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
지난 세월, 진보정당은 대중 속으로 녹아들지 못했습니다. 대중과 단절된 영역에서 선민의식으로 똘똘 뭉쳐 경계를 치고, 그 안에서 자기들끼리 치고받으며 세월을 보내왔습니다. 실패를 거듭해온 시간이었습니다.
지난 30여년을 교훈삼아, 대중의 눈높이에서 대중들과 함께 하기 위해 우리는 새롭게 작은 배 한 척을 띄웠습니다. 지켜보던 많은 대중들이 함께 나서서 도와주었고, 조그마한 보탬이라도 되고 싶다며 당원이라는 이름으로 우리의 선원이 되어 주었습니다. 그렇게, 우리는 시작부터 대중들의 눈높이에서, 대중들과 함께 하는 대중정당이라는 가치를 나침반으로 삼아 여기까지 항해 해 왔습니다.
하지만 지금, 그 대중정당을 표방하고 있는 우리 당의 현재 상황은 어떠합니까?
우리 당이 불특정 다수에 대한 혐오와 차별, 그리고 폭력을 옹호한다는 오해를 받으면서도 우리는 그에 대해 항변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성소수자와 장애인, 아이들, 하물며 미처 태어나지 못한 태아들에게까지 가해지는 폭언과 멸시를 보면서도 우리는 그에 대해 반대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러한 일들이 모두 '미러링' 이라는 이름하에 행해지고 있음에도, 그 '미러링'으로부터 애써 눈을 돌린 채 우리는 그들의 목적에 동감하고 있고, 그들을 보듬고 함께 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때로는 물리적인 힘을 동원한 폭력적인 수단들이 정당할 때도 있습니다. 압제를 끊고 권리를 쟁취했던 수많은 혁명과 저항이 그러했으며, 우리 역시 독립과 민주항쟁의 역사 속에서 기꺼이 이러한 수단을 선택해 왔습니다. 그것은 분명히 우리가, 아니 인간이 천부로 받은 '저항권'의 발로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또한 분명한 것은, 저항권은 실질적인 압제의 대상을 향해야만 한다는 것입니다. 압제에 맞선 폭력이 압제자에게로 향하지 않고 무차별적으로 다수의 평범한 사람들에게 그 칼끝을 돌릴 때, 우리는 그것을 테러라고 말합니다.
존경하는 당원 여러분,
그리고 이번 일에 상처받고 떠나간 분들과 그간 우리 정의당을 따뜻한 눈길로 바라보아 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과 성의를 담아 여쭙고 싶습니다.
우리가 수용하고 인정해야 하는 표현의 자유는, 과연 어디까지일까요?
단지 태생으로 정해지는 성별, 그리고 성별보다도 더 작은 차이들로 인해 갈라진 우리 사이의 골짜기는 혐오와 차별을 통하지 않고는 메울 수 없는 것일까요? 그럼으로 인해서 우리는, 그 혐오와 차별을 어쩔 수 없이 용인해야만 하는 지점에 서 있을까요? 그것이 정말로 옳고, 정의로운 일일까요? 우리가 뿌리내리고 있으며, 우리의 힘이 되어준 지지자들과 대중들에게 공감 받을 수 있는 것인가요? 혐오와 차별을 용인해야만 우리는 평등과 자유로 나아갈 힘을 얻을 수 있는 것인가요?
그렇다고 한다면, 우리는 우리의 깃발을 바꿔 달아야 할 것입니다. 정의도, 자유도, 평등도! 그 모두가 더 이상 우리의 몫이 될 수 없을 테니까요.
사랑하는 당원 여러분.
우리는 같은 배에 올라 타 있습니다.
그것은 우리 당원만이 탄 배가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이 함께 만들고 함께 올라타 있는 정의당이라는 배이고, 우리는 그 배를 통해서 자유와 평등, 그리고 정의라는 새로운 대륙으로 항해하고 있습니다. 우리 누구도 앞서가며 끌어줄 필요도 없고, 뒤에 처져있다며 보챌 필요도 없습니다. 우리는 같은 배 안에서, 같은 시간을 항해하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또한, 우리는 명심해야만 합니다.
