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상 반말을 쓰게 된 점에 대해 양해의 말씀을 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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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부터 이야기 할 내용은 부적과 꿈에 관련된 이야기이다.
인터넷에서 괴담을 찾아서 읽다보면 항상 글쓴이들은 영적으로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있다거나 주위에 그런 분야에 능통한 친구가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나는 그런 능력을 가지고 있지도 않고, 주위에 영에 대해 능통한 친구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영적으로 뛰어난 능력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어릴 적부터 유난스레 영적현상을 자주 겪었다.
글을 쓰는 지금 그 이유에 대해 생각해보니 아마 내 체질이 귀신들이 놀리기 좋은 체질이었기에 그런 일들을 겪었고, 겪고 있는 중이라고 본다.
앞으로의 있을 이야기의 신빙성을 위해, 겪었던 수많은 기이한 현상 중 하나를 풀어 보자면 누구나 한번 쯤 겪는 '가위'에 관한 이야기이다.
보통 가위에 눌리면 귀신의 형상이 보인다거나, 귀신의 말소리가 들린다고 하는데 어렸을 적 내가 겪었던 가위는 그렇지 않았다.
어느 날 새벽에 나는 갑자기 눈이 떠졌었다. 내 눈에 들어온 건 익숙한 천정.
오랜만에 잘자다가 잠에서 깬 것에 대해 짜증을 느끼며 화장실이나 다녀오기 위해 나는 몸을 일으키려 했었다.
그때의 나는 알지 못했지만 사실 눈이 떠진 것부터가 이미 가위가 시작되었었다.
몸을 일으키려 하는데 몸이 움직이지 않았던 것이다. 눈을 감으려고 하는데 감기지 않았다.
분명 천장은 보이는데 고개 역시 돌아가지 않아서 오로지 천장만 바라보고 있었던 그 시간.
그리고 얼마 뒤 내 귓가에 들리는 소리. 그건 귀신 소리가 아니었다.
이게 무슨 소리인가 의아해 하던 나는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그 소리가 내 머리맡에 놓인 서랍장을 꽝꽝하며 세게 열고 닫는 소리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즉, 지금 내 방에 나 말고도 다른 이가 있다는 것.
꽝! 꽝! 꽝!
당시 내 침대 너머 5단 서랍장이 있었다. 그 서랍들을 하나하나 차례로 뺐다 넣었다 하는 소리가 계속해서 들려왔다.
얼마나 세게 뺐다 넣는지 귀가 아파 왔다. 소리만 들어도 저 서랍장을 여닫는 존재가 상당히 분노했음을 알 수 있었다.
당시 국민학생(후에 초등학생)이었던 나는 가위인 줄도 몰랐지만 점점 공포를 느끼며 발버둥을 치기 시작했다.
한창을 쾅쾅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발버둥을 치고 있으니 내 정수리 쪽에는 이상한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무엇인가 빠져나가려고 하는 느낌!
정확히 말하자면 누군가가 내 머리 속에 있는 무엇인가를 빼내려고 하는 느낌이었다.
그것이 무엇인지 몰랐지만 빠져나가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던 나는 계속해서 그 무엇인가가 빠져나가지 못하게 용을 써야 했고
그럴수록 서랍을 여닫는 소리도 점점 커졌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내가 두려워하면 두려워할수록 그 소리는 점점 강해졌다는 것만 기억난다.
가위가 어떻게 풀렸는지는 아직도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그리고 언젠가 20대가 되었을 무렵 부모님이 말씀하시길 너는 어렸을 때 자는 걸 유난히 두려워했다고….
이렇게 어렸을 적부터 흔히 말하는 귀신들로부터 나름 지대한 관심을 받아온 내가 이십대 중후반에 무당집을 찾아가게 되었다.
사실 어렸을 적부터 영이란 것을 의도하지 않게 접해왔던 나였기에 무당을 찾아가는 것에 거리낌은 없었다.
-사실 지금도 가장 좋아하는 건 공포물이다.-
올해 무당집을 찾아가게 된 이유는 흔히 있는 사랑고민 때문이었다.
여러 무당집과 절을 들락날락하면서 나는 얼추 600만원에 가까운 돈을 쓰게 되었다.
그리고 무당과 스님의 조언을 받아 이것저것 비방을 하고 나름 치성을 드린 영향인지 상당히 기이한 꿈들을 많이 꾸게 되었다.
내가 무당집과 스님들을 통해 받은 것은 합을 붙이는 비방과 흔히 말하는 재회부적이었다.
