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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적어도 내 생각에, 오늘은 금요일이다.
나는 모든 전자제품을 부쉈다.
컴퓨터를 산산조각 냈다. 컴퓨터의 모든 부품들은 네트워크 엑세스를 통해 접근할 수 있다. 내가 프로그래머라서 안다.
컴퓨터를 처음 켠 후에 내가 입력한 모든 정보 – 이름, 이메일, 위치 – 는 입력한 이상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난 내가 글로 썼던 모든 것을 검토하고 또 검토하고 있다.
나는 아파트 안을 왔다 갔다 걸어다니면서 끔찍한 공포와 무시무시한 불신 사이에서 왔다 갔다 했다.
어떨 때는 이 유령 같은 실체가 나를 아주 단호하게 밖으로 끌어내려 한다는 확신이 들었다.
처음으로 돌아가보면, 에이미와 처음 했던 통화에서, 그녀는 나에게 문을 열고 밖으로 나오라고, 아주 효과적으로 부탁을 했다.
나는 머리를 계속 굴렸다.
어떤 관점에선, 내가 광인처럼 행동하고 있으며 이 모든 것이 극도로 낮은 확률이 수렴한 결과에 불과했다.
순전한 우연으로 적당한 시간에 밖에 나가지 않았으며,
순전히 우연으로 다른 사람을 목격하지 못했고,
적절한 때에 컴퓨터 바이러스가 담긴 말도 안 맞는 뜬금없는 이메일을 받은 것이다.
다른 관점에서는, 극도로 낮은 확률의 수렴이야말로 밖에 있는 것에게 내가 잡히지 않은 이유다.
나는 계속 생각했다.
나는 3층의 창문을 열지 않았다.
나는 몰래카메라를 설치하고 내 방까지 미친 듯이 뛰어 가 아파트를 잠그기 전까지는 정문을 연 적이 없다.
나는 내가 정문을 연 이후부터 내 아파트 방문을 열지 않았다.
밖에 있는 게 무엇이든 – 실제로 있다면 – 내가 정문을 열기 전까지는 건물 안으로 들어오지 못했다.
어쩌면 그것이 건물에 들어오지 않았던 이유는 다른 곳에서 다른 사람 전부를 죽이고 있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 후에 그것은 기다렸을 지도 모른다…
내가 나의 존재를 에이미에게 전화를 하려고 하면서 다 까발리기 전까지 말이다…
전화는 먹통이었다, 그것이 나에게 전화해서 이름을 묻기 전까지는…
내가 이 악몽을 이해하려고 할 때마다 공포가 말 그대로 날 집어삼켰다.
그 짧고 중간에 끊긴 이메일은 무언가 전하려던 사람의 것이었을까?
그것이 나를 찾기 전에 절실하게 알리기 위해 노력하던 친절한 목소리가 아니었을까?
나의 눈으로 본 그들을 믿지 마라 – 내가 그 동안 의심스러워했던 것이 아닌가.
그것은 모든 전자제품을 통제할 수 있을 수도 있으며 사악한 속임수를 이용해 내가 밖으로 나오게 속일 수 있다.
왜 그것은 안으로 들어오지는 못할까? 그것은 문도 두드렸다. 물리적인 실체가 있음이 틀림없다…
문… 3층에 있던 문들의 수호신 석상 이미지가 계속해서 떠오른다.
만약 유령 같은 실체가 나를 밖으로 끌어내려 한다면, 어쩌면 그것은 문을 통과하지 못할지도 모른다.
나는 계속해서 내가 읽었던 모든 책과 봤던 모든 영화를 떠올려 어떤 설명이라도 만들어내려고 한다.
문은 언제나 인류가 가진 상상력의 강한 중심이었으며 중요한 교량으로 여겨졌다.
아니면 혹시 문이 너무 두껍나? 적어도 나는 이 건물 안에 어떤 문도 부수고 들어갈 수 없다.
당연히 육중한 지하의 문은 말할 것도 없다.
이를 제쳐 놓고, 진짜 궁금한 것은, 그것이 날 원하는 이유이다.
그것이 만약 날 그냥 죽이고 싶으면 다른 방법도 많다. 예를 들어 내가 굶어 죽을 때까지 기다릴 수도 있다.
만약 그것이 날 죽이고 싶어 하지 않으면?
만약 죽음보다 훨씬 끔찍한 운명이 기다리고 있는 거라면?
젠장, 이 악몽에서 대체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까?
문에서 노크 소리가 들린다…
—
나는 문 반대쪽 사람들에게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고 내가 나갈 거라고도 했다.
나는 무엇을 해야 될지 알아내기 위해 이걸 그냥 적고 있다.
적어도 이번에는 문 밖에서 목소리를 들었다.
내 강박증 – 그렇다, 난 내가 강박증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 덕분에 문 밖의 목소리를 전자기기로 만들 수 있는 온갖 방법들을 생각한다.
밖에는 인간 목소리를 꾸며내는 스피커만 있을 지도 모른다.
