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 회고록 논란의 중심에 선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7일 "유엔의 북한 인권결의안 선언 후 북한이 어떤 태도를 취할 것인지에 대한 (각 주무부처 간) 의견 교환은 우리의 정책 결정 과정에서 꼭 필요한 논의였다"고 밝혔다. 문 전 대표는 이날 서울 중구 퇴계로 매경미디어센터에서 매일경제 데스크진과 집단 인터뷰를 하면서 "당시 안보정책조정회의에서 (기권하자는) 다수 의견으로 입장이 정리됐고 대통령께 보고됐던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북한 인권 선언에 대한 기권 여부를 북측에 문의했다는 송 전 장관의 회고록 기술에 대해 진위를 명확히 밝히기보다는 국정 의사결정 과정의 치열한 논의 과정에서 오간 의견을 확대해석할 필요가 없다는 데 방점을 찍은 것이다.
그는 내년 대통령선거와 관련해선 "우리집 아버지처럼 든든하고 준비된 대통령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나는 참여정부에서 4년을 청와대에서 일했다"며 "대통령이 최종 의사결정을 내리기 전까지 모든 과정에 직접 참여하며 국정운영의 생생한 현장을 경험했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문 전 대표와의 일문일답.
― 송 전 장관의 회고록을 놓고 당시 관계자들의 말이 엇갈린다. ▶ 송 전 장관의 책이 논란이라는데, 나도 해당 부분을 읽어봤지만 그렇게 읽히지 않았다. 당시 유엔의 북한 인권결의안에 대한 우리의 입장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각 부처 담당자 간 의견 교환은 필수적인 상황이었다. 외교부, 국정원 등 부처장들이 자신들의 입장을 관철하기 위해 설득하려고 애쓰는 상황을 기술해 놓은 것뿐이다. 도대체 뭐가 문제인가.
― 유력 대선 후보이다 보니 문 전 대표의 당시 입장에 대한 궁금증이 큰 것 같다. ▶ 솔직히 오래전 일이라 정확히 기억해내기 쉽지 않다. 안보정책조정회의는 비서실장이 아니라 안보실장이 주재한다. 회의에서 다수 의견이 기권으로 모아졌고, 그 의견이 노무현 대통령에게 보고됐다. 그래서 기권으로 결정이 내려진 것이다.
― 북한 인권결의안에 찬성하던 송 전 장관은 회의 후 노 대통령에게 자필 편지까지 보낼 정도로 기권 결정에 자괴감을 느꼈다고 한다. ▶ 과거에도 장관들이 대통령과 독대해서 의견을 따로 말하는 일은 많았다. 치열한 설득 과정을 기술한 거다. 민생은 파탄 나고 최순실·우병우 등 권력형 비리 문제가 불거지자 남북 문제로 덮으려 한다. 어떻게 남북 관계를 정쟁에 활용하나. 막장이다. 국가의 미래를 생각하는 철학이 있다면 이렇게 해서는 안 되는 일이다.
― 대북 선제타격론이 나올 정도로 남북 관계가 좋지 않은데. ▶ 참여정부 때 남북 간 해빙 무드로 한반도에서 다시는 전쟁이 없을 것이란 기대가 컸다. 하지만 박근혜정부 들어서 남북 관계가 사상 최악으로 치달았다. 청와대 습격 사건을 겪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나 아웅산 테러 때 목숨을 잃을 뻔한 전두환 전 대통령 때도 남북 간 대화의 끈은 놓지 않았다. 결국 노태우 정권 때 남북기본합의서가 체결되고, 국민의 정부 6·15 공동선언, 참여정부의 10·4 남북공동선언으로 결실을 봤다. 남북 간 대화가 끊기면 북한은 핵을 고도화하는 작업에 들어간다. 지금이라도 빠르게 대화를 재개해야 한다.
