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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내용 진입입니다.
훈훈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약간 슬픈 내용이니, 거부감이 있는 분들은 삼가하시길 바랍니다.
분명 경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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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 장 : 모두 다 내 탓인걸
우정의 성, 다섯 기의 친구들은 초조하게 트와일라잇의 귀환만 기다리고 있었다. 트와일라잇이 자리를 비운 동안 그 친구들은 쉬지도 않고 성 내를 청소했고, 포니빌의 주민들이 기부한 가구를 성 안에 들여놓기도 했다. 캔털롯 왕실도서관 보내준 책들을 성 내의 도서관에 비치해둔 건 트와일라잇이 제일 중요하게 여기는 일이니 말 할 것도 없거니와..
다섯은 분명 트와일라잇이 별 탈 없이 돌아오리라고 믿고 있었지만, 그래도 그 강력한 사이렌이랑 맞서러 갔는데.. 걱정이 앞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저기.. 트와일라잇 괜찮을까?"
가장 먼저 이 생각을 입 밖에 낸 건 플러터샤이였다.
"으음~ 걱정할 필요 하나도 없어요 자기."
래리티가 그런 플러터샤이를 달래며 말했다.
"트와일라잇은 분명 사이렌들보다도 더 강한 나쁜 놈들과도 싸워서 이겼잖니? 알면서 애는.."
"마 래리티 말이 맞다! 트와일라잇이랑 거거의 친구들이 전에도 선셋 금마도 처리하지 않았나? 이번 놈들이라고 별 다를 거 있긋나? 털끝 하나 안 다칠 테니 안심하그라."
애플잭이 이 말을 마치자마자 갑자기 차원문에서 보라색 섬광이 뿜어져 나와 다들 눈을 가렸다. 빛이 좀 잦아들자 거기엔 트와일라잇과 스파이크가 약간 어지러운 듯 비틀거리며 서 있었다.
"트와일라잇!"
모두가 달려들어 트와일라잇을 꼭 안아주었다. 래리티는 스파이크까지 꼭 껴안아주는 걸 잊지 않았다.
"이야~ 우리 우정의 공주님 개선하시능기요?"
포옹을 풀며 애플잭이 말했다.
"어쨌는지 말 좀 해 봐봐!"
레인보우 대쉬가 트와일라잇을 보챘다.
"어떻게 사이렌들을 혼쭐내줬냐? 뜸들이지 말고 빨리! 빨리!"
"잠깐만 있어봐. 사람 한 명... 아니 포니 한 기가 더 올 테니까 이야기는 그 때 시작하자."
그게 누구냐고 물어보기도 전에 또 다른 섬광이 차원문에서 터져 나왔다. 모두 그 곳을 돌아보자 다시 본래의 포니 모습으로 돌아온 선셋 쉬머가 약간 얼이 빠진 듯 서 있었다.
"야 이 왕관 도둑년아! 네가 무슨 낯짝으로 여기 쳐왔냐. 앙?"
레인보우 대쉬가 선셋을 쏘아보며 역정을 내며 외쳤고, 그 바람에 주황색 유니콘은 몸을 바짝 움츠렸다.
변호를 위해 선셋이 뭐라고 말을 생각해보려던 찰나, 다행히 트와일라잇이 선셋을 위해 대신 나서주었다.
"걱정 마 애들아. 걘 이제 문제 안 일으킬 거야."
레인보우 대쉬는 재보는 시선으로 선셋을 다시금 아래위로 흘겨보다가, 다른 친구들이 트와일라잇의 말에 수긍하는 걸 보고 마지못해 자기도 수긍했다.
"뭐.. 트와일라잇이 괜찮다면야... 다 괜찮겠지 뭐.."
"자. 이제 괜찮아 선셋."
트와일라잇은 선셋을 돌아보았다. 허나 선셋은 여전히 주변 포니들을 보며 단단히 혼란에 빠진 눈치였다.
"저.. 선셋?"
"레인보우 대쉬?... 진짜 너야?"
상황을 모르는 자가 들으면 괴이쩍어 보일수도 있는 질문이었다. 이를 알아챈 트와일라잇은 깔깔 웃으며 선셋에게 설명하기로 했다.
"걱정 마. 저 쪽 세계의 애들이랑은 별개의 애들-"
"이런 이런.. 오늘 뜻밖에 흥미로운 광경을 보는구나.."
평소대로라면 안 들릴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 모두 그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흰색 알리콘이 고고하게 방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세-세-세 셀레스티아 공주님?! 가..갑자기 여긴 어쩐 일로.."