부적 자체의 효험에 대해서는 아직도 잘 모르겠지만 중요한 건 내가 항상 부적을 받을 때나 비방을 할 때 마다
꼭 무엇인가 알려주려고 하는 듯이 꿈을 꾸었다는 것이다.
얼추 세어보면 치성을 드리는 3개월이 되는 시간동안 열 댓 번의 꿈을 꾼 것 같다.
꾸었던 꿈들 중에는 좋은 꿈도 있었지만 무서운 꿈도 있었다.
여자, 무당, 스님, 귀신.. 참으로 다양한 존재들이 꿈에 등장했었다.
그 중에서 가장 나를 무섭게 했던 건 바로 검은 고양이 꿈이었다.
처음 그 검은 고양이를 만난 날은 이별 후 상대방에게 호감이 가는 여자가 생겼구나 싶어서 대성통곡한 날 밤이었다.
나는 참으로 찌질하게도 "내가 그렇게 열심히 기도 중인데 부처님 어찌 저에게 이러실 수 있으십니까!"을 외치며 한 두어 시간을 미친 듯 울었었다.
그러다가 결국 제풀에 지쳐 잠에 들었던 것 같다. 그리고 나는 그날 꿈속에서 처음으로 그 녀석을, 검은 고양이를 만나게 된다.
꿈속에서 나는 아는 사람과 함께 여행 중이었다.
그 사람과 함께 나는 기차를 타고 가다가 어느 지점에서 헤어졌었다.
지금 생각해보자면 그 사람 역시 당시 이별로 인해 고통 받고 있었는데
둘이 같은 길을 가다가 헤어진 것은 그 사람은 재회할 수 있고, 나는 재회하지 못할 것이라는 일종의 예지몽이 아니었나 싶다.
그 사람과 헤어진 나는 계속해서 길을 가다가 커다란 돌산을 보게 되고 무엇인가에 이끌린 듯이 그 곳 중턱을 향해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산의 중턱에서 내가 마주친 것은 금빛으로 빛나는 두 개의 와불(누워있는 부처)이었다.
항상 하듯이 나는 능숙하게 향을 피워 부처님께 공양하였다.
공양을 마친 나는 원래 알고 있었던 곳인 듯 자연스럽게 옆에 있는 문을 통해 안으로 이동했다.
무거운 문을 밀며 내가 들어간 곳은 법당으로 보였다.
신자들이 쉴 수 있도록 만들어 놓은 곳인지 바닥에는 자주색 방석들이 나란히 열을 지어 놓여 있었다.
산을 올랐지만 다리가 아프다거나 하지 않았기에 나는 그 방석들을 무심하게 지나치려 했었다.
그러다가 한 순간 나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어느 한 방석에 가서 앉게 되었다.
자동으로, 마치 무엇인가에 홀린 마냥 방석에 앉은 것이다.
내가 방석에 앉자 내 앞에 나타난 것은 한 점쟁이였다.
검은색 동그란 안경을 쓰고 있는 여자인지 남자인지 구분이 잘 안가는 점쟁이.
그리고 나는 내 의도와는 상관없이 망설임 없이 그 사람 앞에 앉아서 내 고민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저, 제 연애운 좀 봐주시면 좋겠는데요. 저는 198..."
여기까지 말했을 때 점쟁이는 내 말을 자르며 말했다.
"알고 있어. 모년 모월 모일 모시생 누구누구, 맞지?"
그 점쟁이의 말을 듣자마자 내가 느낀 것은 '우아, 이 사람 대단하다'가 아니라, '위험하다, 섬뜩하다'였다.
"그러면 제 연애 운은 어떻게 되나요?"
애써 마음 속 깊이 스물스물 올라오는 두려움을 누르며 나는 점쟁이에게 다시 물었다.
그러자 점쟁이는 안경을 씩 벗더니 고개를 갸우뚱거리기 시작했다.
"방해물이 있어."
"방해물이요?"
내가 되묻자 입을 다물고 있던 점쟁이의 몸집이 점점 커지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점쟁이는 무엇인가를 쉴 새 없이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바닥에 두 손을 차례로 짚으며 무엇인가가 살금살금 걷는 포즈를 취하던 점쟁이의 중얼거리는 소리가 더욱 커졌고
그와 동시에 나는 내 가슴 언저리에서 물에 빠졌을 때 물이 차오르듯이
무엇인가 위험한 게 내 주위에 차오르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었다.
