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몇 주간 최대한 객관적으로 현상을 바라보려고 노력했으나, 글 읽다보니 답답해서 한 마디 안할수가 없더군요.
저는 정치인이란 저를 대신해서 정부에서 일할 일꾼을 뽑는것이며, 좋은 정치인이란 제가 사회에서 살아갈 때 불편한 일이 줄도록 좋은 인프라를 구성해주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지지할 정치인을 고를 때 어떤 공약을 내세웠는지, 공약에 대한 실천 가능성, 의지, 주변 인물들을 보는건 당연합니다. 마트에서 냉장고 같은 가전제품을 살 때에도 그렇지 않나요? 한 번 사면 10년 20년 쓸 물건이니 사이즈, 기능, 소음 발생, 전기효율 등을 따지는 것처럼요.
그런데 요 며칠 요유를 보자면 정치인을 가전제품이 아니라 메시아처럼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는것 같습니다. 마치 이 분이 당선되면 모든걸 다 해결해주고 내 삶이 행복해질거야! 라는 마음가짐으로요. 네 사실 그런 생각까지는 할 수 있습니다. 모름지기 어떤 정치인을 지지할 때엔 그 정치인에 대한 기대감을 가지기 마련이니까요. 하지만 그 생각을 타인에게 강요하는 순간, 그건 더이상 정치행위가 아니라 선교 활동에 불과합니다.
제가 왜 정치인을 메시아처럼 생각한다. 라는 비유를 들었는지 간단한 예로 설명드리겠습니다. 종교 활동을 예로 들면, 종교를 믿는 분들 중 보통 신자들은 종교를 자신의 지친 심신을 안정시키고, 같은 종교를 믿는 사람들 끼리의 관계 형성에서 오는 긍정적 효과를 받아가며 살아갑니다. 이는 종교 활동의 긍정적 모습이며, 이를 비판할 이유가 없습니다. 어떤 종교인들 중에서는 종교에 너무 심취해서 생활의 중심이 종교에 맞추어져 있고, 믿음의 강도가 심하여 타인들이 보기에 걱정스러울 정도입니다. 이를 보통 광신도라고 하지요. 이는 보기에는 과하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이 또한 종교의 자유가 주어진 국가에서는 개인의 선택의 차이일 뿐 비판할 이유는 없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광적인 믿음을 타인에게 강요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타인에게 이렇게 광적인 믿음을 강요하는 순간, 바로 비판의 대상이 되는 것입니다.
정치인들을 종교에 비유하는건 사실 제 가치관에는 전혀 동떨어진 이야기이지만, 사회에서 관찰할 수 있는 몇몇 분들의 모습에서는 정치인에 대한 합리적 지지가 아닌 광적인 맹신을 발견할 수 있었고, 이는 자연스럽게 종교를 떠올리게 하였습니다. 사실 현대사회는 4차산업혁명이니, AI니 하면서 미래의 불확실성이 과거 어느 시점보다도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는 시대이긴 합니다. 불확실한 미래일수록 안전자산이 없는 사람은 불안하기 마련이고, 안타깝게도 안전자산을 충분히 보유한 사람은 그리 많지 않지요. 따라서 이렇게 앞이 막막하고 불확실할 때일수록 누군가가 앞장서서 자신을 이끌어 주기를 바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정치인은 초인이 아닙니다. 그들도 사람입니다. 좋은 정치인을 뽑는건 당연히 중요하지만, 이분 아니면 안되! 라던지 이분이 되면 유토피아가 올거야! 라는 마음가짐은 공감이 되지 않습니다. 물론 대부분의 시민들은 저런 생각을 가지시진 않겠지만, 일부 사람들 중에 이런 과격한 사람들이 보이며, 과거의 역사에 비추어 볼 때, 일부가 전체의 이미지를 잠식하는 것 또한 비일비재 했기에 경각심에서 드리는 말씀입니다.
다시 말하지만 정치인은 냉장고입니다. 우리가 친구들과 쇼핑하러 갔을 때, 친구가 '난 삼성 냉장고가 마음에 드는데?' 라는 말에 '삼성도 좋지만, 난 LG 냉장고가 더 괜찮아보여, 봐봐 용량도 더 많고 야채칸도 더 크거든, 난 야채를 좋아한단 말이야.' 라고 말해야지, '뭐? 삼성? 이 쓰레기를 봤나. 머리에 뭐가 들었는데 삼성껄 좋다고 말하냐?' 라고 말해서는 안된다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