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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panic_77672
    작성자 : 기분♡전환
    추천 : 12
    조회수 : 4453
    IP : 211.221.***.27
    댓글 : 6개
    등록시간 : 2015/02/21 01:37:39
    http://todayhumor.com/?panic_77672 모바일
    [reddit] 하수구 속으로
     
     
     
     
     
    참 이상하게도 사람은 샤워를 할 때 언제나 철학자가 된단 말야.
    어째선지 인생을 살면서 떠오르는 질문을 곰곰히 생각할 수 있는 완벽한 시간이거든.
     
    우리는 왜 여기 있나?
    우주에는 우리밖에 없을까?
    나는 왜 태어났나?
     
    나는 골똘히 생각하며 샤워실 바닥 배수구로 비눗물이 흘러 나에게 최면을 걸듯 원을 그리며 사라지는 모습을 지켜봤어.
    그리고 갑자기 깨달았지.
    여태까지 샤워하면서 발을 제대로 씻은 적이 없는거야.
    다른데는 그래도 잘 씻는데, 비눗물이 씻겨 내려가면 발은 저절로 깨끗해질거라 생각했었거든.
    지금이라도 제대로 한 번 문질러 줘야겠다.
     
    우주에서의 내 자리를 생각하느라 샤워실 바닥에 앉아서 시간을 얼마나 보냈는지 기억이 안나.
    왜 우리는 여기로 보내졌을까. 발만 문질러댄지 몇시간은 지났지 싶네.
     
    처음에는 때밀이로 하다가 나중엔 굳은살 미는거로 했거든.
    근데 아직도 왜 이놈의 바코드는 발바닥에서 안지워지나 몰라. 암만해도 안지워져.
    아무래도 면도칼을 써봐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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