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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sisa_758041
    작성자 : 휜다리라울
    추천 : 23
    조회수 : 684
    IP : 118.221.***.91
    댓글 : 23개
    등록시간 : 2016/09/01 12:26:40
    http://todayhumor.com/?sisa_758041 모바일
    전정의당 당원이자 기성세대로서 젊은 남성들에게 미안하네요.
    당게에서 싸우다가 참담함을 느끼고 탈당한지도 꽤 시간이 지났습니다.
    제가 얼마나 순진했던지, 사건 초기에 당 내부에서 여성주의자들은 물론이고 진보언론들이 저런 식으로 나올 줄은 생각도 못했네요.
    정말 상상도 못했어요.
    제가 대학생일 때 민노당이 생겼고 그 때부터 저는 진보정당 당원이었습니다.
    알바비로 당비내고 선거때 자원봉사하고 했었죠.
    사실 민노당의 분당, 통진당 사태 등등 을 겪으며 이제 저 또라이 주사파들 없어졌으니 할 만 하겠다 생각도 했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식으로 역사가 반복되는군요.

    이번 일을 통해서 제가 깨달은 것은, 진보 엘리트들은 시대에 굉장히 뒤떨어졌다는 점이예요.
    그리고 저들은 절대로 권력을 잡아서는 안되는 집단이라는 것도요.
    세상은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는데 과거 프레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대중들에게 보이는 그들의 선민사상을 보며 이제 정말 낡은 진보의 시대는 끝이 났다고 느낍니다.
    그들은 시대가 낳은 싸움꾼들이고 불행하게도 이들의 교전수칙은 시대에 뒤떨어졌네요.
    쌍팔년도 암구어에 목을 메고 그 구시대적 기준에 따라 아무 곳에나 총질을 해대는군요.

    저는 정희진같은 사람들이 '메갈은 일베에 맞서 싸운 유일한 집단'이라는 이야기를 왜 하는지는 이해하는 편입니다.
    저런 주류 페미니스트들은 여러분이 생각지도 못하는,  그동안 우리 사회가 여성에게 가한 여러 불합리한 일들을 가까이에서 보며 조사하고 연구한 사람입니다. 그런 사례들이 저 사람의 내면에 축적되어 있고 일정부분 진영논리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저는 이해하는거죠.
    다만 여성'학자'로서 저런 주장을 일간지에 공개적으로 내었다는 점에서 이 사람은 학자로서의 권위를, 그리고 여성주의 그 자체를 땅에 내팽개친 것이지요.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위해 학자로서의 기본 소양을 포기했으니까요. 저건 학자의 글이 아닙니다. 선동가의 글이지요.
    그가 한국 남성과 일베는 근본적으로 다르지 않다고 생각할 수는 있습니다. 다만 저 선동이 지저분한 이유는 일베는 박멸해야 하는 사회적 암덩어리라는 보편적 윤리를 빌려와놓고 여기에다 보편적으로 동의받기 어려운 자신의 관점을 비벼넣기 때문입니다. 
    '일베=한국남성' 이라는 프레임을 필요할 때 슬쩍 슬쩍 섞어넣습니다.  교묘하고 비겁합니다.
    현재 주류 페미니스트들은 여기서 크게 벗어나지 않아 보입니다.
    역사는 이들을 꼴통으로 기억할 것이고 여성주의의 퇴행으로 기록할 것입니다.

    제가 정말 분통이 터지는 것은 진중권이나 시사인 고재열 기자같은 사람들이 보이는 행태인데 어쩌면 저들은 그 세대들 기준에서는 꽤나 진보적인 인물일지도 모릅니다. 정희진같은 사람들이 하고 싶어하는 말, '한국남자들도 일베하고 크게 다를 것 없다. 반성해라' 하는 일갈에 뜨끔할 수 있는 사람들입니다.
    왜냐하면 그렇게 살아왔던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저도 마찬가지고요.
    아버지는 신문보고 엄마는 밥상차리는 삽화가 그려져있는 교과서로 공부했던 사람들입니다.(예전에 댓글로 썼듯이 저는 일러스트레이터입니다. 요즘 교과서나 학습지 삽화 하나 그릴때도 저런 부분에 대해서는 엄청 엄격해요. 남녀 성비, 비중 엄청 따집니다.)
    여자가 무슨 운전이냐, 여자가 무슨 정치 지도자냐 하는 시절을 겪었던 사람들이예요. 그 시절에 어떤 스탠스였는지는 모르지만 그래봐야 방관자였을 겁니다.
    저들은 20대 남성들이 왜 이렇게 분노하는지 이해하지를 못해요. 
    그들은 20대 비정규직 남성의 삶을 이해하지 못해요. 여성들에 대한 차별은 경험했지만 전세값이라도 모아서 결혼하는 게 꿈인 평범한 20대 비정규직들의 삶은 경험하지 못했으니까요. 이들이 자신들처럼 누릴 것 다 누리는 강자라고 생각합니다.
    벼랑끝에 몰려서 수평폭력을 당하는데 도대체 뭘 반성하고 양보하란 말일까요.
    각종 임용고시 합격률은 여성이 더 높고 특목고 입학생 역시 여성이 더 많은 시대에, 각자도생의 살벌한 경쟁만을 교육시켜 놓고 도대체 무슨 헛소리를 하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이후의 삶, 그러니까 육아와 노동, 경력단절, 직장내 성차별 등등은 생각해 볼 문제입니다만 웃기게도 이 문제에 있어서 20대 메갈과 20대 남성들에게 가해자, 피해자를 나누는 것이 가능한 일일까요.
    술먹고 들어와서 와이프 쥐어패던 아버지가 아들 앉혀놓고 '너는 나처럼 살지 말아라' 훈계하는 꼴이지요.

    저는 비록 아재지만 저를 비롯한 정의당 탈당자들 대부분이 20~30대 남성들이라는 사실이 참 가슴 아픕니다.
    청년정당이라 꽤나 괜찮은 의제선점을 했음에도 그들을 대변하지 못하고 철지난 도그마에 빠져서 훈계를 늘어놓는 모습에 절망감을 느낍니다.
    그런 청년들이 민주당 여성정치인 추미애의 당선에 환호를 보내는군요.
    참으로 재미있는 세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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