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내 방은 2층에 있었다.
그 방의 창문을 열면 보이는 건넛 집 방의 주인은 당시 여중생이었던 이웃 누나였다.
어느 날 살짝 열려진 창문새로 누나의 옷 갈아입는 모습을 지켜본 순간부터 내겐 관음증이 생겼다.
몰래 보기, 엿보기, 이 습관은 차차 자라면서 남녀공학 학교를 다니고, 대학을 다니고, 직장을 구한
지금까지도 이어졌다. 조용하지만 착실하게 자기 할 일을 하는 아이, 그것이 나에 대한 모두의 평가였다.
하지만 내겐 훔쳐보기라는 악취미가 있었고.. 나는 그 취미 탓에 카메라를 공부하기 위해 공대에 들어갔다.
도청 장치와 CCTV를 동시에 연구하고 개발하는 회사에 취직까지 하게 된 나는 겉보기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 평범한 연구원이지만,
그 이면에는 훔쳐보는 성적 취향을 만족시키기 위해 평생을 바쳐온
보기 드문 변태가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좋아하는 여자는 있었지만 선뜻 말을 걸어볼 용기는 없었다.
그러면서 그녀가 주로 다니는 화장실의
주로 가는 칸까지 조사하고
그 변기에 카메라를 달 용기는 어디에서 나왔을까, 이건 내가 생각해도 미스테리다.
그런 계기로 대학생 시절부터 시작한 '몰카' 취미는 직장을 잡고나서도 이어졌다.
바로 오늘, 내가 사모하는 그녀와 내가 단둘만이 근무하게
된
날이다.
그녀의 부끄러운 모습을 몰래 관찰할 생각에 벌써부터 기쁨을 감출 수가 없다.
하지만 눈치없게도 오랜만에
휴일을 맞이한
대학 동창이 쉬는 날인데 집구석은 안 들여다보고 놀러와서는
내 옆에 찰싹 붙어있는 통에 컴퓨터에 접속된 실시간 영상을 모니터링할 수가 없다.
다행히 그녀는 우리에게 커피 한 잔씩을 권하곤 자기 책상에 앉아 무심한 표정으로
자기 할 일이나 하고 있는 모양이라 아직까지 영상을 봐야 할 이유는 없지만..
늘 같은 화장실, 같은 변기에 앉는다는 걸 파악하고 현장에 몰래카메라를 설치해둔 지금
그녀가 화장실에 가는 순간을 포착하지 못 한다면 이런 기회는 잘 오지 않을 것이다.
우리 회사는 몰래카메라를 찾아서 제거하는 사업도 하고 있기에 자칫하다간 사내에서 적발되는
끔찍한 꼴을 당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옆에서 쓸데없이 자기 영화 촬영 이야기나 영웅담처럼 늘어놓는 동창 녀석,
같은 공대를 다녔건만.. 하여간 쓸모없긴.
영화 촬영이래봤자 주연도 아니고 이 놈은 그저 스턴트맨에 불과하다.
이리 뛰고, 저리 뛰고, 매달리고, 버티고, 이런 개고생을 하면서까지 얻는게 뭐람?
이 놈의 무용담 들어주기도 이젠 짜증이 난다. 지금 중요한 상황이란 말야..
" 저.. 잠시 자리 좀 비우겠습니다. "
" 아, 그래요.. "
그녀가 양해를 구하며 일어선다,
그와 동시에 마음이 급해진 내가 '먹을 거라도 사와' 하는 핑계를 대며 친구를 내보내려는데,
친구 놈도 갑자기 입을 다문다.
" 뭐야? 얘기하다 말고. "
" 어? 아냐. 얘기 다 했다. 너무 떠들었나? 배가 고프네. 뭐 사올까? "
나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 어어, 뭐 별거없이 박카스나 한 병.. "
" 그래. 다녀올게. "
자리를 정리하고 통로로 나서는 그녀의 뒤로 친구 놈이 천천히 따라서 사라지는 모습을 확인한 나는
그녀가 혹시 먼저 앉을새라 마우스를 급하게 두들기며 컴퓨터에 연결된 실시간 영상을 띄웠다.
문이 열리고, 그녀가 들어와 앉는다.
아름답다, 주위를 꼼꼼히 살피며 위생 상태며 휴지며 살피는 그녀의 성격이 보인다.
곧이어 변기에 앉고 그녀가 치마를 내린..
어라? 왠 사람 얼굴 같은게 윗칸에 보였는데..
그녀는 아무런 눈치도 못 챈 것 같다.
......
젠장! 저거 뭐야! , 저거 뭐냐고!!
몰래카메라가 좋아서 영상장비 연구원이 되었다는 내 이야기를 기억한다면
혹시 내 대학 동창 놈의 직업을 기억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
내 대학 동창은 스턴트맨이다..
내가 바라보는 화면에는 지금 두 사람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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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하지?
어떻게 해야 하냐고..!
누가 좀.. 도와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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