두 눈이 휘둥그레진 트와일라잇이 더듬더듬 물어보는 말이었다. 셀레스티아는 군말 없이 커다란 책 하나를 부유마법으로 들어 트와일라잇의 앞에 놓았다. 책의 양장엔 셀레스티아 공주의 상징인 태양이 인쇄되어 있었다.
"저 책은 분명... 선셋이 사이렌들이 왔다고 내게 경고를 해 줄 때 사용했던 책인데.."
셀레스티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단다 트와일라잇. 그리고 나의 전 수제자가 내게 편지를 쓸 때 썼던 책이기도 하단다. 누군가가 캔털롯 왕성에서 네 성 도서관으로 책을 보낼 때 실수로 잘 못 보낸 듯싶더구나."
"그렇단다 트와일라잇. 그리고 나의 전 수제자가 내게 편지를 쓸 때 썼던 책이기도 하단다. 누군가가 캔털롯 왕성에서 네 성 도서관으로 책을 보낼 때 실수로 잘 못 보낸 듯싶더구나."
옅은 한숨을 쉬고 셀레스티아는 트와일라잇 곁으로 다가왔다.
"소중한 물건이기에 돌려받으려고 여기까지 몸소 찾으러 왔단다. 하지만... 그 덕에... 매우 반가운 얼굴을 이리 갑작스럽게 보게 되는구나."
셀레스티아는 다리에 힘이 풀려 말없이 주저앉아있는 선셋을 돌아보았다. 그리고 따뜻한 미소를 지어주었다.
"돌아온 것을 진심으로 환영한다 선셋 쉬머."
제 앞에 서 있는 태양의 알리콘을 선셋은 겁에 질려 올려다보았다. 마음의 준비도 없이 너무 갑작스러웠기 때문도 있지만, 셀레스티아 앞에 당당히 서기엔 자신이 한없이 가치 없는 존재임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선셋은 입이 제대로 떨어지지 않았다. 그저 멍하게 주저앉아 있을 따름이었다.
"스...스...스승님.. 저...저...저...."
선셋이 겨우 입을 열었지만, 못 알아먹을 웅얼거림일 뿐이었다. 셀레스티아를 포함한 모두는 선셋이 어린 망아지처럼 옹알이를 하는 모습을 난처하게 쳐다보고 있었다.
가만 놔둬선 안 되겠다 싶어 트와일라잇은 선셋을 마력으로 잡고는 근처의 다른 방으로 끌고 들어갔다.
"여러분. 잠깐만 기다려주세요."
라고 말하고선, 트와일라잇은 문을 닫았다.
----
최소한의 가구만 배치된 손님용 별실, 선셋은 약간의 시간이 지난 후에야 정신을 차렸다. 자신이 어디에 있으며, 무엇 때문에 여기에 왔는지 트와일라잇을 통해 겨우 알게 되었을 정도로 선셋은 넋이 빠져있었다.
"너 지금 손님방에 와 있어. 셀레스티아 공주님은 여전히 아까 그 방에 계시고."
"아.. 그렇군.. 하아.... 미안해 트와일라잇."
"공주님이 그렇게 두려워?"
끄덕 끄덕
"음.. 혹시 몇 년 동안 못 뵙는 바람에 존안을 직접 뵙는 게 그렇게 두려운 거야?"
"야.. 너 너무 당연한 걸 묻는다?"
선셋은 트와일라잇에게 약간 짜증 섞인 눈초리를 보내며 쏘아붙였다. 안 그래도 초조해 죽겠는데 그걸 굳이 건드릴 필요가 있냐는 항의였다.
"아..미안.."
트와일라잇의 양 볼이 토마토처럼 새빨개져있었다.
"내게 생각이 하나 있어. 넌 일단 여기서 기다리면서 셀레스티아 공주님께 드릴 말을 맘속으로 정리하고 있어. 그동안 내가 그간 있었던 일을 공주님에게 잘 말씀드릴 테니까. 분명 공주님은 우리가 저 인간계에서 어떤 활약을 했는지 알고 싶어 하실 거야."
선셋의 표정이 이제야 좀 밝아졌다. 선셋은 보라색 친구에게 약간 미소를 지어보였다.
"고마워. 근데 거기서 있었던 일은 잘잘못을 가리지 말고 전부 다 세세하게 말씀드려 줬으면 좋겠다. 그 분은 알 자격이 충분한 분이니까.."
