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오유 눈팅하다가 오랜만에 로그인했어요 ㅎㅎ
공게에서 예전 스토킹관련글보다가 생각나서 적어봅니당.
지금은 결혼해서 그럴일 일어날리가 없다고 생각해서 음슴체.
23살? 24살쯤에 초등학교 동창회 비스무리한걸했었음.
까까머리에 콧물흘리던 사내놈들은 어디가고 떼깔좋은 남자사람동창들. 스타일좋고 이쁘고 날씬한 여자동창사람들 사이에서
거의 유일하게 나 혼자만 대학을 가지 않고 일을하던 때라서 화기애애한 대학이야기에 공감하지 못하고
맥주잔 하나 들고 저 멀리 구석에서 짜져있었음.
전부모인 인원이라해봤자 20명 좀 넘었었고, 남자비율이 좀 더 많았음.
나는 초등학교때 기도 세고 욕도 잘하고 골목대장격인 사람이었으나 대학못간 패배자같은 인상으로 인해 걍 익숙한 여자사람들과
잘 지냈냐는식의 익숙한 레파토리의 대화를 이어나가며 언제 집에가지를 생각하는데 내 앞에 시커먼 남자사람이 앉았음.
그 남자사람은 나랑 같은반 남자애였고, 어느정도 기억이 나기 시작했음. 남자사람은 나에게 잘지냈냐, 변한게 없다는둥 예전처럼 친한척을했음
그렇게 다시 이야기도 하면서 나도 슬슬 즐거워지기시작.
번호교환하고나서 그 후에도 문자도 하고(그때는 카톡이 음슴), 메신저도하고, 가끔 만나서 영화도 봤음.
인물도 좋았지만, 무엇보다 배려심이 좋아서 같이 이런저런 이야기하면 편안한 기분때문에 정말 기분이 좋았음. 내가 돈을 벌고있는데도 불구하고
가능하면 남자가 낸다며 남자다움도 과시함.
그때까지는 좋았음. 요즘 말로는 썸남. 나는 그런 모습에 슬슬 설레임을 느꼈음. 내 인생에 드디어 제대로 된 연애를......
근데 그건 잠시였음. 연락을 정말 심하게 많이 하는거임. 일하느라 전화를 못받을 수도 있는데 연달아서 20통, 30통. 부재중전화가 그렇게 남겨져있고
문자도 가관이었음. 뭐하느라 연락못받고있어?, 지금 뭐하는데?. 데리러갈까? 집이야? 이런식의 문자.
정말 난 지금까지 인기무.헌팅무.전적을 자랑하고있던 오징어라서 이런 상황이 참 거시기했음. 그치만 무서웠음.
일이 늦게끝나면 말로는 불안하다. 데리러 가겠다고 하는데 갑자기 나는 이 남자사람이 세상에서 젤 불안해지는 상황이 되어가고있었음.
(내가 잘 표현을 못하는데 어쨌든 정말 자상한 그 문자가 얼마나 무서운지..)
어느덧 내가 그 남자사람의 연락을 슬금슬금 피해가고 있었는데
회사 끝나고 운동삼아 항상 집에 걸어가는 나는 그날도 이어폰을 귀에 꽃고 열나게 지방파괴를 위해 파워워킹하고있었음.
근데 바지주머니에서 진동이 느껴지는거임. 문자가 계속오니까 전화오는것처럼 지잉----지잉--- 거리니까 못느낄수도 없는 그 진동.
문자내용은 대략이럼.
회사 끝났나보네. 너 보인다. 오늘도 힘차게 걷고있네. 너 지금 xx거리 xx건물신호등 건너는거보여. 오늘은 갈색줄무늬후드점퍼입었네.
너는 후드티보다 브이넥이 더 잘어울려 등등.
내가 그날 입은 옷은 정말 바로 버렸음. 문자를보자마자 나는 온몸이 떨려왔음.
나는 달리기도 사실 더럽게 못하고 오래달리기는 더 못했음. 어떻게 하지 고민하다가 휴대폰 폴더를 닫고 가방에 넣었음.
그리고 아무렇지 않은척 원래 가던길 말고 다른 길로 가기 시작했음.
이미 이어폰에 음악은 멈춘지 오래고. 정말 파워워킹이 아니라 폭풍워킹. 내 안의 신경과 근육이 폭발하는 워킹은 그날이 최초이자 마지막일것임.
내가 아는길중 가장 밝고 차가 많이 다니는길로 좀 돌아서 집근처 대문이 보일때 열라 튀어서 대문에 열쇠를 꽃는데 그날따라 열쇠가 구멍에 안들어가서눈물이 나올 것 같았음. 그치만 떨면 남자사람이 튀어나올까봐. 주택가의 가로등불빛은 왜 이리 괴기스러운지.
2층내방에 불 켤때까지 숨 쉰지 기억이 안남.
집에 아무도 없어서 걱정되긴 했지만 강아지2마리가 어떻게든 침입하면 찢어죽이겠지하는 믿음으로 숨죽이며 가방에서 휴대폰을 꺼내보니
문자에는 왜 평소와 다른길로 가?, 너 안잡아먹어 ㅎㅎ, 겁먹은것같네로 시작하는 문자 몇통과 함께 네 방에 불켜졌네?에서 숨을 몰아쉬었음.
아직도 바깥에 있는 것 같아서. 울면서 남동생한테 전화해서 말하니까 남동생이 집근처에 술약속이 있던 아빠를 호출함.
(동생이 아빠불안할까봐 다른말은 안하고 누나가 열쇠가 없어서 집에 못들어가고있다고 말했다함)
10분정도 있다가 아빠가 들어오심.
나는 2층 내방에서 이불덮고 덜덜떨다가 아빠 왔다~~ 라는 목소리에 개 안심.
근데 아빠가 하는말이 너 친구 바깥에 있던데. 남자친구야? 방금 너 데려다줬다든데. 요즘같이 흉흉한 세상에 듬직한 사내더만!!
난 그말을 듣고 다리에 힘풀림.
그 후로 아예 일절 연락을 끊음. 가끔 모르는 번호로 연락이 왔지만 내가 그 후로 지금까지 모르는 번호는 아예 전화도 안받음...ㅜ
택배기사님들 전화도 사실 못받겠음 ㅜㅜ
문자는 000이나 11이라는 식으로 몇번 오긴했었음. 근데 항상 똑같음. 자상한 말투와 배려넘침. 화내지도 않음. 그래서 더 누군지 알아챔..
동창들 사이에서도 훈남이고, 신뢰가 있는 남자사람이라 함부로 말하면 내가 미친여자가 될 것 같고해서 아무말도 못했음. 내가 자뻑하는 걸로
소문나는게 더 싫었으니까 ㅜㅜ
별로 무서운 이야기는 아닌데 그냥...
누군가 날 관찰하면서 따라오는 그 일은 정말 잊을 수 없는 공포였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