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하 8도의 매서운 추위가 몰아친 27일 낮 12시.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의 한국민속촌 주차장에 기아자동차 올 뉴 카니발이 한 대 두 대씩 모여들었다. 모두 60여대가 모였다. 전국에서 올라온 올 뉴 카니발 공명음 카페의 회원들이었다.
27일 한국민속촌에 모인 올 뉴 카니발 공명음 카페 회원들의 차들이 주차장에 늘어서 있다.올 뉴 카니발 공명음 카페 회원 ‘가을하늘의별’ 제공
올 뉴 카니발 차주들은 칼바람을 데울 만큼 열받은 사람들이었다. 두통과 멀미에 시달릴 정도로 덜덜거리는 올 뉴 카니발의 진동과 공명음 때문이었다.
올 뉴 카니발은 11월까지 총 6만2734대가 팔려 기아차 내에선 모닝(7만8398대)과 쏘렌토(7만1567대) 다음으로 잘 팔리는 베스트셀링 모델이다. 연예인들이 이동 시 이용하는 차량으로도 알려져 있다. 하지만 전혀 예상치못했던 진동과 공명음이 발생하면서 차주들의 항의가 끊이지 않고 있다.
올 뉴 카니발은 2014년 출시 직후부터 진동과 공명음 문제가 제기됐다. 기아차는 2015년 6월쯤부터 진동의 원인으로 지목된 인터쿨러를 신형으로 바꿔서 차를 양산하기 시작했고, 기존 차량에는 무상으로 인터쿨러를 교체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신형 차량에도 진동과 공명음은 사라지지 않았다.
올 뉴 카니발 공명음 카페 회원들이 27일 한국민속촌에 모여 향후 행보에 대해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회원 가을하늘의 별 제공
한명구씨(가명)는 “아이를 태우고 다닐 때마다 불안하고 걱정이 된다”며 “가족의 행복을 위해서 올 뉴 카니발을 구입했건만, 온 가족이 두통과 멀미에 시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얼마 전 올 뉴 카니발 최고급형인 하이리무진 풀옵션 모델을 5700만원에 구입했다.
올 뉴 카니발의 진동과 공명음 때문에 고통받는 건 한씨만이 아니다. 자동차결함신고센터에는 올 뉴 카니발의 진동과 공명음을 신고하는 글들이 잇따르고 있다. 한 차주는 “1,2,3열 모두가 경운기 같다”며 “20분 정도만 운행해도 멀미가 심하고, 머리가 둥둥둥둥 미칠 것 같다”고 호소했다.
진동과 공명음이 큰 올 뉴 카니발을 경운기와 결합한 ‘올 뉴 경운기’ 패러디물.카페 푸른소나무 제공
다음 아고라에서 진행 중인 올 뉴 카니발 진동·공명음 리콜 서명운동엔 27일 현재까지 982명이 서명했다. 1인 시위와 스티커 시위도 이어지고 있다.
서명운동을 발의한 김성수씨는 “기아차 서비스센터와 오토큐에서는 진동과 공명음을 없애 달라는 차주들에게 신형 인터쿨러 설치와 에어클리너 재조립 이외에는 더 이상 해 줄 것이 없다는 말만 하고 있다”며 “기아차 본사에서는 진동과 공명음은 자동차의 안전 또는 품질과 상관이 없으며 일부 신경이 예민한 소비자의 ‘감성’ 문제라는 태도로 소비자의 불만을 묵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스티커 시위를 하는 올 뉴 카니발.카페 푸른소나무 제공
1인시위를 하고 있는 올 뉴 카니발.카페 푸른소나무 제공
김씨는 “지속적인 차내 진동은 생후 12개월 미만 갓난아기에게 매우 위험할 수 있다”면서 “진동과 공명음은 특히 노약자와 어린이의 건강에 해를 끼칠 수 있으므로 어서 빨리 시정해야 하는 안전문제”라고 강조했다.
이날 한국민속촌에 모인 올 뉴 카니발 차주들은 기자들을 대상으로 얼마나 진동과 공명음이 심한지 시승행사를 진행하는 한편 기아차에 진동·공명음 개선을 촉구하는 스티커도 배부했다.
이들은 지난 1년간 직접 올 뉴 카니발의 진동과 공명음을 수리하면서 얻어낸 연구성과도 공유했다.
김씨는 “기아차에서 고쳐주지 않으니 회원들이 자체적으로 수리에 나섰다”며 “‘쌍디아빠’라는 회원이 올 뉴 카니발의 진동과 공명음이 어디에서 오고, 어떻게 시정할 수 있는지 그 방법을 찾아냈다”고 말했다.
김씨는 “지금까지 5대 정도 쌍디아빠가 제시한 방법대로 수리를 받았는데, 그 효과가 지속되는지 관찰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 뉴 카니발 공명음 카페 회원들이 기아차의 해결을 촉구하는 플래카드를 내걸고 단체사진을 찍고 있다.회원 가을하늘의 별 제공
올 뉴 카니발이 R2.2 디젤엔진을 공유하고 있는 맥스크루즈와 싼타페, 쏘렌토, 그랜저 디젤 중 진동을 흡수하는 고무부품의 성능이 가장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씨는 “싼타페의 경우 기온이 내려가도 고무부품이 계속 연질(부드러움) 상태로 있어 탄력성이 유지되는 데 반해 올 뉴 카니발의 고무부품은 영상 10도 이하로 내려가면 고무가 딱딱해져 진동흡수를 잘하지 못하는 사실을 찾아냈다”고 말했다.
올 뉴 카니발의 진동은 매년 10월 말 발생해 이듬해 3월 초에 사그라져 기온과 관련이 깊다는 것이 올 뉴 카니발 차주들의 주장이다.
김씨는 “우리가 지난 1년 동안 힘들게 얻어낸 연구결과를 기아차와 공유하고 싶은데, 기아차에 줘도 반영할지 안할지도 모르겠고, 다 알고 있었다고 딴소리할지도 몰라 향후 대응방안을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기아차는 아직까지 뚜렷한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진동과 공명음을 호소하는 올 뉴 카니발 고객들에게 무상수리를 제공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건 아닌 듯하다”면서 “연구진들이 문제의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근본적인 해결책은 찾아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로선 출시 3개월 이상 된 차에서 이 같은 문제가 발생하고, 여러 가지 조건들이 맞물리면서 생기는 정도만 파악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미봉책에 불과하더라도 해결책을 찾을 때까지 (고객들에게)지속적으로 무상수리를 제공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