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이 뭐길래…쫄쫄 굶고 물만 마신 기자들
(서울=뉴스1) 박희진 기자,박기락 기자 = 29일부터 시행된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이 하루아침에 기사들을 대상으로 한 행사의 풍경까지 바꿔버렸다. 오찬을 겸하던 기자간담회에서 오찬은 사라졌고, 기념품 대신 물만 제공받았다. 심지어 스포츠경기 취재를 위해 모인 기자대기실에 있는 냉장고에 물까지 치워버린 곳도 있다.
29일 오전 서울 광화문 KT스퀘어에서 열린 KT '기가인터넷 가입자 200만명 돌파기념' 기자간담회는 '물'하고 홍보문구가 새겨진 '물티슈'만 제공됐다. 평소같았으면 행사에 참석해줘서 고맙다는 의미로 간단한 기념품을 제공했을테지만 이날 KT는 김영란법을 의식해서인지 물만 줬다.
이날 점심시간 직전에 인천 영종도 BMW드라이빙센터에서 열린 롤스로이스 브랜드 스튜디오 개소 관련 기자간담회도 마찬가지였다. 행사장에 간단한 음료와 핑거푸드가 마련돼 있었지만 많은 기자들이 불편한 분위기를 의식해 손도 대지 않았다. 점심시간이 돼서야 행사가 끝났지만 외진 곳에서 행사가 열린 탓에 기자들은 쫄쫄 굶은 채 서울로 이동해야 했다.
한 기자는 "업체에서 점심을 제공하지 않는 것은 크게 상관없지만 식사시간에 진행되는 행사는 불편하다"면서 "행사끝나고 기사까지 마감하려면 점심을 걸러야 할 판"이라고 볼멘소리를 토해냈다.
행사를 마련한 롤스로이스는 "영종도-서울간 기자1인당 왕복 교통비가 2만원이고, 여기에 식음료를 제공한 케이터링 서비스가 1만원이 들다보니 점심까지 제공하면 3만원을 넘어가서 어쩔 수 없었다"고 털어놨다.
야구경기가 열리는 잠실야구장의 취재풍경도 달라졌다. 경기 취재를 위해 야구장을 찾은 기자들은 28일부터 한끼 8000원하는 구내식당에서 식권을 구입해서 먹어야 했다. 기자들에게 생수 공급도 중단됐다. 대신 정수기를 설치해 물을 마시도록 해뒀다.
공연 티켓비용을 부랴부랴 낮추는 곳도 생겨났다. 29일 개막한 '2016 전주세계소리축제' 조직위원회는 행사기간 열리는 공연의 티켓비용을 1~2만원으로 내렸다. 개막공연 티켓비용만 5만원이어서 기자들이 개막공연을 보면 비용초과로 다른 공연을 볼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개막공연 이후 축제 출연진과 관계자 그리고 기자들을 초청한 개막 리셉션 행사도 취소시켰다.
소리축제 관계자는 "김영란법 때문에 황급히 공연비를 낮출 수밖에 없었다"며 "하필 김영란법 시행일 이후에 축제가 진행돼 예견하지 못한 상황이 발생하는 바람에 너무 놀랐다"고 말했다.
김영란법에 대한 해석이 저마다 분분한 상황이어서 김영란법 시행이후 열리는 각종 행사는 이처럼 대혼란을 겪고 있다. 신제품 발표회를 준비했던 기업들은 차량지원을 비롯해 점심식사 제공, 하다못해 음료제공을 놓고도 유권해석을 하느라 끙끙대고 있는 모습이다. 지방에서 열린 각종 행사들도 홍보를 위해 기자들을 초청할 수밖에 없는데 기자들에게 어디까지 편의를 제공해야 할지 몰라서 허둥거리고 있는 형편이다.
한 기업 관계자는 "10월에 출시될 신제품 홍보를 위해 미디어행사를 가질 계획이었는데 김영란법에 저촉된다는 것이 너무 많아 애로가 많다"며 "과연 법을 지키면서 홍보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 행사자체를 포기해야 하는 것은 아닌지 고민이 많다"고 밝혔다. 또다른 기업 관계자는 "김영란법 때문에 기업의 홍보활동까지 위축되니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김영란법에 쫄쫄 굶으신 기자님께서 화가 나셨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