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저는 김종인 개인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 그의 경제민주화에 대해서는 매우 호의적인 의견을 견지해왔습니다. 21세기의 요구를 충족시키기엔 부족하지만 여전히 개발독재시대 시스템에서 벗어나지 못한 - 사실 김,노 시대에 벗어나려했으나 이명박그네 시절에 다시 회귀 - 것이 사실이라 그의 경제민주화는 꽤 매력적으로 보였다. 김할배의 경제민주화는 명백하게 자본주의와 기존 한국경제의 보완형이라 할 수 있다. 국가와 기업 사이의 관계를 규정하고 원활하게 흘러갈 수 있게 하는데 방점이 있다. 본인도 그렇게 말했죠. 마귀의 소굴이 되어가는 헬조선에 유용한 이론이라 하겠습니다. 최근에 기본소득을 들고 나오긴 했지만 본인이 개념만 최근에 가지게 된 것이지 이에 대한 구체적인 실행방안과 정책적 포인트들을 확고히 한 것으로 보이진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한국경제시스템엔 유용해보였습니다.
그런데 문재인의 국민성장론이 나오고 보니 완전히 판이 달라지네요. 사실 깜짝 놀랐습니다. 지난 대선에서 문후보의 캐치프레이즈는 사실 아무 특색없고 과거에 사로잡힌(틀린 얘기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것이었고 손학규의 '저녁이 있는 삶'에 완전히 밀렸습니다. 문후보가 저녁이 있는 삶을 들고 나왔다면 당선 가능성이 크게 높아졌을 거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국민성장론이 나오면서 김종인의 경제민주화는 옛 것이 되어버렸습니다. 국민성장론이 성패와 상관없이 대한민국의 산업발전 단계에서 훨씬 발전된 부분을 다루고 있기 때문입니다. 할배의 정책은 국가성장과 기업성장단계의 중간에서 이를 보완하는 것이지만 문재인의 것은 기업성장에서 국민(개인)성장으로 넘어가는 정책을 다루고 있기 때문입니다. 명백히 선진국형 경제체제에 걸맞는 것은 문재인의 국민성장론입니다. 선진국이라 불리는 국가들을 보면 미국과 일본을 제외한 여타의 나라들은 개인의 가치를 국가나 기업이 침범하는 것을 철저하게 금하고 응징합니다. 미국은 유일한 제국이며 전쟁국가로 존재 자체가 다르고 일본은 돈만 많은 미개한 나라이기에 예외로 합니다.
김할배가 특유의 비아냥으로 깎아내리지만 문재인의 국민성장론은 할배의 경제민주화보다 훨씬 큰(포함한) 개념이고 발전된 단계를 다루며 국가시스템의 근본을 수정해야 하는 그야말로 대통령이 아니면 할 수 없는 거대 담론이며 프로젝트입니다. 김할배가 기분 나빠 방방뜨는 건 이해합니다만 본인의 간판보다 훨씬 더 크고 발전된 모델을 들고 나왔으니 어쩌겠습니까? 동참하든지 아니면 사라지든지, 사쿠라들과 어울리든지 빨리 선택하시기 바랍니다.
문재인 대통령 기대되네요. 대통령의 가장 큰 책무는 국가의 미래를 제시하고 그 방향으로 국민들을 설득해 같이 나아가는 겁니다. 이명박그네 시절에 사라지고 기대할 수 없는 것을 내놔서 참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