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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bestofbest_77564
    작성자 : 나는부자
    추천 : 590
    조회수 : 67549
    IP : 203.171.***.11
    댓글 : 76개
    베오베 등록시간 : 2012/07/26 11:32:52
    원글작성시간 : 2012/07/26 02:22:19
    http://todayhumor.com/?bestofbest_77564 모바일
    엄마는 가난했고 나는 부자였다

    BGM 정보 : http://heartbrea.kr/index.php?mid=bgmstorage&document_srl=3345207




    1991년 6월.
    서울의 큰 병원에서 시험관 시술로 나는 태어났다


    경상북도의 작은 도시에서

    그 동네에서 제일 비싼 아파트에서

    그 동네에서 제일 좋은 아빠차를 타고

    그 동네에서 제일 비싼 웅변학원에 다녔다



    나는 부자였다






    1993년.

    나의 첫 기억이 시작되는 때.

    기억 속에 아빠는 없다

    친엄마와 102동 택시 아저씨만 내 기억에 있다

    그 해 여름

    친엄마는 이혼했다



    그래도 나는 부자였다




    1997년.

    예쁜 언니를 만났다

    아빠는 잘생겼다

    예쁜 언니는 이십대 초반의 처녀였다

    아빠는 사십을 눈앞에 둔 애딸린 이혼남이었다



    나는 부자였다



    1998년.

    초등학교에 입학했다

    예쁜 언니는 하얀 드레스를 입었다

    예쁜 언니는 새엄마가 됐다

    아빠는 많이 웃었다

    새로 이사한 아파트는 새로 지어진 아파트였다

    방이 8개나 딸린 복층 아파트에서

    세 가족은 행복하게 살았다



    우리는 부자였다



    1999년.

    아빠가 처음으로 술을 마셨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우리 가족은 화장실 하나에 방 하나가 전부인 반지하로 이사를갔다

    예쁜 새엄마는 많이 울었다



    그래도 나는 부자였다



    2000년.

    학교에서 어머니회를 했다

    그 무렵에 친구들의 엄마와 우리엄마가 다르다는 사실을 알았다

    예쁜 엄마가 부끄러웠다

    처음으로 엄마한테 싫은 소리를 했다

    머리좀 잘라

    아줌마가 무슨 머리가 그래?

    엄마는 다음날 뽀글뽀글 싸구려파마를 했다



    그래도 엄마는 예뻤다





    2001년.

    엄마는 전단지를 돌리는 일을 하기 시작했다

    나는 비싼 영어학원에 다니기 시작했다



    나는 부자였다





    2003년.

    중학교 입학을 앞두고 사춘기가 찾아왔다

    첫 생리를 시작했다

    속옷에 피가 묻은게 부끄러워서

    엄마 몰래 피묻은 속옷을 손빨래했다

    다음 날 학원을 마치고 집에 돌아왔을때

    그 좁은 반지하방 내 앉은뱅이 책상에는

    하얀 백합꽃과 새 속옷이 올려져 있었다


    나는 부자였다



    2005년.

    외고 입시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엄마는 밤낮으로 일했다

    아빠는 주유소에서 일하기 시작했다

    나는 한달에 120만원하는 학원에 다니기시작했다


    나는 부자였다



    2006년.

    처음으로 남자친구를 사귀었다

    처음으로 연락없이 밤늦게 집에 들어갔다

    처음으로 엄마한테 뺨을 맞았다

    처음으로 엄마는 울었다


    그래도 엄마는 예뻤다


    그리고 외고는 떨어졌다



    2007년.

    동네에있는 여고에 진학했다

    옷에 관심이 생겼다

    좁은 반지하방의 작은 신발장은

    내 신발들로 가득찼다

    옷걸이가 휠 정도로 내 옷은 많았다


    엄마는 중학교때 신던 낡아 빠진 내 운동화를 신었다



    2008년.

    형편이 조금 나아졌다

    반지하를 벗어났다

    방으로 햇빛이 들어오는 새 집이 너무 좋았다

    엄마는 계속해서 밤낮으로 일했다

    나는 한달에 80만원짜리 입시학원을 다녔다


    그 무렵에 엄마의 가슴에 작은 혹덩이가 생겼다


    그 혹은 마치 나처럼. 엄마를 야금야금 갉아먹었다.



    2009년.

    고3. 내 반항심은 하늘을 뚫었다

    엄마는 나때문에 많이 울었다

    삼십대의 젊은 엄마는 늙은 남편과 철없는 의붓딸때문에

    허리가 휠 정도로 일했다

    그해 여름 나는 결국 엄마와의 불화를 견디지 못하고

    집을 나왔다


    두평 남짓한 독서실에서 세달을 지냈다

    엄마는 괘씸한 딸년을 위해서 한달에 한 번씩 용돈을 보내줬다

    그 세달사이에 엄마의 한 쪽 가슴이 사라졌다


    나는 그때에도 한달에 80만원짜리 입시학원에 다녔다


    나는 빌어먹게 부자였다



    2010년.

    서울에 있는 S대학교에 장학생으로 입학했다

    별로 공부는 열심히 하지 않았다

    날 대학에 보낸건 80만원짜리 입시학원이었다

    그 좁은 동네에서 가장 비싼 입시학원


    그 입시학원을 먹여살린건 가슴한쪽이 없는 우리엄마


    그때에도 엄마는 삼십대였다



    2011년.

    형편이 정말 많이 나아졌다

    다 엄마덕분이다

    부자 딸년이 아니었더라면 좀 더 빨리 형편이 나아졌을지도 모른다



    아빠한테 처음으로 물어봤다

    아빠, 왜 동생을 가지지 않아?

    아빠는 무덤덤하게 말했다

    묶었다 엄마는 모르니까 말하지 말거라


    엄마한테 넌지시 물어봤다

    엄마, 아기 가지고 싶지 않아?

    엄마는 말했다

    착상이 안되는 수술을 했다고

    아빠는 모르니까 말하지 말라고 했다







    엄마는 아빠와 결혼 했을 무렵에

    많이 무서웠다고 했다

    엄마가 친자식을 낳게되면 나를 차별하게 될까봐

    그래서 나만을 친자식으로 여기고 살겠다고

    그렇게 하겠다고 결심했다고 했다


    나는... 부자였다 정말로



    2012년.

    친엄마를 찾았다

    만나고싶진 않다

    나한테 엄마는 하나뿐이다


    젊음을 내게 쏟아부은 예쁘고 가난한

    한쪽 가슴이 없는 우리엄마


    이젠 내가 부자로 만들어줄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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