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일인지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너무 더워서 선풍기를 켜 놓고 잔 기억이 있기에, 여름이었던 것만은 확실합니다.
심한 열대야였죠.
더우면 잠을 못 자는 체질이라, 그저 이불 위에 누워 눈만 감고 있었습니다.
문득 그 날 봤던 공포 영화가 머릿 속에 떠오릅니다.
하지만 금새 겁에 질려,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 건가 후회했습니다.
여름밤에는 뭐라 말로 하기 힘든 이상한 분위기가 있잖아요.
그 탓인지, 잠깐 생각했던 것 뿐인데도 평소보다 훨씬 무서웠습니다.
어찌됐든 잠을 자면 되겠거니 하는 마음에, 눈을 질끈 감고 잠을 자려 집중했습니다.
하지만 당연히 한껏 의식해서 잠에 들려하면, 오히려 잠이 안 오는 법이죠.
그래서 그저 아무 생각 없이, 귓가에 들려오는 선풍기 소리에만 귀를 기울이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도중, 갑자기 창 밖에서 아기 울음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아기가 자다 깼나 싶어, 나는 창 밖으로 시선을 돌렸습니다.
하지만 창 밖으로 보이는 집 중, 불이 켜진 집은 한 곳도 없었습니다.
이상하다 싶어 갸웃거리던 와중, 나는 깨닫고 말았습니다.
아기의 울음소리가, 창 밖에서 들려오는 게 아니라는 것을요.
뭐라고 말하면 좋을까요.
귓가라기보다는, 머릿 속에서 울음소리가 울려퍼지는 것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어찌됐든 내 속에서 울리는 소리였고, 나에게만 들리는 것 같았습니다.
심령현상 따위 겪어본 적 없던 나였지만, 이 상태가 왠지 위험하다는 직감이 들었습니다.
그도 그럴것이, 울음소리가 내 안에서 들리는 것이라는 걸 알아차린 순간부터, 내 발목에서 무게감이 느껴지기 시작했던 것입니다.
딱 아기 몸무게 정도의 무게였습니다.
그것을 알아차리자, 몸이 경직되면서 선풍기 소리마저 들리지 않게 되었습니다.
큰일났다는 생각 뿐이었습니다.
마치 가위에 눌린 것 마냥 몸이 굳어,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눈을 감는 것 뿐이었습니다.
나는 마음 속으로 그저 나무아미타불만 외며, 어떻게든 사라져 주기만을 바랐습니다.
그러는 사이 아기처럼 느껴지는 무게감은 서서히 얼굴을 향해 올라오고 있었습니다.
나는 똑바로 누워 있었기에, 발목에서 얼굴까지 일직선으로 올라오는 게 느껴졌습니다.
만약 얼굴까지 올라오면 어쩌나, 도대체 언제 끝나는 걸까 하는 생각으로 머릿 속은 혼란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어떻게든 나무아미타불만은 계속 외고 있었습니다.
그러자 아기의 무게감이 배 부분에서 딱 멈췄습니다.
아, 이제 사라지는걸까?
그렇게 생각하고, 조금 안정을 되찾을 무렵이었습니다.
퍽! 퍽! 퍽! 퍽!
그런 소리가 들려올 정도로, 배를 강하게 얻어맞기 시작했습니다.
당연히 아기가 낼 수 있는 수준의 힘이 아니었습니다.
전혀 배려 없이, 온 힘을 다해 배를 몇 번이고 때리는 감각이었습니다.
실제 물리적인 타격은 없지만, 아픔은 확실히 느껴졌습니다.
안정을 찾자마자 그런 상황이 오니, 나는 공포 때문에 혼란스러워 어쩔 줄을 몰랐습니다.
하지만 그러는 와중에도 배를 때리는 것은 계속 이어졌습니다.
잠시 뒤, 아기의 울음소리가 서서히 커지고 있다는 게 느껴졌습니다.
배를 때리는 힘에 비례해, 울음소리도 점점 커져 갑니다.
더 이상 어떻게 해야 할지, 도저히 판단히 서지 않았습니다.
그저 나는 머릿 속으로 [나는 아무 것도 못 해줘! 빨리 사라져!] 라고 몇 번이고 생각할 뿐이었습니다.
그게 얼마나 이어졌던 걸까요.
아기의 무게감, 울음소리, 그리고 배를 때리는 행위 자체가 한순간에 사라졌습니다.
당황스러워 멍하니 있자니, 선풍기 소리와 창 밖에서 풀벌레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꿈이라도 꾼 건가 싶어 뺨을 때리자, 아팠던 게 지금도 기억납니다.
나중에 친구에게 상담을 겸해, 이 이야기를 해줬던 적이 있습니다.
그러자 친구는 진지한 얼굴로, [혹시 가족 중에 누가 유산하거나 낙태한 적 있지 않아?] 라고 물어왔습니다.
솔직히 엄청 놀랐습니다.
가족말고 다른 사람에게는 한 번도 꺼내지 않은 이야기였지만, 우리 어머니와 언니가 모두 유산과 낙태를 경험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당연히 어머니도, 언니도 당시에는 몹시 슬퍼했다고 합니다만...
[어떻게 그걸 안 거야?]
[아니, 알았다고 해야 되나... 아마 그 때 태어나지 못한 아이였을거야.]
그 이야기를 듣자, 그 당시에 무서워했던 나 자신이 후회스러웠습니다.
분명히 태어나지 못한 아이가 가족을 찾아 왔던 것이겠지요.
그런 아이들을, 나는 제멋대로 무섭다고 느꼈던 것입니다.
[아마 외롭고 슬펐던 거겠지... 태어나지 못했던 게...]
[응... 그랬을거야...]
친구의 말에, 나는 그대로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하지만 곧이은 친구의 말에, 나는 온몸에 소름이 끼치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너한테 대신 낳아달라고... 안에 들어가고 싶다고 배를 찢으려 했던거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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