이대로 있다가는 무엇인가에 빠지고 만다라는 생각을 했을 때
그제야 점쟁이가 중얼거리는 소리를 제대로 들을 수 있었는데, 그건 검은 고양이였다.
"검은 고양이, 검은 고양이, 검은 고양이, 검은 고양이, 검은 고양이, 검은 고양이!"
그 순간 점쟁이는 노란 눈을 희번덕거리며 거대한 검은 고양이가 되어 나를 향해 달려들었고
나는 아무런 저항도 없이 그 점쟁이에게, 그 검은 고양이에게 깔리고 말았다.
고양이에게 깔려 끊임없이 검은 고양이라 내게 속삭이는 소리를 들으며
이대로 어떻게 되는 것인가를 걱정하던 나는 순간 오기가 생겼고 짜증이 치솟기 시작했다.
"아, 뭐 어쩌라고!"
결국 나는 꿈이든 현실이든 지금 내 앞에 무엇인가 보이지 않는 것이 있다는 느낌이 들어 그 정체 모를 것을 들어 패대기쳤다.
그리고 그 순간 검은 고양이는 내 앞에서 사라졌고 나를 짓누르던 그 무엇인가도 사라졌다는 느낌이 들었다.
내 눈앞에는 고요한 법당만이 보였다.
이게 꿈인지 현실인지 지금도 명확히 구분이 가지 않는다.
흔히 말하는 자각몽인지, 아니면 진짜 무엇에 홀려 이런 꿈을 꾼 건지 물어보면 나는 정확히 대답할 수 없다.
그 꿈을 꾸고 막 자리에서 일어났을 때, 나를 쳐다보던 그 노란 눈동자가 떠올라 무서웠지만,
나름 꿈에서 나쁜 고양이를 물리쳤다고 생각하며 그 꿈에 대해 별다른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렇지만 위의 꿈을 꾼 뒤로 나는 며칠 뒤 또 다시 꿈에서 그 검은 고양이를 만나게 된다.
그 날도 열심히 그가 돌아오길 바라며 기도하다 잠에 들었었다.
꿈속에서 나는 내가 자취하는 방에 있었다.
방에는 나 말고도 다른 사람이 있었는데 내가 치성을 드리는 절의 주지스님과 내가 키우는 고양이들 중 한 마리의 고양이가 있었다.
나는 내 방에서 주지스님이 내가 키우는 노란 고양이와 노는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렇지만 즐겁게 놀던 고양이는 아차! 하는 순간 스님을 지나쳐 창문을 통해서 방충망을 찢고 바깥으로 도망쳤다.
침대 위에 앉아서 노는 장면을 지켜보던 나는 깜짝 놀라 비명을 지르며 녀석이 도망친 창밖을 내다보았다.
다행이도 바로 옆에 있는 건물에서 그 녀석이 나를 보며 애옹거리고 있었다.
그 순간 반드시 저 녀석을 다시 데리고 와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나는 허겁지겁 4층에서 1층으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내가 도착한 1층은 평소에 내가 알던 곳이 아니었다.
실제로 내가 거주하는 건물과 뒷건물 사이에는 어둠침침한 틈이 하나 있는데
사람은 거의 드나들지 않는 곳이었다. 보통은 쓰레기도 버려져 있고 기껏해야 가스나, 전기 검침원들이나 드나드는 장소였다.
나는 꿈속에서 그 장소에 발을 들여놓았다.
쓰레기와 부서진 콘크리트 조각이 밟히는 소리가 지금도 선명하다.
자박거리며 길을 가던 나는 그 어두침침한 틈에서 수많은 고양이 무리를 만나게 된다.
셀 수 없을 만큼 엄청나게 많은 고양이가 야옹거리며 울기 시작하자 나는 순식간에 방향감각을 잃어버렸다.
내 눈에 들어오는 것은 어둠 속에서 그 두 눈만 데굴거리며 나를 향해 우는 고양이들뿐이었다.
고양이를 전혀 무서워하지 않는 나로서도 그 광경에는 공포를 느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 와중에도 나는 내가 키우던 노란 고양이를 찾아 한걸음씩 옮기기 시작했다.
한걸음 한걸음 을 때마다 고양이들의 울음소리는 더욱 앙칼졌고,
그들은 무리지어 금방이라도 나를 향해 발톱을 내밀며 달려들 것만 같았다.
내 머리 위에서 내 등 뒤에서, 내 발밑에서 모든 곳에서 나를 향해 울고 있었다.
