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전 일부 스포가 될 수 있습니다.
안보신분들 뒤로 가기.
원작은 2013년에 개봉한 홍콩영화이고 한국 개봉명 "마약전쟁" 입니다.
저는 원작을 보지 않았고 모티브만 따왔다는 얘기가 있어서 전혀 새로운 얘기라고 생각하고 후기 남깁니다.
1. 이해영 감독
어느 공중파 방송 교양 프로그램을 통해서 얼굴을 익히 알고 있었습니다.
이분이 각본한 영화들이 생각보다 많네요.
흔한 내용보다는 조금은 다양한 소수자들에 대한 얘기를 많이 써오신듯.
26년, 천하장사 마돈나, 페스티발, 아라한 장풍대작전 등의 각본을 써오신 분입니다.
이 영화들의 출연인물들은 다들 하나같이 어떤 형태의 소수자라는거죠. (어떤 사건의 피해자, 어떤 특별한 능력을 가진 사람들, 평범한 하지 않는 판타지를 가진 사람들.)
이번 독전도 마찬가지로 무언가에 집착하는 사람들의 얘기를 다룹니다.
2. 집착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원호(조진웅)는 마약왕 이선생 검거에 집착하는 인물로 등장합니다.
아무런 정보도 없이 지푸라기 라도 잡는 심정으로 긴 세월을 그에게 할애하죠.
"이선생 잡자"
"이선생 잡으로 가야지"
"이선생 이제 잡아야지"
그는 확신보다 본인의 희망사항처럼 이선생 검거를 얘기합니다. 그는 이선생을 잡기 위해 자신를 버리고 진하림과 박성찬이 되기도 하죠.
자기 자신을 버리고 자기가 혐오하는 마약범들을 연기 합니다.
그리고 락(류준열)을 신뢰 할수 없지만 락 없이는 할수 있는게 아무것도 없기에 그의 도움을 받죠.
락(류준열)은 조직의 말단 사원이자 행동원이고 본인의 출생에 대한 의문을 품은 인물로 등장합니다.
버려졌고 출생의 비밀을 가진채 다른 이의 이름과 혈연관계를 가진채 살아갑니다.
"전 XX가 아니지만 XX가 맞기도 해요."
그는 폭발사건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생존자입니다. 그의 부모도 폭발사건으로 죽고 자신의 충견인 "진돗개" 도 심한 화상을 입습니다.
락은 이사건이 이선생의 짓이라는 원호의 얘기를 듣고 의심을 합니다.
"정말 이선생이 한거라구요??"
그는 이선생을 보지 못했지만 이선생을 무척이나 신뢰 하는 것 처럼 보여졌습니다.
마약과 자신의 존재를 알아차린 이선생에 집착하는 진하림(김주혁).
조직내 자신의 위치와 서열에 집착하는 박성찬(박해준)
종교에 대한 믿음과 이선생에 집착하는 브라이언(차승원)
등등
주요 인물들 모두가
무언가 집착하고 그것이 집착을 넘어 광기가 되고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어 결국 파국을 치닫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3. 영화 대사가 주는 복선들..
영화를 보신 분들이라면 공감하실지 모르겠지만 이 영화의 대사는 가볍게 넘길 대사들이 없습니다.
다들 그 안에 복선을 깔고 있지요..
특히..원호와 락의 대화는.. 더욱 그렇구요..
"이선생 잡자. 이선생 잡이야지.."
" 너는 행동도 생각도 내가 시킨대로 하면돼"!
"정말 이선생님이 하신거라구요?"
"아저씨 저 믿어요?? 아저씨 저 필요하시잖아요."
"아저씨는 저를 안믿지만 전 아저씨를 믿어요"
" 계획안에서만 움직이시죠"
" 이선생님이 주신건가요?? 이선생님이 절 아시나요???""
등등
대사마다 나오는 복선들이 머리를 복잡하게 만듭니다.
