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 11군번입니다. 형님들에 비하면 아직 예비군도 안 끝난 햇병아리지만 예비군 하러 고향 내려가는 길에 글 써봅니다.
1-1. 첫번째 휴가는 진해에서 고향인 남원으로 내려갈 때입니다. 진해-진주-남원으로 가는 코스였는데 산청에서 30분정도 차가 쉰다길래 매점에서 먹을 것 좀 사러 갔습니다. 아시다시피.. 첫 휴가때는 진짜 먹고싶은게 너무 많아서 좀 과하게 간식들을 샀습니다. 그걸 본 주인아저씨가 물었습니다. "해군이가." "예 해군입니다" "이병이네" "예 이병입니다" "고생하네" "감사합니다" "그냥 그거 가져가라" "잘못들어씀다?아.. 예?" "새끼 고생많이하나보네 그냥 가져가라"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내가 해병대 나와서 그렇다 그냥 가져가라" "아.. 정말 진짜 감사합니다." 대략 6천원어치였는데..이때 진짜 첫휴가 첫버스부터 너무 감동해서 아직도 저 대화들이 기억납니다.
1-2. 친구랑 술집에서 둘이 술마시는데 하는 얘기야 당연히 군대얘기다 보니까 옆자리 아저씨들이 들었나봅니다. 아저씨들 나가면서 테이블 다 계산해주고 3천cc랑 치킨 긁어주셨어요.
2. 두번째 휴가는 작전 끝나고 포상 얹어서 평택에서 나갔습니다. 이때 일병. 평택-전주-남원으로 내려가는데 전주 고속터미널에서 내리고시외터미널로 내리는데 돈이 부족해서 시외까지 걸어가려 했습니다. 근데 누가 뒤에서 클락션을 울리더니 "해군이여?" 라고 하시는겁니다. 근데 엄청 젊어보이셨음. "네 맞습니다." "몇기여" "6xx기입니다" "나는 5xx기여ㅋㅋ" "필승!" "아 하지말어.. 어디가?" "집이 남원이여서 시외터미널 갑니다." "그 먼곳을 걸어간다고? 타."
이렇게 그 형님 차를 타고 그 형님 군생활 이야기 계속 들어주다가 갑자기 형님이 4만원을 세게, 진짜 아프도록 세게 쥐어주셨습니다. "군인은 이런거 받으면 안됍니다 괜찮습니다 선배님" "아 같은 해군끼린 괜찮어~"
이때부터 전역하면 해군애들한테 그만큼 베풀어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2-2. 저때 4시에 출타해서 전주에서 남원 도착하니 밤이 늦어서 택시탔는데 그 택시가 해병대 택시라서 택시비 안받으셨습니다.
3. 외박이 있었는데,(해군은 위수지역이 없음) 진해에서 나가서 부산에서 놀고 막차로 집에 가는길이었습니다. 할머니가 짐이 많으시길래 버스에 싣고 내리는거 도와드렸더니 고맙다고 만원 주시는데 이건 제가 계속 거절했습니다.
3-1. 친구랑 술마시는데 또 어떤 형님들이 대신 긁어주고 가심 3-2. 진주행 버스 기다리는데 아저씨가 자기 해병대출신이라며 버스 올때까지 본인의 무용담을 펼치시다가 마지막에 격려해주면서 아이스크림 사주셨음.
그 외에도 제가 미처 자세히 기억하지 못했지만 해군 정복 입은거 만으로도 엄청나게 격려랑 공짜밥같은 시민들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아. 상병부턴 이런 혜택 못받았습니다. 휴가나 외박 나올때 간부들이 사복을 맡겨줬거든요. 그래서 나오면 BEQ근처에서 옷이랑 폰 받고 놀러 갔습니다.
여튼 그러다보니 전역하고 지금 제가 아직은 수익이 적은 학생이지만 해군이나 해병대 친구들 보면 만원씩 쥐어주거나 뭐라도 먹여서 보냅니다. LST타면서 해병을 진짜 싫어했는데 막상 전역하니 받은게 많아서 해병까지 챙겨주더라고요.
제가 일이병때 받은 친절함이 아직도 가슴에 남아서, 지금 군생활하는 친구들이 저랑 비슷한 감정을 느끼고 힘냈으면 좋을거 같아서 몇년째 이러고 있는데 막상 해군해병을 볼일이 적어서 50정도 쓴거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