이리저리 고양이 틈에서 방황하던 순간, 주지스님의 목소리가 들렸다.
"저기 있다!"
스님의 목소리를 듣고, 스님이 가리키는 방향을 향해 고개를 돌리자
그 곳에는 내가 키우던 노란 고양이가 얌전히 앉아 있었다.
그리고 나를 향해 한발 한발 다가오고 있었다.
그 순간 나는 주위의 고양이들을 무시하고 그 곳을 향해 달려가기 시작했다.
얼마 쯤 달렸을까, 앞과 옆 모두 어두컴컴한 그 곳에서 나는 멈추었다.
내가 달려온 길만이 그나마 분간이 가능했다.
지금 멈춘 이 곳,
내 앞에는 무엇인가 내가 감당할 수 없는 것이 있다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기 때문에 나는 더 이상 달리지 못하였다.
그래도 고양이를 찾아야 한다는 일념 하에 주위를 두리번거리자
바로 옆에서 내 노란 고양이가 다른 고양이들에게 맞고 있는 것이 보였다.
나는 성난 고양이들 속으로 손을 내밀어 노란 고양이를 잡았고
그 순간 앞에 있던 정체모를 것이 움직인다는 것을 깨달았다.
콘크리트 조각이 부서지는 소리,
달같이 노란 커다란 눈동자. 그리고 검은 빛깔.
그건 내가 전 날 꿈에서 만났던 검은 고양이었다.
실제로 마주한 그 녀석은 성인 남성만한 크기였다.
다행히도 그 검은 고양이는 바로 앞에 서있는 나와 내 노란 고양이를 공격하지 않았다.
다만 정말 앙칼지게 나를 향해 울부짖었다.
녀석이 공격할 생각이 없다는 것이라 여긴 나는
조심스레 녀석에게서 등을 돌려 내가 달려온 길을 다시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러자 녀석도 조금 떨어져서 나를 따라오기 시작했다.
길을 걷는 동안 그 녀석이 나에게 해코지를 하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라는 생각에 전신을 부들거렸다.
그 전날에야 어찌 운이 좋아 물리쳤다곤 하지만 지금은 이길 수 있을 지 미지수였다.
녀석 발걸음 소리에 귀를 곤두세워 거리를 파악하려 했으나
주위에서 울고 있는 수많은 고양이들 때문에 그조차도 무리였다.
집에 도착할 때까지 그 녀석은 뒤를 따라오는 것 이외에 별다른 행동을 보이지 않았다.
문을 열때까지 그저 나를 지켜보기만 하였다.
내가 노란 고양이를 앉고 집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조금 떨어진 곳에서 가만히 앉아 지켜보고 있었다.
나에게 조금의 틈이라도 생기면 바로 나와 내 고양이를 해하겠다는 듯이
날카로운 발톱을 바닥에 샥샥 그으며 그 노란 눈동자로 나를 쳐다보았다.
집에 들어와서 문을 닫자마자 나는 바로 꿈에서 깨어났다.
꿈에서 깨자마자 시간을 보니 새벽 3시 40여분이었다.
-개인적인 믿음이지만 1~4시 사이는 귀신이 활동하기 좋은 시간이라 믿고 있기 때문에 항상 악몽을 꾸고 나면 시계를 본다.-
그 뒤로도 나는 많은 꿈을 꾸었다.
그때의 검은 고양이가 결국에는 물러간 탓인지 여러모로 상당히 좋은 꿈들을 꾸었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그 사람과 재회할 수 없었다.
그렇다고 흔히 말하는 신들을 원망하거나 하지는 않았다.
그저 나와 인연이 아니었을 뿐이라고 반년이 지나서야 깨달을 수 있었다.
그렇게 스스로 마음을 정리하고 나서는 별다른 꿈을 꾸지 않았다.
사실 꿈속에서 야차에게 제대로 두들겨 맞고 나서 나는 마음을 정리했다.
마음이 안정되니 별다른 꿈을 꾸지 않는 거라고 무당은 내게 말했다. 그런가보다 여기며 나는 점집에 발길을 끊었다.
그리고 몇 달 뒤 나는 다시 새 사람을 만나기 시작했다.
새 사람을 만나면서 나의 꿈은 또 다시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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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한마디 :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다른 꿈이야기도 하고 싶네요.
[우리는 세월호를 아직 잊지 않았습니다.]
[꿈과 공포가 넘치는 공포게시판으로 오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