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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그거 쩐다. 뭐 가상 트랙 그런 건가?”
내가 1km 지날 때쯤 내 친구가 그렇게 말했어.
난 “어, 이거 꽤... 멋있지.” 라고 중얼거리고.
그런데 내 친구가
“야, 나 저 숲 알아. 저거 Skadarsko Jezero 가는 길이잖아.”
라고 말하는 거야.
“뭐?”
“그래, 나 저기 본 적 있어.
여기서 한 세 시간 거리야.
이 숲을 트랙으로 넣다니 완전 쩐다.
난 이런 비디오들은 다 미국 같은 데서 만든다고 생각했거든.”
내가 걔한테 그 숲에 대해서 더 물어보려고 했는데
화면을 보니 마침 5km 표시를 지나고 있는 거야.
그 때부터 척추까지 소름이 쫙 끼쳤어.
난 “제발, 오늘만은 아니길.” 이라고 생각하면서 뛰었어.
6km. 아무 것도 없음.
7km. 아무 것도 없음.
난 무사했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이 기쁘고 그래서
갑자기 내 실력을 자랑하고 싶어졌어.
그래서 속도를 높였어.
비디오도 같이 빨라졌어.
코스 도착점이 멀찍이 보이기 시작했고
이때쯤 나는 최선을 다해 뛰고 있었어.
그런데, 시발 그런데 말야,
도착점에 도달하기 직전에
내 30미터 정도 앞에
난데없이 검은 옷 입은 그 여자가 길을 건너기 시작하는 거야.
난 엄청난 속도로 그 여자한테 다가가고 있었어.
갑자기 긴급정지 버튼을 누르면 또라이처럼 보이는 상황이었지.
여자는 이제 길 중간에 도착했고
나를 향해서 방향을 틀었어.
난 뭔 일이 일어나든지 그냥 통과해버리자, 라고 생각했어.
그 여자는 그냥 거기 서 있었어.
그런데 뭔가를 들고 있더라고.
여자를 지나치기 바로 전인데다가
여자가 뭘 들고 있는지 알아 볼 수가 없어서
얼굴을 스크린 가까이 들이댔어.
그제야 여자가 그 물건을 들어 올리더라고.
난 그걸 알아 볼 수가 있었어.
난 그걸 언제 어디서든 알아볼 수 있었을 거야.
우리가 07년도에 세르비아에서 있었던 레드핫칠리페퍼스 콘서트 간 거 기억나지?
한 시간 만에 땀에 완전 흠뻑 젖었던 공연 있잖아.
그 때 우리가 샀던 쓸데없이 비싼 공연 투어 티셔츠 알지?
그래, 그거.
나 그거 아직도 갖고 있거든.
스크린 속에서 그 여자가 오른손에 그 셔츠를 들고 있었어.
우연일까?
우연이라고 믿고 싶었어. 진짜로.
그런데 카메라가 그 여자를 스치는 순간
그 셔츠를 좀 더 자세히 봤는데
내 옷이랑 똑같이 셔츠 오른쪽 소매가 없었어!
(없어진 걸 설명하자면 긴 이야기야)
내 말은, 그렇게 심한 우연은 불가능하잖아, 그렇지?
달리기를 마치고 나니
아드레날린이 온 몸에서 솟아나는 기분이었어.
그 후엔 아무렇지 않은 척 친구랑 놀았지만
실제로는 집에 가고 싶어서 죽을 뻔 했어.
집에 도착하자마자, 난 내 방에 뛰어 들어가서
옷장에 있는 서랍이란 서랍은 다 뒤졌어.
그런데 어땠는지 알아?
그 셔츠가 없어진 거야.
난 내가 그걸 갖고 있단 걸 확실히 알아.
한 5일 전에 그걸 입었거든.
이 이야기를 부모님께 했더니
날 막 비웃고는 약 빨았냐면서 그러더라고.
친구 한 두 명 정도한테도 이 얘기를 했는데
전부 내가 장난친다고 생각했어.
그리고, 어제 밤에, 상황이 더 끔찍해졌어.
그러니까 내 인생이 시발 완전히 변해버렸다고.
어제 저녁 먹기 전에 잠깐 담배 피려고
발코니에 서 있었거든.
니가 기억할지 모르겠지만
난 니가 자주 왔었던 그 건물 8층에 아직도 살고 있어.
어쨌든, 내가 거기 서서 거리를 보면서 있는데,
그 거리에 불빛이 얼마나 개같이 희미한지 알지?
그런데 뭔가가 보였어.
어떤 실루엣이 서서 올려다보는 것 같았어.
난 그게 뭔지 몰랐지만
이미 편집증이 생겨서 모든 게 의심스럽게 보였어.
그리고 실제로 뭔가가 정상이 아니었어.
그냥 그런 느낌이 들었어.
남자인지 여자인지 모를 사람이 나를 올려다보고 있었어.
진짜야. 장담할 수 있어.
난 내려가 보기로 결정했어.
그래, 솔직히 인정할게. 진짜 무서웠어.
그렇지만 난 그게 누구인지,
아니면 무엇인지 꼭 알아야 겠다고 생각했어.
언제나처럼 우리 아파트 엘리베이터는 작동을 안 했고
나는 걸어 내려가야 했지.
내가 거리로 나갔을 때, 거긴 아무도 없었어.
그런데... 그런데
근처 나무의 가지에 내 셔츠가 걸려 있는 거야.
레드핫칠리페퍼스 셔츠 말이야.
난 그걸 끄집어 내린 후에
주변을 살펴봤지만 아무도 없었어.
그 여자는 사라지고 없었어.
난 분명 그게 그 여자일 거라고 생각했어.
어떻게 그게 가능할 수가 있지?
내가 하는 말을 믿기 힘들겠지만
아무도 날 믿어주는 사람이 없어서
지금 너한테 말하고 있는 거야.
모르겠어,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
내 생각에... 내 생각에 그 숲길을 직접 가 봐야할 것 같아.
내가 생각할 수 있는 건 그게 전부야.
넌 이걸 대체 어떻게 생각해?
그나저나 책 쓰는 수준으로 메일을 길게 써서 미안해.
하지만 이건 내 인생이 달린 문제야.
이걸 말할 만한 다른 사람을 떠올릴 수가 없었어.
Zek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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