"그럴게."
보라색 알리콘은 말을 마치고는 선셋을 방에 남기고 문을 열고 나갔다.
트와일라잇이 셀레스티아와 다섯 기의 친구들에게 지금까지 있었던 일을 설명한지도 어언 30분이 넘었지만, 여전히 선셋은 무슨 말을 할지 갈피도 잡지 못했다. 하지만 그래도 아까보단 꽤 진정이 된 느낌이었다. 이대로 시간을 하는 일 없이 보내느니, 선셋은 다시 포니의 몸에 적응을 하는 걸로 시간을 때우기로 하였다. 오랜만에 사족보행으로 방 안을 걷고 뛰어도 보고, 그동안 쓰지 못했던 마법을 간단한 부유마법에서부터 복잡한 기술을 요하는 순간 이동까지 시전해보았다.
방 밖에서 트와일라잇의 말이 어렴풋이 들렸다. 사소한 것도 놓치지 않는 세세한 설명이었는데, 특히 선셋의 활약상에 강조점을 더 둔 설명이었다.
'걔답다면 답네..' 선셋은 이렇게 생각했다.
트와일라잇의 설명하는 말소리와 함께 종종 그 다섯 기의 친구들이 놀라 감탄하는 소리를 어렵잖게 들을 수 있었다. 더러는 그 친구들이 짤막한 질문을 던질 때도 있었다. 하지만 그 중 아무 목소리도 내지 않는 포니가 있었으니 그건 바로 셀레스티아였다. 그냥 그 자리를 비웠던지, 아니면 홀로 깊은 생각에 사로잡혔는지 둘 중 하나였으리라.
...이윽고 선셋의 방 주변으로 오는 발굽소리가 들려왔다. 보통 포니들의 발굽소리가 아닌, 금속이 바닥에 부딪히는 소리였다. '딸깍' 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서서히 열렸다. 셀레스티아 공주가 문 앞에 서 있었다.
방에 조용히 들어와 문을 잠가놓고는 셀레스티아는 방 중앙으로 걸어와 바닥에 앉았다. 선셋을 부르는 듯, 셀레스티아는 앞발굽으로 바닥을 세 번 두드렸다. 선셋은 셀레스티아의 부름에 응하여 천천히 그쪽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몇 초간의 어색한 침묵
제일 먼저 말을 튼 건 셀레스티아였다.
"다시 한 번 말하마... 반갑구나 선셋."
"네.. 스승님.."
그리고 침묵은 또 몇 초간 이어졌다.
"....솔직히 좀 놀랐단다. 몇 천 년 전에 추방당한 사이렌들이 그런 문제를 일으킬 줄이야.. 허나 내가 더 놀랐던 건 네가 친구들을 전력으로 도와 사이렌들을 제압하고, 그 세상에 평화를 가져왔다는 사실이란다."
"...네..."
선셋의 눈에 습기가 어리기 시작했다.
"저도.. 스승님만큼 놀랐었어요.."
셀레스티아는 전 수제자의 어께에 자상하게 앞발굽을 올렸다.
"네가 다시 바른 길로 돌아와 줘서 얼마나 행복한지 모르겠구나.. 네 활약을 들었을 때는.. 네가 너무 대견해서 평정심을 잃어버릴 정도였단다."
죄책감이 선셋의 가슴을 예리하게 찔러왔다. 몇 년 전에 그런 짓을 저지르고 갔는데도 스승님은 여전히 자기를 대견스럽게 여기신다니.. 눈물이 천천히 선셋의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스승님.. 저...."
선셋은 조용히 사과의 말을 시작했다.
"저..저.. 정말 죄송해요. 몇 년 전에 스승님을 배신하고 스승님 곁을 제멋대로 떠나버렸던 거 정말 죄송해요.. 공주님 말에 따르지 않은 거 정말 죄송해요.. 제 욕망에 사로잡혀 사람들을 세뇌해서 이퀘스트리아를 공격하려 했던 거, 특히 트와일라잇에게 몹쓸 짓을 하려고 했던 거... 정말... 정말 죄송해요.."
사과의 말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다. 선셋은 사과를 마치고 나서 눈물어린 눈으로 셀레스티아를 올려다보았다.
"...이런데도 용서해주실 수 있겠어요?"
셀레스티아도 순간 울컥 설움이 북받쳐 오르는 것 같았다. 하지만 꾹 참아내고는 오히려 잔잔한 미소를 지으며 전 수제자의 눈물을 앞발굽으로 닦아주었다.
