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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lovestory_76201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12
    조회수 : 1814
    IP : 221.155.***.186
    댓글 : 1개
    등록시간 : 2015/10/18 19:42:03
    http://todayhumor.com/?lovestory_76201 모바일
    [BGM] 나는 네게 그런 사람이고 싶었어



    1.jpg

    전향, 가을비



    단 한 번도
    발자국 소리 요란하게 내며 와본 적 없었습니다
    그렇게 할 순 없었습니다

    가만히 두어도
    절로 땅에 누워버릴
    이제 기력 다 떨어진 넓은 잎들 위로
    미안해서
    너무 미안해서
    한 번도 소리 내며 와본 적 없었습니다

    살아가면서
    그런 일은 정말 없었으면 하고 바랐지만
    내 무게를 못 이겨
    떨어져서도 가고 싶은 곳으로 날아가지 못하고
    고스란히 발아래 쌓인 나뭇잎들

    그렇게 밖에 올 수 없었던
    그 발걸음조차
    길게 내디딜 수 없어서
    왔다가 바로 돌아가야 했었습니다






    2.jpg

    박노해, 굽이 돌아가는 길



    올곧게 뻗은 나무보다는
    휘어 자란 소나무가 더 아름답습니다
    똑바로 흘러가는 물줄기보다는
    휘청 굽이친 강줄기가 더 정답습니다
    일직선으로 뚫린 빠른 길보다는
    산따라 물따라 가는 길이 더 아름답습니다

    곧은 길 끊어져 길이 없다고
    주저앉지 마십시오
    돌아서지 마십시오
    삶은 가는 것입니다
    그래도 가는 것입니다
    우리가 살아있다는 건
    아직도 가야할 길이 있다는 것

    곧은 길만이 길이 아닙니다
    빛나는 길만이 길이 아닙니다
    굽이 돌아가는 길이 멀고 쓰라릴 지라도
    그래서 더 깊어지고 환해져 오는 길
    서둘지 말고 가는 것입니다
    서로가 길이 되어 가는 것입니다
    생을 두고 끝까지 가는 것입니다






    3.png

    이어령, 정말 그럴 때가



    정말 그럴때가 있을겁니다
    어디 가나 벽이고 무인도이고
    혼자란는 생각이 들때가 있을 겁니다
    누가 "괜찮니"라고 말을 걸어도
    금세 울음이 터질 것 같은
    노엽고 외로운 때가 있을 겁니다
    내 신발 옆에 벗어놓았던 작은 신발들
    내 편지봉투에 적은 수신인들의 이름
    내 귀에다 대고 속삭이던 말소리들은
    지금 모두
    다 어디 있는가
    아니 정말 그런 것들이 있기라도 했었는가
    그런 때에는 연필 한 자루 잘 깍아
    글을 씁니다
    사소한 것들에 대하여
    어제보다 조금 더자란 손톱에 대하여
    문득 발견한 흉터에 대하여
    떨어진 단추에 대하여
    빗방울에 대하여
    정말 그럴때가 있을 겁니다
    어디 가나 벽이고 무인도이고
    혼자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을 겁니다






    4.png

    이외수, 늘 그리워지는 한사람



    한 세상 살면서 누굴 사랑한다는 건
    찢어진 가슴에 울음을 쏟아넣고
    날마다 한땀 한땀 꿰매는 기다림이다

    음악을 듣기도 하고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까무룩 잠이 드는 거지
    그것도 너랑

    나는 네게 그런 사람이고 싶었어
    네가 가진 많은것두, 나 하나를 빼고 나면
    아무것도 아닌거, 그런사람이고 싶었어

    봉숭아 물을 들인다
    손가락에 그리움 베어 있는 꽃잎을 올리고
    보고픔으로 돌돌 말아서 묶었다

    오늘밤이 지나고 나면
    손톱에 붉게 그리움이 박혀 있겠지

    기다림은
    너무 아프고
    기다림은
    너무 마음 저리는 일이여서
    네가 아니면 절대로 하지 않았을 일

    어디쯤 오고 있을까
    단풍나무 불붙어
    몸살나는 그리움으로 사태질때
    세월이 흐를수록 마음도 깊어지는 사람 하나






    5.jpg

    이제민, 시월의 엽서



    시월의 끝자리에 서면
    쓸쓸한 마음
    허전한 마음
    누군가에게 전하고 싶은 마음

    붉게 물든 계절
    그대에게
    그리움의 엽서를 띄운다

    푸르름으로 간직했던 마음
    기다림 끝에는
    타다가 남은 잿빛이지만
    늘 하늘을 보며
    고이 간직한 마음을 전하고 싶다

    살랑살랑 부는 바람에도
    새들의 속삭임에도
    쓸쓸한 마음
    허전한 마음
    누군가에게 전하고 싶은 마음
    당신을 위해
    늘 비워둬야겠다

    기다림은
    마음 한구석에
    타다가 남은 불씨 같은 것
    잠시 휴식을 취하는 휴화산 같은 것

    가을이 지나면
    그대와의 추억이
    빈 하늘에
    서성이며 지켜보겠지






    통통볼의 꼬릿말입니다
    kYOH2dJ.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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