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와서 14년째 캐나다에 살고있는 사람입니다.
최근들어 이민 관련글이 많이 올라와서 글을 한번 써볼까 하다가 글이 너무 길어질거 같아서 주저했었는데요.
어디서 부터 써야할지 모르겠지만 한분이라도 도움되실분이 있을까 해서 써보겠습니다.
저희 가족은 한국에서 소위말하는 중하소득층이었습니다. 아버지는 한중소기업 회사를 20년가까이 다니신 평범한 회사원이셨고
어머니는 식당운영, 판매원, 아파트 경리, 심지어 다단계 까지 안해보신 일이 없을정도로 열심히 사시는 분들이었지만
저희 집이 풍족했던 적은 없었던걸로 기억합니다. 물론 아버지 어머니 덕에 밥먹고 자는 걱정은 안하고 다른 아이들처럼
학원도 다닐 정도는 되었습니다. 하지만 적은 벌이에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셔야 했던 아버지는 경제관념이 엄청나게 철저하실수 밖엔 없었고
민감한 사춘기 시절엔 남들처럼 좋은 옷,신발을 잘 사주지 못하고 햄버거가계 적립 포인트 하나때문에 엄청나게 직원과 실갱이 하는 아버지를
절대 이해할수 없었고 작은 집평수와 낡은 가전들이 부끄러워 잘사는 친구들을 집에 데리구 오지 않으려 하고 그랬습니다.
어머니는 후에 저에게 말하시길 한국에서 계속 살면 저와 제동생 대학까지라도 제대로 보낼수 있을까 걱정이 드렀더랩니다.
그리고 제가 어머니한테 (지금 생각하면 철없이) 유학을 1년이라도 보내달라고 부탁했던게 결정타가 되어 이민을 알아보시기 시작하셨습니다.
40평생을 한국에서 나고 자라시고 태어나서 단한번도 이민이라는 단어를 떠올려 본적도 없던 아버지는 결단코 반대하셨고
두분이서 이 문제로 심하게 부부싸움도 하시긴 했지만 결국 어머니와 뜻을 같이하셨고
결국 저희 가족은 2001년 6월에 캐나다에 도착하게 되었습니다.
이 글에서 저와 제 동생에 대한 이야기는 가급적이면 안할려고 합니다.
결론적으론 저와 동생 모두 좋은 교육받고 적응에 큰 무리없이 잘살아왔기 때문입니다.
이곳에서 이민을 생각하시는 분들은 대부분 가장이시거나 곧 가장이 되실 분이기때문에 같은 이민 1세대인 저희 부모님의 과정을 말하고자 합니다.
아버지는 이민가는 비행기를 타는 날이 다가오실수록 밤에 잠을 거의 이루지 못하셨습니다.
40년넘게 살아온 한국을 떠나서 가족도 친척도 친구도 하나 없는, 말도 거의 통하지 않는 한번도 살아본적 없는 나라에서 혼자도 아니고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한다는 압박감 때문이겠지요.
저희 아버지가 처음하신 일은 빌딩 청소였습니다. 영어도 거의 제대로 못하는 상태에서 한국전공을 살리는 회사취직은 먼산이었고
오시는 즉시 돈을 벌으셔야 했기때문입니다. 그곳에서 온갖 나라에서 빈민자격으로 캐나다에 온 청소부들과 섞여서 이곳사람들이 일하고있는 빌딩에서
청소를 하시던 아버지의 머릿속에서 어떤 만감이 오가셨을지... 아버지에겐 이민의 낭만이나 기대에 젖어 있을 여유가 없었습니다. 감상에 젖어있을 조금의 시간도 없이 바로 현실에 뛰어드신거지요.
이곳에 올라오는 상당수의 이민 희망글을 보면 대부분 한국에 현재 처해있는 이 척박한 현실과 어두운 사회상에 지처서 마치 외국에 나가면 한국보단 무조건 나은 삶, 더 편안하고 안정적인 (인간적인)삶을 살게되실거란 희망에 부푼 글이 많습니다만. 냉정한 현실은 성공적인 이민생활의 근본 전제조건이 경제적 안정임은 이곳에서도 마찬가지이며 소수인종으로서 비영어권 사람으로서 그 궤도에 오르기에는 한국 못지 않은 어쩌면 한국보다 더 피나는 노력과 고난이 따를수있다는 것입니다. 다만 내가 지금 흘리는 이 땀과 노력에 대한 정당한 대우를 받을수 있는 나라가 이곳이고 나의 노력으로 인해 나의 자식들은 주입식의 입시지옥이나 왕따같이 병든 한국 공교육의 늪에서 벗어나 더 큰 날개를 필수 있는 점은 틀림없는 장점일것입니다.
하지만 어떠한 경우에서든 자신이 이민 1세대라면 노력과 땀은 불가결조건이며 어쩌면 한국보다 더 서럽고 외로울 수 있다는점을 명시하시고, 한국에서의 나의 사회적 위치나 자존감을 버리지 못한채 밑바닥 부터 시작한다는 각오없이는 적잖은 좌절을 경험할수도 있다는 점을 명심하십시오.
빌딩청소부터, 샌드위치샵 헬퍼, 부랑자 식당, 세차장, 한국식당을 거쳐오시면서 10년 넘는 세월을 거의 매일 일하다시피 하신 저희 부모님은
그 노력의 결실로 지금은 자산가로 불릴정도로 성공하셨지만 은퇴전까진 지금도 매일매일 열씸히 일하시고 계십니다.
또한가지 드리고 싶은 말은, 한국 기준으로서의 직업의 귀천은 과감히 버리시길 바랍니다. 넥타이매고 직장다니는것이 식품점같은 자영업(Small Business)보다 뭔가 더 안정적이고 나은 삶이라고 단정짓지마시길. 이곳에 월급이 한국보다 높지만 월급이 높은만큼 엄청나게 많은 세금을 때가는것도 사실이고 월급으로 적당히 안정적이지만 뻔한 삶보다 훨씬 기회가 많을수 있는것이 Business이고 그 시작은 구멍가게이든 Bottle Depot이든 상관없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저희 부모님이 가장 먼저 시작한 장사는 Price 3만불짜리 구멍가게 였습니다. 비지니스를 볼줄 아는 안목과 노력만 동반된다면 자영업도 아주 괜찮은 선택입니다. 다만 첫 시작한곳에서 언제까지나 머물기 보다는 끊임없이 발전 시키고자 하는 마인드가 있어야겠지요.
마지막으로 이나라의 가장큰 장점중 하나는 학벌의 차별이 없다는 것입니다. 대학이 한국처럼 필수도 아니고 전문대 나오고 고졸이어도 기술하나만 있으면 충분히 잘 살수 있는 나라입니다. 제 주위에도 고졸이 많지만 매일같이 파티하고 노느라 노력 자체를 안하는 경우가 아니고 어떤 기술이든 하나만 있어도 걱정없이 상당히 다들 잘살고 있습니다. 한국 학벌 생각하면서 눈높이를 너무 높이시지 말고 하시게 될일이 마음에 안든들 긍정적인 사고로 미래를 보는 여유를 기르시길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