대사에 나오는 복선의 의미는 생략할게요.
4. 다시 락으로..
무언가에 집착하는 인물들에 대한 설명중 락에 대한 부연 설명이 빠졌었는데요.
이제 다시 락을 이야기 해볼게요.
영화 후반부 락에 대한 진실이 밝혀집니다.
락에 대한 진실이 밝혀지면서 그간 락이 해왔던 말들 행동들 다 이해가 가죠.
락이 컨테이너에 실려왔을때 그의 부모는 약에 절어 죽어있었습니다.
그는 마약에 대한 집착과 함께 본인의 정체성에 대해 집착하죠.
그리고 진짜 자신의 행세를 하는 가짜 이선생들을 여럿 보게 됩니다.
그래서 타인을 신뢰하지 않습니다. 오직 자기 자신을 잡을 생각만 하는 원호만을 믿죠. 진짜 이선생은 따로 있다고 믿는 원호를요.
정체를 숨기고 모든 약 제조나 연락책 등을 본인이 직접 주도하고 진행합니다.
조직의 우두머리이자 조직의 막내로서 모든 조직원들을 여러 시점으로 보게 됐을겁니다.
그리고 환멸을 느끼게 되죠. 이선생이라는 타이틀에 집착하고 서열에 집착하는 모습..
모두가 본적 없는 이선생을 모두 내가 이선생 이라고 말하는 그런 모습에 역겨움을 느꼈을 겁니다.
그래서 그때마다 조직을 물갈이 해오고 재정비를 해왔죠.
락은 이번에 폭발 사건으로 인해 가족을 잃습니다. 피붙이는 아니였지만 자신에게 락이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자신을 락으로 살게 해준 소중한 이들을 잃었죠.
그 원인이 결국 자신(이선생)이였다는것에 큰 자괴감을 느꼈을겁니다.
살아 남은 후 이선생 집착하는 원호옆에서 가짜 이선생을 정리할 기회만을 노렸습니다.
원치 않은 사고로 원호의 부하가 죽었을때 정말 몰랐다면서 위로의 말을 건냈고
의심하는 원호에게 "아저씨 저 믿어요?? 전 아저씨 믿어요. 아저씨 저 필요하시잖아요"
라고 하면서 원호에게 계속 집착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줍니다.
끝까지 진짜 이선생을 찾을수 있게 말이죠.
그리고 원호는 그 기대에 부응 해줍니다.
" 뭔가에 집착하다 보면 뭔지 모르게 촉같은게 오거든?? 근데 넌 좀 그래."
이선생이라고 자처한 브라이언을 본능적으로 가짜로 판단해버리죠,
5. 두남자가 다달은 집착의 결말
모든 조직원들과 가짜 이선생이 정리되고 경찰의 공식 발표로 브라이언이 이선생으로 모든 사건이 겉으로는 종결됩니다.
락은 어디론가 잠적했고 원호는 겉으로 종결되버린 사건에 더이상 의미를 두지 않습니다. 목표를 달성한 것이 아니라 목표자체가 없어져버린거죠.
그들이 다시 만났을때
락은 여전히 마약을 만들고 있었지만 단 한번도 자기 자신으로 살아본적이 없는 삶을 여전히 살고 있었습니다.
이선생이라는 타이틀은 잠시 내려놓고요..
팀 동료들이 다시 수사 의지를 불태울때 원호는 홀연히 떠나갑니다. 자신이 쫓고 있던 존재는 모두가 " 하고 싶어했던 인물" 이였고
진짜 이선생의 정체를 확인 했을때는 이미 그의 손바닥안에 놀아난 뒤였습니다. 회의감. 허탈함. 자괴감이 온몸을 휘감습니다..
원호는 자신이 그렇게 쫓고 있던 목표를 잃어버리고 자연인으로서 이선생을 만났습니다. 경찰의 수사종결로 인해 경찰의 지휘로는 그를 다시 잡기 어려웠기 때문이죠...
