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는 칭얼거릴 줄 몰라요."
여자는 내 앞에서 어색한 미소를 지어보이며 말했다.
"정말이에요. 우리 아이는 칭얼 거릴 줄 몰라요.
저도 처음에는 정말 착하고 키우기 쉬운, 다른 아이들과 다른 특별한 아이라고 생각했어요.
막 태어난 후에도 제대로 운 적도 얼마 없고
다른 아기들처럼 두 시간마다 자고 깨는 것을 반복하며 젖달라고 보채지도 않고
어디든 상관 없이 누우면 그저 쿨쿨 잤고, 이유식도 투정 부린 적 없어요.
다른 엄마들이 육아를 하면서 불만을 토로했을 때도
저는 '우리 아이는 그런 적 없는 걸?'하면서 은근히 좋아하기도 했지요.
이제 막 걸음마를 뗐을 때도 그래요.
걷다가 넘어졌는데도 울지 않는 거예요.
심지어 무릎이 다 깨져서 피가 줄줄 나는데도 오히려 그걸 신기하다는 듯이 보고 있는 것 있죠.
소리쳐 울지도 않고, 엄마를 부르지도 않았어요.
저는 이때 뭐가 이상하다는 것을 꺠달았어요.
그리고......얼마 안가 이가 나기 시작했죠."
여자는 여기까지 말하고서 결국 감정를 주체 못했는지 펑펑 울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내게 고개 숙여 간곡히 사정했다.
"그러니까 부탁입니다 선생님. 제 아이의 이를 모조리 뽑아주세요."
나는 그 말을 듣고 진료 의자에 있는 아이를 돌아보았다.
곱슬머리가 찰랑이는, 정말 귀여운 아이였다.
아이는 즐거운 얼굴로 이제 막 나기 시작한 이빨을 이리저리 움직이고 있었다.
만약 그 아이의 입에는 반쯤 뭉게진 혀가 붉은 피를 게워내고 있지만 않았다면
정말로, 정말로 귀엽기만한 아이였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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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본 이야기는 실화 바탕입니다.
고통을 느낄 수 있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는 굉장한 축복일지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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