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심심찮게 전우회 어쩌고 하는 노인집단 이야기가 들려옵니다.
최근 그 도를 넘었다는 이유로 더욱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지요.
거기에 "패 죽여야 할 노친네"등으로 생각하시는 분들,
"만날 어린것들이 싸가지 없다고 지랄"이시라는 분들께 말씀드리고자 써 봅니다.
흥분하지 마시고 조금만 관조해 봅시다.
1. 친북좌파
- 요즘 친북의 입장이 많이 커졌지요. 그 중 하나가 민주노동당의 강기갑대표가 유명세를 탄 것이고요.
통일에 대해 긍정적이고, 북한에 대해 적개심이 없으니 친북이고,
사회주의(공산주의라고 해도 상관은 없지만)에 대해 옹호적이니 좌익이며,
레닌 스스로가 인정하듯 그들은 "붉은 군대"를 자처했으니, 빨치산 이상의 의미로 빨갱이도 맞을겁니다.
다시 말해, 강기갑 대표나 여러분 모두, "친북좌빨"이라는 단어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입니다.
다만 이것이 지금과 같은 비난조가 아닌, 글자 그대로의 상황설명적 의미만을 가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아담스미스와 J.롤스가 주장한 "인간이 이기적이다"라는 명제에 기분이 나쁘실 분은 없으시죠?
조금 비약이겠지만, 마찬가지로 스스로를 친북에 좌익이라는 점을 부정하실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다만 우리가 원하는 사회주의는 북유럽식 복지제도지, 러시아의 공산혁명이 아니라는 자각이 있어야겠지요.
2. 빨갱이
-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그들이 왜 북한을 죽도록 미워하는지 잘 모릅니다.
실제 겪으신 분이 없다고는 못하겠습니다만, 저를 포함해서 한국전쟁을 겪으신 분이 많지는 않으시겠죠.
그렇기에 빨갱이들이 자신을 총살하려 끌고 가다가 UN군에 의해 풀려났다는 분이나
(제 친구의 친척이야기입니다. 일제강점기 지주였다고 합니다)
저번 대선에서, 1번(정동영)을 찍으면 빨갱이들이 또 쳐들어 온다는 이야기에 무서워 2번을 찍으신 분들
(시골 인심 대부분이 이렇게 만들어졌습니다. 북한에 대한 공포감으로 한나라당 지지를 만듭니다)
을, 우리는 제대로 이해할 수 없을겁니다.
다만, 죽음의 고비를 넘기신, 실제 돌아가신 그분들께 열린 마음과 포용력을 갖고 적군을 용서하자고 주장하는 것이
얼마나 그 분들께 어려운 일인지는 짐작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우리는 (공식적인 부분은 차치하고) 아직도 일본을 용서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겨우 60년밖에 지나지 않은, 아직도 그 일이 틀리지 않았다고 믿는 그들을,
한 민족이라는 이유만으로 감싸주라는 것은 그 분들께 너무나 무리한 요구일 것입니다.
많은 분들이 빨갱이를 싫어하는 것에 대해 화내지 맙시다.
친북좌익세력에 대해 비난하는 것 역시 비하하지 맙시다.
대일굴종외교에 열받는 여러분들, 북한에 퍼주는 정책에 대해 똑같은 반응을 보이시는 것 뿐이라 이해해 주십시오.
3-1. 중임제와 독재
- 잠깐 외적인 이야기로 돌려, 우리나라 대통령제는 원래 미국과 같은 중임제였지요.
최근 그에 관한 이야기도 간간히 들려오고 있습니다만, 아무튼 그게 단임으로 변한게 언제인지 아시나요?
전두환의 5공때 7년 단임, 이후 노태우의 6공에서 5년 단임제를 시행하였습니다.
(2009년 현재 우리는 제 6공화국을 살고 있습니다.)
조금만 정치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단임제는 대통령의 독재화에 큰 유인이 됩니다.
어차피 자신의 권력은 5년 뿐이기에, 무엇을 해도 기간이 변경되지 아니하며,
권력 말기에는 어떤 선정을 했더라도 레임덕이 올 수 밖에 없습니다. 중임제라면 재임 가능성이 있는 대통령에게 레임덕은 안 오지요.
그런데 왜 우리는 단임제로 우기고 있을까요? 미국보다 정치제도가 발전하지 못해서?
국민들의 "독재"에 대한 정서 때문이었습니다.
중임제에서 두 번 대통령을 한 사람이 그 때 까지 딱 두 명 있었습니다.
이승만 박사와 박정희 전 대통령.
둘 모두 독재 체재를 지향했고, 헌법을 바꾸어가며 3선 이상을 거두었습니다.
다시말해, 국민들은 "중임"은 독재로 가는 길목이다, 라고 느꼈던 것입니다.