― 주변국과의 공조는 어떻게 해나가야 할까. ▶ 우선 북핵 국면에서 한미동맹은 너무나도 중요하다. 하지만 북핵 해결을 위해 군사정보 공유를 일본까지 확대하는 것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 일본은 여전히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며 우리와 영토분쟁을 벌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을 뛰어넘어 일본과 군사적 협력까지 도모할 수는 없다. 독도 문제만큼은 깔끔하게 매듭지어 양국 사이에 영토분쟁이 없다는 신뢰가 형성돼야 가능하다.
― 북한 엘리트 인사들의 탈북이 줄을 잇고 일각에서는 30만명 탈북설도 나온다. 정치권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 북한 탈북자들도 우리 국민인 만큼 끌어안아야 하지만, "남한으로 오라"는 식으로 대규모 탈북을 부추기면 감당할 수 없는 일이 될 거다. 30만 탈북자를 우리가 감당할 수 있을까. 아마 우리뿐 아니라 중국 러시아 등 주변국에도 대재앙이 될 거다.
― 200여 명의 국회의원이 개헌 추진에 찬성하고 있다. ▶ '제왕적 대통령제' 폐단을 막기 위한 개헌 논의에는 원론적으로 공감한다. 하지만 개헌 방향에는 의견이 모아지지 않았다. 박근혜 대통령 임기가 남아 있는 동안 먼저 개헌을 하고 개헌 내용에 따라 대선을 치르자는 주장은 현실성이 없다. 짧은 기간에 논의하기 어렵고, 박 대통령의 동의가 있어야 하는데 불가능한 일에 힘을 낭비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 개헌 관련 새누리당 분위기도 달라졌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 만약 청와대가 개헌 추진에 나서면 그 순간 순수성이 무너진다. 대선 이후 권력을 연장하기 위한 정략적 개헌이 될 수밖에 없다. 개헌이 필요하다면 정정당당하게 다음 대선 때 공약하고 국민의 지지를 받은 뒤 차기 정부 초반에 추진하는 것이 정당한 절차다.
― 지난 대선 때보다 한층 집권 의지가 강해졌다는 느낌이다. ▶ 당 대표를 하면서 막바지에 인재 영입 작업을 했다. 당시 오셨던 분들 모두 정치와는 거리가 있던 분들이고 우리 당이 어려웠던 시기였는데도 비교적 수월하게 인재 영입에 성공했다. 학자들도 마찬가지다. 평소에 학자들에게 자문을 구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학자들이) 이름이 걸리면 선뜻 나서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 '정책공간 국민성장' 출범에서는 많은 학자가 이름을 걸고 선뜻 나섰다. 그만큼 정권교체에 대한 절박감이 모든 국민에게서 넘쳐난다.
― 2012년 문재인과 2017년 문재인은 뭐가 다른가. ▶ 우선 2012년보다 더욱 준비됐다. 권력 의지가 더 강해졌다기보다는 그만큼 더 절박해졌다. 얼마 전에 '정책공간 국민성장'이 출범했을 때 기조 발표를 했던 김현철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가 말한 것처럼 지금 지식인들 사이에서 '사회가 이대로 가면 안 된다'는 절박감이 있다. 지난 대선에서 패배했던 사람으로서 죄책감, 책임감을 느끼고 절박한 마음으로 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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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에 靑·국회 분원…행자부도 내려가야"
청와대 눈 밖에 나면 좌천…누가 충성하겠나 문재인 전 더민주 대표는 공무원 역량이 예전 같지 못하다는 이유로 '세종시 행정수도 이전'이 꼽히는 것에 대해 "턱도 없는 이야기"라고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문 전 대표는 청와대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시스템이야말로 공무원 역량 약화의 최대 원인으로 꼽았다. 다음은 일문일답.
― 세종시 이전이 아닌 청와대 때문인 이유는. ▶ (정부 부처) 국장급 인사도 청와대 결재 없이는 못하게 만들고, 대통령 눈 밖에 난 사람이 좌천되는데 어느 공무원이 (조직에) 충성할 수 있을까. 청와대가 인사를 좌지우지하니 모두 청와대 눈치를 보고 청와대에 줄을 서면 부처에서 장관의 위엄이 설 수 없다. 이처럼 시스템을 무너뜨리는 사사로운 국정운영을 하면 공무원들의 충성심을 진작시킬 수 없고, 업무 역량 향상을 기대한다는 것은 정말로 연목구어다.