우리 당원들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이 배를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우리는 우리만의 시각과 주장으로 이 배를 움직여서는 안 된다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대중정당이기 때문이며, 우리와 함께하고 우리를 지켜주는 수많은 대중들 없이 우리는 아무것도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다시 한 번, 간절히 부탁드립니다.
대중들의 눈높이에서, 대중들과 함께.
정의를 지켜갑시다.
심상정 대표와 일부 지도부에게.
긴 말로 경고 하지 않겠습니다. 우리당은 세월호의 선장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당에 요구합니다.
이러한 혐오와 폭력을 옹호하고 묵인하며, 대중들의 상식에 반하는 일부의 비정상을 바로잡기 위해 다음과 같이 요구 합니다.
1. 대 시민 입장 표명과 사과.
둘러가지 말고 쉽고 명확한 용어를 사용하여 “우리당은 목적을 위해 혐오와 폭력의 수단을 정당화하는 것에 단호히 반대한다.”는 내용의 성명과 애매모호한 표현으로 인해 많은 대중들에게 우리당에 대한 오해를 증식시킨 부분에 대하여 사과문을 작성하여 언론을 통해 발표할 것.
2. 경위 조사와 관련자에 대한 징계.
사과는 드러난 결과에 따른 원인을 살피고 향후 청산과 개선을 담아야만 비로소 진정성을 갖게 된다. 이에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첫째. 본인의 의사 확인과 논평발표의 절차상 근거 없이 논평을 발표하여 당사자의 “밥줄권”을 심각하게 침해하고,
둘째. 당의 절차체계를 훼손했으며,
셋째. 이 과정을 거쳐 당의 주류의견인 것으로 오인하게 하여 대규모 탈당사태를 야기하고,
넷째. 결과적으로 정의당에 대한 지지 철회와 비난을 불러일으킨 해당 행위의 책임을 물어
경위조사와 함께 보고체계의 당직자를 포함한 관련자에 대해 당기위 제소 및 대표단의 임면권한을 통한 제명 또는 책임에 상응하는 조치가 이루어 질 수 있도록 할 것.
3. 재발 방지 대책
이와 같은 사례를 예방하고 당 공식의견의 발표를 좀 더 신중히 하며 당 지도부의 책임소재를 명확히 할 수 있도록 부문위원회의 논평은 대변인실의 검토, 또는 상무위의 검토, 이와 유사한 기구의 검토를 거쳐 시의적절하게 발표될 수 있도록 할 것. 또한 당 공식기구의 체계를 재점검할 것.
우리를 지지하고, 또한 함께했던 당 안팎의 많은 여러분들께 드립니다.
이번 일로 정의당이 혐오와 폭력을 옹호하거나 최소한 방조하는 것으로 보여진 것에 대해, 이 당의 구성원인 저희는 무거운 마음으로 진심어린 사과를 드립니다. 이 황망하고 죄송스러운 사태 속에서 많은 당원들이 탈당을 통해 저항했으며, 그보다 더 많은 수의 상식적인 당원들이 포기하지 않고 당에 남아 비상식에 맞서고 있습니다.
당의 체질을 바꾸고, 바른 방향으로 당을 이끌어 나가고자 평당원 모임을 결성하고 개선을 위한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시끄럽지만 이런 노력과 싸움이 있다는 것이야말로 아직은 건강을 회복할 수 있다는 증거가 되지는 않을까, 부끄러운 변명을 드려 봅니다.
빠른 시일 내에 상식적이고 정당한 비판의 목소리들이 다시금 지지와 성원의 목소리가 되어 돌아올 수 있도록 저희 평당원들은 남아있는 미련과 정성을 다해 싸워 보겠습니다.
우리당은 특정 소수의 정당이 아니라 대중들의 정당, 여러분의 정당입니다.
감사합니다.
2016.08.02
- 평당원 모임 “당원비상대책회의”모두의 마음을 모아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