정말 나에게 말하려고 오는데 3일이나 걸렸을까?
짐작컨대 에이미는 밖에 있는 두 명의 경찰과 한 명의 정신과 의사와 함께 있을 것이다.
어쩌면 오는데 3일이나 걸린 이유가 나에게 무슨 말을 할지 미리 짜온다고 그런 것일지도 모른다.
내가 이 모든 걸 광기 어린 오해라고 생각한다면,
그리고 어떤 실체가 나를 밖으로 끌어내려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 밖의 정신과 의사의 주장도 꽤 설득력이 강할 거다.
정신과 의사의 목소리는 약간 늙었고 권위적이나 친절했다. 듣기 좋았다.
난 그저 내 두 눈으로 누군가를 간절히 보고 싶다!
의사가 말하길 내가 사이버 정신병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그리고 내가 최면 메일로 인한 신경 쇠약을 경험하는 수 천 명의 사람 중 하나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나는 이 실체가 몰래 들어와 무언가를 알아낼까봐 의심스러웠다.
의사가 말하길 내가 현재 만연한 위급한 행동장애를 경험 중이라고 했다.
다른 사람들은 서로 의사소통을 하지 못하지만 나와 같은 문제와 공포를 가지고 있다고 했다.
그것이 눈에 대해 말하던 이상한 이메일의 존재를 설명해주었다.
나는 그 메일의 방아쇠이자 촉발제가 된 원본을 받지 못했다.
나는 원본의 후손 격인 메일을 은 것이다.
메일을 보낸 내 친구는 원본을 쪼개어 모두에게 자신의 강박적 두려움을 경고하고 싶었을 지도 모른다.
그것이 바로 이 정신병이 퍼지는 법이라고, 정신과 의사가 주장했다.
나 또한 문자메시지와 인터넷 채팅을 통해 그것을 퍼뜨릴 뻔 한 것이다.
내가 연락한 사람 중 몇 명이 지금쯤 끝장이 나 있을지도 모른다.
그들은 내가 보낸 “요즘 누굴 실제로 본 적 있어?”라는 문자를 멋대로 해석해서 나와 같은 정신병이 걸렸을 지도 모른다.
의사가 말하길, 그는 다른 사람까지 잃고 싶지 않다고 한다.
나와 같은 사람은 똑똑하고 그것이 바로 우리의 취약점이라고 했다.
나같이 똑똑한 사람이 강박증에 걸리면 빠르게 바뀌어 가는 현대사회 속의 연결점들을 너무나 잘 찾아낸단다.
내가 그에게 한 가지 제기할 것이 있었다.
그의 설명은 훌륭했다. 그의 설명은 거의 모든 걸 설명했다.
사실, 그의 설명은 완벽하게 모든 걸 설명했다.
그 설명은 어떤 실체가 나를 죽음보다 더 끔직한 운명으로 끌고 가고자 문 앞에서 기다린다는 악몽을 털어버릴 이유가 제시했다.
그 설명을 듣고도 모든 사람을 죽였을지도 모르는 실체를 피하기 위해 굶어 죽을 때까지 여기 남아 있는 것은 멍청한 일이었다.
그 설명을 듣고도 내가 이 텅 빈 세상의 최후 생존자이며 안전한 지하에 숨어 야비한 실체를 피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멍청한 일이었다.
의사가 말한 것은 내가 보고 겪은 일들을 모두 완벽하게 설명해주었고
따라서 내가 모든 두려움을 떨치고 문을 여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난 절대 문을 열지 않을 것이다.
내가 어떻게 확신할 수 있는가?! 내가 어떻게 무엇이 진짜고 무엇이 거짓인지 알겠는가?
알 수 없는 기원으로부터 온 이 모든 전선과 신호를 가진 물체들!
그것들은 진짜가 아니다, 난 확신한다!
카메라, 가짜 비디오, 가짜 전화 통화, 이메일을 통한 모든 신호들!
심지어 부서진 채 바닥에 나뒹구는 TV조차 어떻게 진짜인지 알 수 있는가?
이 모든 것은 그저 신호, 파장, 빛,… 문!
그것이 문을 부수려고 부딪쳐온다! 그것이 지금 들어오려고 한다!
어떤 말도 안 되는 기계장치가 육중한 나무 문에 부딪치는 사람의 소리를 이렇게 잘 꾸며낸단 말인가?!
적어도 마침내 그 장치를 내 눈으로 볼 수 있겠구나… 여기엔 나를 속일 어떤 것도 남아 있지 않다.
나는 모든 걸 다 산산조각 냈다. 그것은 나의 눈을 속일 수 있다, 그렇지?
두 눈으로 본 그들을 믿지 마라 그들… 잠깐…
그 메일이 정말 내 눈을 믿으라는 절박한 메시지였나, 아니면 내 눈에 대해서도 경고하는 메시지였나?!
세상에, 카메라와 내 눈의 차이는 뭐지?
카메라나 눈이나 모두 빛을 전자신호로 바꾼다 – 그들은 똑같다!