― 행정수도 이전에 대한 민심의 평가는 어떻다고 보나. ▶ 만약에 세종시로의 이전이 공무원들의 역량을 떨어뜨렸다면 세종시에 가 있는 공무원들이 시장과 국회의원을 다 자신들을 세종시로 내려보낸 사람들로 뽑을 리가 없다. 오히려 세종시 공무원들이 세종시를 만들고 추진한 인물들을 국회의원과 시장으로 선출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 공무원 경쟁력 향상을 위한 대안은. ▶ 청와대와 국회가 서울에 있으니 세종시에 있는 공무원들이 청와대 업무 보고, 국정감사, 국회 상임위원회 활동 때 서울로 올라와야 하는데 이건 잘못된 부분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세종시에 국회 분원과 청와대 분원을 설치해야 한다. 공무원들이 서울로 올 것이 아니라 오히려 청와대와 국회가 세종시로 내려가야 한다.
― 공무원들의 기를 살려 줄 복안은 없나. ▶ 공무원들의 복지를 총괄하는 부서가 행정자치부다. 공무원들의 불편함을 앞장서서 해결해야 할 부처가 행자부인데 막상 행자부는 (세종시에) 안 내려갔다. 행자부는 세종시로 내려간 고통에서 완전히 자유롭고 (문제를) 전혀 모른다. 내가 보기에는 행자부가 빨리 세종시로 내려가야 공무원들이 고통을 공감하면서 업무를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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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를 이렇게 운영하면 안된다"…얼굴 붉혀가며 세번이나 되풀이 17일 본사 10층에서 이뤄진 매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야권 유력 대선 주자인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내보인 마음은 '절박함'이었다. 인터뷰 도중 얼굴을 붉히며 "국가를 이렇게 운영하면 안 된다"는 말을 세 번 연달아 되풀이하는 문 전 대표의 표정에서는 정권교체에 대한 강한 의지가 묻어났다. 문 전 대표의 얼굴에는 준비된 사람의 여유로움이 묻어났다. 사전 질문지를 받고 준비한 A4 용지 40장 분량의 원고 때문만은 아니었다. 경제성장론 등 야권의 아킬레스건으로 꼽힌 경제정책에도 막힘 없이 대답하는 문 전 대표의 모습에서는 2012년 18대 대선에서 패배한 이후 4년간 숙성시켜 온 자신만의 '콘텐츠'에 대해 강한 믿음이 묻어났다. 유엔 결의안 관련 여권의 공세에 대해서도 "난 이제 별로 신경 안 쓰인다.
또 그러나 보다. 당에서 대응을 잘하니깐, 나 띄워주려나 싶기도 하다"며 여유 있게 받아 넘겼다. 그러나 인터뷰 중반 현 정부의 실정을 지적하는 문 전 대표의 눈빛은 달라져 있었다. 새누리당의 유엔 대북 인권결의안 기권 관련 주장에 대한 질문을 받자 눈을 크게 뜨며 "최순실과 우병우의 국정농단과 권력형 비리, 백남기 선생 부검 문제를 다 덮으려고 남북 문제를 또다시 정계로 끌어낸 것"이라며 "적어도 먼 미래를 내다보며 국가를 경영해 나가는 철학이 있다면 해선 안 되고 할 수 없는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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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前 대표는 △1953년 경남 거제 출생 △경남고, 경희대 법학 학사 △1980년 제22회 사법시험 합격 △2003년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 △2004년 5월 청와대 시민사회수석비서관 △2005년 1월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 △2007년 3월 청와대 비서실장 △2007년 8월 제2차 남북정상회담 추진위원회 위원장 △2010년 8월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 이사장 △2012년 제19대 국회의원 (부산 사상구) △2012년 민주통합당(더민주 전신) 대선후보 △2015년 2월 새정치민주연합(더민주 전신) 당대표 △2015년 12월 더불어민주당 인재영입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