"선셋.. 네가 사과를 할 필요는 없어요.. 사실 사과의 말을 해야 할 포니는 나인걸.."
"?? 잠깐, 뭐라구요?"
선셋이 여전히 흐르는 눈물을 닦아내며 말했다.
"어째서 스승님이 사과를 하신다는 거죠? 굳이 그럴 필요가-"
"왜냐하면 네가 그런 야망에 눈이 먼 데에는 그대로 놔둔 내 잘못이 더 크기 때문이란다."
그 말에 선셋은 깜짝 놀랐다. 그게 무슨 뜻일까? 이퀘스트리아의 철권 통치자가 되려고 했었던 건 오로지 선셋 혼자만의 잘못된 야망이었다. 그런데 왜 스승님이 책임을 자처하고 나선단 말인가?
"너도 알다시피.."
선셋의 어지러운 생각은 셀레스티아가 말을 시작하자 잠시 멎었다.
"나이트메어 문이 된 루나를 추방하고 난 후에, 난 오로지 내 자매를 원래대로 되돌리는 데에만 집념했다. 루나의 추방 이후 조화의 원소와 나와의 연결이 끊긴 걸 알았기에, 마법의 원소와 다른 원소를 다룰 자들을 급하게 찾았었지. 그래야만 루나를 구원할 수 있을 테니까.. 허나 몇 세기가 지나도록 그에 합당한 포니를 도무지 찾을 수가 없더구나. 난 점점 절망에 빠졌다. 내 자매를 되돌리겠다는 바램도 헛된 갈망인가 싶었지."
셀레스티아는 잠시 숨을 고르고는 말을 계속했다.
"그 때 바로 너, 선셋 너를 거둬들이게 되었다. 그 땐... 새 희망이 다시 돌아온 기분이었다. 다시금 루나를 되돌려 놓을 수만 있을 것 같았어.. 허나... 아아.. 내가 트와일라잇에게 했던 바와 같이 너를 교육시켰더라면.. 그 방법을 미리 생각해 냈었더라면..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을...."
선셋은 잠시 생각을 정리해보았다.
"그러니까.. 용 조수를 데리고 다니면서 다섯 친구들과 포니빌에서 살고, 마법의 원소를 쓰는... 남의 걸 훔칠 필요도 없이 자기 마법의 원소를 쓰는 포니는 제가 됐었을 수도 있었다는 거네요.."
공주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 가능성도 있었다. 허나 난 그러지 못했지.."
셀레스티아는 구슬프게 고개를 숙었다.
"네가 권력을 원하고, 교만에 빠지고, 친구를 사귀지 않고 남을 멀리한다는 건 분명 알았음에도, 나는 내 자매를 구하겠다는 생각에만 혈안이 되어있었다. 행여나 너를 심하게 꾸짖었다가 너랑 의가 상해 널 놓치면 어쩌나, 그래서 내 자매를 구하지 못하면 어쩌나 하고 네가 그릇되는 걸 방관하고만 있었지. 언젠가 네가 필요한 미덕들을 절로 깨달을 거라는 기대만 하면서... 허나.. 오히려 그 바람에 최악의 상황이 현실이 되고 말았으니... 실수를 만회할 기회가 충분히 있었는데도....."
"네가 권력을 원하고, 교만에 빠지고, 친구를 사귀지 않고 남을 멀리한다는 건 분명 알았음에도, 나는 내 자매를 구하겠다는 생각에만 혈안이 되어있었다. 행여나 너를 심하게 꾸짖었다가 너랑 의가 상해 널 놓치면 어쩌나, 그래서 내 자매를 구하지 못하면 어쩌나 하고 네가 그릇되는 걸 방관하고만 있었지. 언젠가 네가 필요한 미덕들을 절로 깨달을 거라는 기대만 하면서... 허나.. 오히려 그 바람에 최악의 상황이 현실이 되고 말았으니... 실수를 만회할 기회가 충분히 있었는데도......"
선셋은 셀레스티아가 밝힌 사실에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 실망감을 느낀 것은 분명 아니었다. 의외여서였다. 선셋은 언제나 자신이 저지른 짓에 대해 자기 자신만을 책망했었다. 하지만 오히려 여기 있는 자신의 스승, 셀레스티아가 세상 모든 포니들이 자신을 탓해야 하는 것처럼 자책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셀레스티아는 흐느끼기 시작했고, 선셋은 그런 셀레스티아를 껴안고 다독여주었다.
