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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lovestory_76435
    작성자 : 글봇
    추천 : 15
    조회수 : 1731
    IP : 121.147.***.125
    댓글 : 4개
    등록시간 : 2015/11/08 17:13:34
    http://todayhumor.com/?lovestory_76435 모바일
    [BGM] 나는 오롯이 네 것이 되어버렸다.txt 有
     
    나기철 / 맑은 물


    세수를 했는데
    잊고
    또 세숫물을 받았다

    물을 내리며
    두 손을 깍지 낀다

    잘못했습니다
    용서하세요.






    류시화 / 자살



    눈을 깜박이는 것마저
    숨을 쉬는 것마저
    힘들 때가 있었다
    때로 저무는 시간을 바라보고 앉아
    자살을 꿈꾸곤 했다

    한때는 내가 나를 버리는 것이
    내가 남을 버리는 것보다
    덜 힘들 것이라고 생각했다
    나무가 흙 위에 쓰러지듯
    그렇게 쓰러지고 싶었다

    그러나 나는 아직
    당신 앞에
    한 그루 나무처럼 서 있다.






    서덕준 / 이끼



    마음가에 한참 너를 두었다

    네가 고여있다보니
    그리움이라는 이끼가 나를 온통 뒤덮는다

    나는 오롯이 네 것이 되어버렸다.






    구영주 / 헛된 바람



    어느
    이름 모를 거리에서
    예고없이
    그대와 마주치고 싶다

    그대가
    처음
    내 안에 들어왔을 때의
    그 예고없음처럼.






    류시화 / 잔 없이 건네지는 술



    세상의 어떤 술에도 나는 더 이상 취하지 않는다.

    당신이 부어 준 그 술에
    나는 이미
    취해 있기에.





    문정희 / 겨울 사랑



    눈송이처럼 너에게 가고 싶다.
    머뭇거리지 말고
    서성대지 말고
    숨기지 말고
    그냥 네 하얀 생애 뛰어들어
    따스한 겨울이 되고 싶다.
    천년 백설이 되고 싶다.






    서덕준 / 꽃밭



    마음이 사무치면 꽃이 핀다더니
    너 때문에 내 마음엔 이미 발 디딜 틈 없는
    너만의 꽃밭이 생겼더구나.






    복효근 / 안개꽃



    나로 하여
    네가 아름다울 수 있다면
    네 몫의 축복 뒤에서
    나는 안개처럼 스러지는
    다만 너의 배경이어도 좋다






    류시화 / 별에 못을 박다



    어렸을 때 나는
    별들이 누군가 못을 박았던
    흔적이 아닐까 하고
    생각했었다

    별들이 못구멍이라면
    그건 누군가
    아픔을 걸었던
    자리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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