난 속임수에 당하지 않겠다! 난 확신이 필요하다! 난 확신이 필요하다!
날짜 알 수 없음
나는 침착하게 종이와 펜을 요구했다.
그것이 나에게 종이와 펜을 줄 때까지. 뭐 그게 중요하진 않다.
이제 어떻게 할 것인가? 눈을 파내 버릴 것인가?
붕대는 이제 나의 일부처럼 느껴진다. 고통은 사라졌다.
이게 마지막으로 알아 볼 수 있게 글을 적는 시간이 될 것이다.
실수를 고쳐 줄 시력을 잃으면 내 손도 서서히 제대로 된 동작을 잊을 것이다.
이것은 어찌 보면 제멋대로 구는 방종이다.
이 글은 … 다른 시대의 유물이다.
왜냐하면 이 세상 모든 사람은 이미 확실히 죽었거나 … 아니면 더 끔찍한 일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푹신한 벽에 기대 앉아 시간을 보낸다.
그 실체는 나에게 음식과 물을 준다. 그것은 상냥한 간호사가 되기도 하고 냉정한 의사로 변신하기도 한다.
난 이것을 알 수 있다. 시각을 잃고 어둠 속에 살기 시작하면서 귀가 매우 날카로워졌기 때문이다.
그것은 내가 우연히 들을 것까지 예상해서 복도에서 대화 소리를 만들어 낸다.
간호사 중 한 명이 곧 아기를 가질 것을 이야기 한다. 의사 중 한 명은 교통사고로 아내를 잃었다.
어떤 것이든 중요하지 않다. 어떤 것도 진짜가 아니다. 어떤 것도 그녀만큼 나에게 영향을 주지 못한다.
내가 참을 수 없는 부분이 이것이다. 그것이 나에게 와서 에이미인 척 연극을 한다.
그것의 재연은 완벽하다. 그것은 에이미와 똑같이 소리를 내고 똑같이 느껴진다.
그것은 심지어 그럴 듯한 눈물까지 만들어내고 실제와 같은 뺨 위에 눈물을 만져보게 한다.
그것이 처음 날 여기 끌고 왔을 때, 그것은 내가 듣고 싶은 모든 것을 말해주었다.
그것은 나에게 그녀가 날 사랑하며, 그녀는 널 언제나 사랑했으며, 그것은 왜 내가 이러는 지 이해할 수가 없으며,
만약 내가 속고 있다는 주장을 멈춘다면 우리가 여전히 함께 살 수 있다고 했다.
그것은 내가 믿기를 바란다… 아니다, 그것은 그녀가 진짜라고 믿기를 바란다.
난 거의 속을 뻔 했다. 진짜다. 나는 나 자신을 아주 오랫동안 의심했다.
하지만 결국에는 그것은 너무나 완벽하고, 너무나 흠이 없고, 너무나 진짜 같았다.
가짜 에이미는 매일 나를 찾아왔고, 그러더니 매 주 방문했고, 그러다가 갑자기 오지 않았다…
하지만 그 실체가 포기한 것이라고 생각지 않는다. 아마 기다리기도 그 놈의 게임 중에 하나겠지.
나는 필요하다면 평생 그것에 저항하며 살 것이다.
나머지 세상에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지만, 이 실체가 내가 속임수에 넘어가길 원하고 있다는 것은 알 수 있다.
만약 실체가 그것을 원한다면, 그렇다면 어쩌면, 진짜 어쩌면, 나는 실체가 수행하려는 임무의 가시일지도 모른다.
어쩌면 에이미는 아직 어딘가에 살아있고, 이 사기꾼에게 저항하려는 의지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살아 있을지도 모른다.
나는 시간을 보내기 위해 감옥에서 앞뒤로 몸을 흔들면서 그 희망에 매달린다.
난 절대 복종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절대 부러지지 않을 것이다.
나는… 영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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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는 환자가 끼적여 놓은 종이를 읽었다. 그것은 시각장애인의 흔들리는 필체였기에 거의 읽을 수 없었다.
의사는 남자의 끈질긴 고집에 미소를 짓고 싶었다. 환자는 인간이 가진 생존력을 상기시켰다.
하지만 그는 환자가 완전히 망상에 빠져있음을 알고 있었다.
결국, 제 정신인 사람도 오래 전에 그 속임수에 빠졌을 것이다.
의사는 웃고 싶었다.
그는 망상증 환자에게 격려의 말을 속삭이고 싶었다.
그는 소리를 지르고 싶었다.
하지만 그의 머리와 눈을 둘러 싼 신경 필라멘트가 그를 막았다.
그의 몸은 꼭두각시처럼 감옥 안으로 걸어들어갔고 환자에게 말했다.
환자의 생각은 잘못 되었다고. 그리고 그를 속이고자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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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 이렇게 밤을 새는 작업이 끝났습니다ㅋㅋㅋ
내용이 짜임새가 있어 좋다는 생각이 드는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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