다시 만난 그 둘은 아무렇지 않게 대화를 나눕니다.
원호의 눈시울이 붉어졌습니다.
동료를 희생하면서..어린 미성년자를 희생하면서..자신이 싫어하는 마약쟁이 연기를 하고 마약을 들이키고 점점 나 자신을 잃어가면서 얻은 결과가
오히려 이선생을 도와준 것이라는것에 분노를 느끼고 자책을 하고 허망함을 느꼈을 겁니다.
그래서 총 한자루를 꺼내놓습니다.
락도 총 한자루를 꺼내놓죠...
원호는 이렇게 말합니다.
" 한순간이라도 행복했던적이 있냐???"
이건 락에게 던진 질문이기도 하고 자기 자신에게도 던진 질문이였습니다.
집착이 또 다른 집착을 낳고 그 집착이 선을 넘었을때 감당할 수 없는 심적 부담을 느꼈던 자기 자신에 던진 질문...
타인의 삶을 살아야만했던..그리고 타인들이 자신의 삶을 살려고 했고 했던 그 모습에 괴로웠을 락에게 던진 질문...
원호의 질문은 너무나도 날카로웠고 자신의 꿰뚫고 있는것 같아 보였을겁니다.
한순간도 행복하지 않았고 진짜 자신의 모습을 단 한번도 갖춘채로 살지 못했기에 더욱더 마음속에 상처가 됐을겁니다.
그리고 그 둘은 한동안 마주 봅니다.
그리고 누가 쐇을지 모르는 총성이 들려옵니다.
6. 목적은 달랐지만 진짜 믿고 싶었던것.
열린 결말이라 누가 죽고 누가 살았는지는 궁금하지 않았습니다.
남매들이 아무렇지 않게 뛰어놀아서(혹은 방으로 뛰어들어가려른걸 막아서) 원호가 죽었다 라고 생각하시는분들이 있을거 같은데..
농아였기 때문에 말도 못하고..듣는것도 마음대로 듣지 못했죠.. 약을 만드는 과정에서 볼륨을 최대로 올린것을 보면 알수 있습니다.
결국 원호가 죽은것인지 락이 죽은것인지는 알수가 없죠..
원호는 이선생을 잡을 수 있다는 믿음이 깨졌고..(경찰 신분일때 공식적으로 잡지 못했고..놓쳤기 때문)
락 역시 진짜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믿음이 깨져 버렸습니다.
원호가 찾아오지 않았다면..이선생, 혹은 이선생이 아닌 진짜 삶을 살았을텐데...
원호가 찾아옴으로서 이선생이 되야 했고, 진짜 이선생이였지만 적어도 모든 것이 정리된 순간에는 이 선생이고 싶지 않았을 겁니다..
하지만 그는 이선생으로서 살았던 삶에..단 한순간도 이선생이 되지 못했죠..
왜냐하면 매순간 자칭 이선생이란 사람들이 매번 등장했기 때문에요..
진짜 자신의 삶에 대한 믿음이 원호가 찾아옴으로 인해 깨졌다고 봅니다.
각각이 추구했던 믿음은 달랐지만..그둘다 그 믿음이 깨지길 웒치 않았습니다.
하지만 결국 그 둘은 서로에 의해 그 믿음이 깨져버렸습니다.
그래서 서로에게 분노하고..서로를 가엽게 여겼습니다..
7. n차 관람이 가능하시면 한번정도 더 보는것도 나쁘지 않다고 봅니다.
영화대사들이 너무 주옥같거든요..
전 이영화 추천 드립니다. 범죄영화치고 통쾌함과 카타르시스는 없지만..묵직하게 다가오는 믿음이라는 단어 아래 행해지는 집착에서 많은걸 생각되었네요....
PS....진하림의 여친은....이민호에게 집착했습니다......ㄷㄷㄷㄷ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