그 역사적인 6월 항쟁에서 역시, 단임제에 대한 반발은 거의 전무하였지요.
이제 그 아픔을 치유해 가는 과정에서, 성숙된 국민의식을 바탕으로 다시 한 번 성공적인 중임제를 해 보자는 의견이 있었습니다.
그 분이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셨습니다.
당연히 한나라당의 독재 어쩌구 하는 발언에 비난 받으시고, 지금 한나라당이 그걸 다시 주장하고 있습니다.
3-2. 사회주의와 복지
- 갑자기 무슨 이야기인지 당황스러우셨겠지만, 다시 원래대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독재"를 싫어한 국민들은, 그 가능성이 있다는 것 만으로도 "중임제"를 요구하지 않았다.
합리적인 제도임에도 그것을 반대한 것은, "독재"를 그만큼 싫어했던 까닭이다.
라는 앞의 말을, 이 분들께 그대로 인용해 보겠습니다.
"북한"을 싫어한 한국전쟁 경험자들은, 그 가능성이 있다는 것 만으로도 "사회주의정책(복지)"를 바라지 않는다.
합리적인 제도임에도 그것을 반대한 것은, "북한"을 그만큼 증오하는 까닭이다.
한나라당에 몰표를 주고, 민노당을 친북좌빨이라며 매도하고, MB를 옹호하는 그 분들.
그 사람들의 생각에는 많은 것이 있는게 아닙니다.
"북한에 힘을 실어 주어선 안 된다"
그렇기에 독재라도, 친 기업 정책이라도 참을 수 있는 겁니다. 다만 좌익 정책만은 볼 수 없는겁니다.
사회주의라는 이론 자체가 나쁜 것이 아닌 만큼, 당연히 받아들이지 않는 만큼 그 사회의 질은 떨어지겠지요.
그래도 낫다는 겁니다. 북한스런 입김이 닿는 것 보다는.
그런 그들을 어찌 비난할 수 있겠습니까.
여러분은 직접 당하지 않고서도 전두환, 일본을 비난하지 않습니까.
겪으신 분들이 침략자 북한을 싫어하는 것을 어찌 비난하실 수 있겠나요.
4. 다른 부분에 관하여.
글이 길어지네요. 여기서 마무리할게요.
권위적인 어른들은 물론 옳은 모습이 아니라고 생각은 합니다.
하지만 그 분들께 생각의 틀을 바꾸길 바랄 수는 없는 것 아니겠나요.
그들 역시 그런 대우를 받으며 자라오셨습니다. 그렇기에 그렇게 반응하시는 것은 숨쉬는 것 만큼이나 자연스러울 뿐이지요.
보다 합리적이고, 보다 서구적인 가치관을 받아들인 우리가 이해할 수 없는 것은 당연한 지도 모릅니다.
우리나라의 전통가치는, 명분과 권위로 이루어져 있음을 부정할 수는 없으니까요.
여러분과 다른 교육을 받아온 사람들이 그 가치관으로 여러분을 비난하는게 기분 나쁘신가요?
여러분이 어른들께 "대드는" 모습 또한 그렇게 비춰지는겁니다.
굳이 따지자면 어떨까요. 우리가 참아야지요. 우리는 보다 합리적이고, 보다 열려있으니까요.
그 분들은 분명 우리들의 부모님이시고, 친척들이며, 이 나라를 일구어내신 분들입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경제개발을 한 게 아니지요. 분명 이들의 손과 땀이 만들어 낸 것입니다.
그리고, 친북좌빨을 운운하는 그들과 버스에서 노익장(?)을 과시하는 분들은 다른 분들이잖습니까.
연결하지 마세요. 그 어른들을 욕할 근거도 없을 뿐더러, 두 사람이 같다는 확증도 없잖습니까.
제가 알기로 둘의 공통점은 "마음에 안 드는 노인"뿐 입니다.
5. 그 외적인 부분.
물론 고용된 노인에 대하여는 화가 나야 마땅하다고 봅니다.
아무런 정치적 의사도 없으면서, 돈 몇 푼에 스스로가 일구어낸 민주주의의 가치를 무너뜨리지요.
(물론 저런 분들이 민주투사였을까 싶기도 합니다만)
극단적으로 말할까요. 그들은 무지렁뱅이 입니다. 화낼 가치도 없는 존재에요.
프로타고라스의 말을 잠깐 빌려 설명해 보겠습니다.
여러분이 도덕적이지 못한 사람은 비난하면서, 얼굴이 못생긴 사람은 비난하면 안 된다고 배우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도덕적인 것은 후천적으로 바뀌는 것이고, 외형은 그 사람의 의지가 드러나지 않기 때문이지요.
다시말해, 바뀔 수 없는 것에는 화를 내지 않는 것이 당연한 겁니다.
이상, 쓸 데 없이 긴 소리 좀 내 봤습니다. 논쟁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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