"괜찮아요 스승님... 전 비록 그때 스승님을 져버렸지만.. 곧 다른 훌륭한 제자를 거둬들이셨잖아요. 루나 공주님을 악몽으로부터 구하고, 제가 했던 실수는 영영 하지도 않을 그런 제자요.. 그러면 된 거에요."
"그렇지만 선셋... 너는.... 너는...."
흐느낌은 어느새 대성통곡으로 바뀌었다. 셀레스티아 공주는 바닥에 엎어져서 서럽게 울기 시작하였다.
"아아... 정말 미안하다 선셋.... 널 결국 저버린 건 나였다..... 내가 그 때 조금만 더 현명했더라면.. 조금만 덜 아둔했더라면.. 내가 항상 사랑했던.. 내 자매처럼.. 자식처럼 아꼈던 포니를... 내가 모자라서.. 내가 부덕해서..."
선셋은 우두커니 셀레스티아가 우는 걸 볼 수밖에 없었다. 스승님의 이런 모습을 모는 건 생전 처음이었다. 그리고 스승님이 자신의 탈선에 대해 이리 심하게 자책하는 걸 보니 오히려 자기의 억장이 무너지는 기분이어서, 선셋은 어떻게든 스승의 통곡을 멈추게 하고 싶었다.
마음속으로 신중히 할 말을 고른 다음, 선셋은 셀레스티아 바로 옆에 앉아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스승님. 그만 우시고 제 말 좀 들어보세요."
셀레스티아는 천천히 울음을 그쳤다.
"...우리 둘다 과거에 엄청난 실수를 했죠.. 아무리 잊으려고 해도 결국에는 떠오르고 마는 어마어마한 실수를요. 하지만 그런 실수를 했다고 해서 그 실수가 우리가 어떤 포니인지는 정의하지는 않는다고 생각해요."
셀레스티아는 눈물을 닦으며 물었다.
"그게 무슨 의미니?"
"트와일라잇에게 패배하고 난 후에, 전 트와일라잇의 인간 친구들과 사귀게 됐어요. 분명 전 전에 걔네들에게 무지 못되게만 굴었었는데 걔네들은 날 용서해주고, 제가 과거에 했던 일들까지 다 용서해 주더라구요. 그렇게 해서 전 진정한 우정의 힘이 무엇인가에 대해 숙고해보았고 결국 깨닫게 되었지만... 중요한 건 지금 그게 아니죠."
선셋은 잠시 뜸을 들여 할 말을 정리하고 마저 말을 시작했다.
"제가 하고자 하는 말은, 거기서 전 교훈을 하나 얻었다는 거에요. 우리가 과거에 어떤 잘못을 했던 간에, 거기에 사로잡혀 우리가 누구이며 장차 무슨 일을 할 건지를 한정하면 안 된다는 것을요. 특히나 실수를 딛고 과거보다 더 나은 포니가 되고 싶다면 말이죠. 그러지 않았다간 영원히 과거에 매인 삶을 살게 될 뿐이니까..."
선셋은 셀레스티아의 품에 얼굴을 부비며 말했다.
"그러니까 스승님도 과거의 자기 자신을 놓아버리는 법을 좀 배워보세요. 저랑 루나 공주님이 스승님에게로의 묵은 원한을 놓아버렸던 것 처럼요."
코를 훌쩍거리며 셀레스티아는 물었다.
"나를.. 용서 해줄거니?"
선셋은 계속 스승의 품에 얼굴을 부비며 고갤 끄덕였다.
"당연하죠. 전 스승님을 사랑하는걸요. 그건 만고불변의 진리구요. 더 이상 스승님을 저버리지 않을 거예요."
셀레스티아는 또 한 번 눈물을 닦아내고는 그 제자를 따사로이 날개폭으로 안아주었다.
"고맙다... 정말 고마워.. 난 진작 너를 용서했었단다... 나도 널 사랑한다 내 작은 햇님아.."
둘은 한동안 서로 그렇게 사랑을 꾹 눌러 담은 포옹을 풀지 않았다. 둘의 가슴에 품고 있었던 무거운 짐을 서로 내려놓았으므로..
그리웠던 옛 시절처럼, 둘은 그저 서로 같이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
한편 방의 다른 쪽 문에서는 보라색 알리콘 한 기가 스승과 제자가 서로 껴안고 곤히 잠드는 모습을 흐뭇하게 지켜보고 있었다.
"잘했어.. 정말 대단한 일을 했어 선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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