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왜소증 장애인 입니다.
백설공주와 일곱 난쟁이의 그 난쟁이죠.
저 스스로 제 자존감을 낮추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그렇게 불러요.
어릴 때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밖을 돌아 다니다보면 사람들이 수근수근,
또는 아직 어린 아이들이 '난쟁이다!!큭큭" 놀리기도 해요.
저는 유전적인 요인으로 날 때부터 그랬습니다.
아기 때 약했던 것 말고는 딱히 병치레도 하지 않았고
부모님의 선택으로 일반 학교들을 쭉 거쳐 왔습니다.
다행히 왕따 같은 건 당해보지 않았고 친구들도 두루두루 잘 지내고
같이 울고 웃어 줄... 다른이에게 저를 목숨 같은 친구라고 소개해주는 베스트 프렌드도 두 명 있네요.
그렇게 학교를 졸업하고, 번듯한 직장에서 사회생활도 아주 잘해왔습니다.
헌데, 2010년 겨울 너무 심한 근육통으로 서울대 병원을 찾아가니
목 척추 신경이 끊어졌단 판정을 받았어요.
오래 앉거나 10분이라도 걸으려 하면 통증이 매우 심해 퇴사를 결정하고
지금은 집에서 잠깐 잠깐 집안일 하며 누워 지내요.
와식 생활이 사람을 얼마나 피폐하게 만드는지 모릅니다.
더이상 사회생활을 할 수 없고 그 흔한 산책도 10분 이상 못하니
상실감과 좌절감에 처음 몇 개월은 내내 죽음만 생각하며 지냈지만
이런 저를 여전히 아껴주고 모든 걸 받아주는 신랑 덕분에 지금은 많이 나아졌습니다.
틈틈히 집안일 하고, 책을 읽거나 영화를 보고, 예능 프로를 보고
자주 찾아 와주는 친구들도 있어 하루 하루가 괴롭지는 않네요.
다만, 저희 어머니도 저와 같은 장애인데 나이가 드시니 하나 둘... 같은 연령의 어르신들에 비해
망가지는 곳들이 여러 곳이네요. 정도도 심하구요.
어머니도 무척 걱정됨은 물론이고 저 역시 나이가 들면 그렇게 될텐데
나이든 신랑이 저를 위해 얼마나 많은 희생을 하게 될지 생각하면... 너무 마음이 아픕니다.
어린 성장 과정도 힘들었는데, 평범은 진작 포기하고 내가 누릴 수 있는 한에서만 욕심을 부렸었는데
지금은 그 좋아하던 여행도 넘 볼 수가 없고
정갈하게 늙어 갔으면 좋겠다고 입버릇처럼 친구들에게 이야기 했던 것도 어려울 것 같네요.
슬프고 괴로운 것은 변함이 없으나, 그래도 지금까지 의연하게 살아온 것처럼 앞으로도
일상의 소소한 행복, 또 사랑하는 남편에게 고마워하고 사랑을 베풀며 그렇게 살 거에요.
그리고 여러분, 오유 분들은 워낙 성향도 확실하고 시민의식도 높은 분들이니 거의 안계시겠지만
지나치다 장애인을 본다면 그 분을 향한 시선은 너무 오래 머물지 마세요.
혼자인 장애인은 숱하게 그래왔던 것처럼 안보이는 척, 자신을 놀리는 소리가 안들리는 척, 갈길을 가시겠지만
지인과 함께 있으면 본인은 괜찮지만 지인들에게 민망해지고 친하지 않은 지인이라면 적게나마 수치심을 느껴요.
가족이라도 민망할 지경이거든요.
나와 함께하는 내 소중한 사람들의 일상에 지장을 준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말로는 "어린 아이니까 신기해서 보는거야, 괜찮아. ^^", "에이~ 난 괜찮아. 그럴 수도 있지. ^^"라고 해도
마음 속으로는 윗 문장들처럼 그런 감정들을 느껴요. 또 한 번, 그래 난 다른 사람과는 다르지-라고 상기하게 되구요.
부탁드립니다. ^^
여기 이렇게 글을 쓰고나니 기분이 좀 나아지면서도 오유 분들께 민망해지네요. ^^; 읽어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어떻게 마무리를 해야 할까요...
익명이라 남편이나 저의 인증샷 같은 것들은 올릴 수가 없으니 자식 같은 고양이들 사진 올려두고 갈께요.
오유 분들 모두 SK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