만났었지.
비록 매일 보진 못해도 한달에 한두번, 보고싶은 얼굴을 볼 수있다는 행복감에 시작한 장거리연애.
200일도 되지않아 입대를 한 너의 뒷모습을 보며 그날 비가 그렇게 내리듯, 나도 그렇게 울었다.
너의 군생활이 고되고 힘든만큼 나또한 사회에서 널 기다리고 나의 미래를 준비하며 우리의 행복한 날을 기다렸지.
그리고 네가 예쁜 꽃신을 신겨준지 얼마 되지않아 사회에 물든 나는 더 좋은 꽃신을 신고싶어 모진말로 너를 버렸다.
항상 미안하고 미안한 사람인 너에게 다시 연락을 받은건 나의 28번째 생일날. 그 밤, 나는 그렇게 너와 다시 인연을 이어갔다.
내 모진말이 너에게 큰 상처로 남아 힘겹게 지낸 그날들을 듣는순간, 더욱 더 죄책감에 사로잡혀 너에게는 미안한 감정이 더 커져갔다.
그러나 그런과거를 가지고 있음에도 너는 나를 다시 원했고, 나또한 그런 너를 받아들인 그날. 30살의 뜨거운 여름이었지.
시작의 계절이 뜨거웠던 탓인지 나는 너를 지난날들보다 더욱 사랑했다. 아마 지난 날의 미안함 때문이라도 더욱 더 사랑했으리라.
때로는 답답하리만큼 과묵한 너의 태도도, 때로는 듣기싫은 잔소리로 답하는 나의 태도도, 우리가 지금 이렇게 될것이라는건 상상조차 못했겠지.
30대라는 어른의 탈을 쓴 우리는 일을 핑계로 서로에게 소홀해지기도했지만 니가 나를 믿는것처럼 나또한 너를 믿었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서로에게 무덤덤해질때즈음, 연락이 뜸해지고, 1달에 한번도 못보는 날들이 많아지면서 우리도 모르게 준비하고 있었을지도...
먼저 연락하던 너의 전화와 카톡이 점점 뜸해지고, 급기야 아무 연락이 되지않았을때... 나는 화가나고 걱정하고 불안해했다.
2달만에 겨우 만날수 있어 들떠있던 나는 그런 너의 태도를 이해할 수 없었어. 아마도 일에 지쳐 나의 투정에 지쳐 피곤했겠지...
3일만에 연락이 된 너의 목소리를 듣고난 후, 네가 입대할때만큼 그렇게 서럽게 울었다. 딱히 어떤 감정이라곤 설명할 순 없겠지만..
그리고 행여 내가 잘못한게 있을까, 그래도 미안하다는 말 그 한마디를 들어야겠다는 고집에 많은 질문을 했지만 너의 대답은 단하나. 모른다였다.
어떤 말을 하려고 해도 너는 모르쇠로 일관했고, 너에게 있어 나란 사람조차 모른다고했다....
그때, 나는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 나에게 있어 너는 내옆에 항상 있어야 하는 사람, 내가 온마음을 다하는 사람이었는데....
그렇게 너는 옛날의 내가 너에게 상처를 줬듯, 나에게 상처를 주고 더이상 내사람이 아닌 사람이 되었다.
항상 나는 마음속으로 언젠간 너에게 상처준것이 다시 나에게 오리라 생각했는데 그것이 이별이라는 것일줄이야...
가만 생각해보면 항상 우린 그렇게 다퉜지. 너의 과묵함에 답답해하는 나와 그런 나의 말을 힘들어했던 너.
그래서 이제 내 행복속에서 너를 지우려고 한다. 다만 억울한게 있다면 창창한 젊은 청년인 너와 한살차이밖에 안나지만 노처녀로 불릴 나라는 것.
너와 먼 미래를 꿈꿨을때, 나의 인생을 너라는 사람과 함께 그리려고 했을때의 행복함과 너와의 이별로 없어진 고민들로 위안삼아보련다.
말도 안되는 나의 투정을 항상 받아줘서, 변함없이 내옆에 있어줘서, 7년이란 시간동안 그렇게 지켜줘서 고맙고 또 고맙다.
내 소중했던 사람아.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