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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wedlock_7207
    작성자 : 요레요레요
    추천 : 62
    조회수 : 4507
    IP : 121.162.***.83
    댓글 : 63개
    등록시간 : 2017/02/26 19:42:38
    http://todayhumor.com/?wedlock_7207 모바일
    아내는 지네다.
    아내는 옷보다 신발이 더 많다.

    한 번 신어보지도 않은 구두가 더 많다.
    배우들이 시상식에서나 신는 그런 구두들이 1년에 한 켤레씩은 꼭 생긴다.

    아내의 오빠, 나의 형님이 의대에 진학하시고
    각종 금붙이에 장모님 결혼반지, 장인어른께서 남기신 약간의 유산이 모두 소비되고
    아내마저 대학에 합격하자 장모님께서는 집을 팔기로 마음 먹으셨고

    집만은 지켜야한다고 생각했던 와이프는 월화수목금토일. 각종 과외와 편의점 알바, 감자탕집 서빙이나 설거지를
    공부하는 시간빼고 모조리 섭렵했다고 한다.

    서래마을에서 과외가 끝나고, 학부모님께서 사당역까지 데려다주시면 사당역에서 군포까지를 걸어다녔다고.

    그렇게 한 달 알바비를 모으면 그저 말없이 식탁에 툭 올려놓고 학교를 갔다고한다.
    다른 건 몰라도 오빠 책은 사서 봤으면 좋겠다는 무심한 말과 함께.

    어느 날, 동기들과 술 한 잔을 하고 비틀거리며 들어온 형님께 장모님은
    '정신있을때 니 동생 구두 좀 보고 자라.' 한 말씀만 남기셨는데
    신발장에 아내의 신발이라고는 검은색 단화 한 켤레와 고등학교때 신던 운동화뿐이었다고.

    검은 단화는 밑창이 닳다 못해 뚫려서 발바닥이 보일 정도였고
    운동화는 몇 번을 접착제와 테이프로 붙여놨는지 너덜너덜해진 상태.

    형님께서는 그 낡은 신발을 붙잡고 밤새 우셨다고 했다.
    장모님께서도 아내 구두를 닦아주려하시다 발견하시고 엄청 우셨더라고......
    정작, 다음날 아내는 오글거린다며 자리를 피했다고하지만.

    취직하기 전까지 아내는 자기 돈으로 옷이란 걸 사 본적이 없었다고 했다.
    엄마 친구의 딸이 입다 내 놓은 옷을 물려입었다고.
    그래도 깨끗하게, 허리는 늘 곧게, 웃고 다니자. 20대는 그거면 됐다 그렇게 다짐했다고.

    그 영향때문인지 아내는 외모에 비해 패션센스가 없는 편이지만, 늘 관심이 많다.
    잡지책을 볼 때 마다 '이런게 유행인가? 난 잘 모르겠어' 라며 의기소침하게 피식거리기도 하고
    가끔씩 지나가는 대학생들의 화사한 옷들을 보며 그립게 웃곤 한다.

    남자 둘이서 술 한 잔을 하면 형님께서는 늘 우시곤 한다.
    자신의 졸업장은 누이의 20대를 찢어 발겨 만든것이라고...
    전공을 선택할때도 아내는 그저 무심히 '돈 많이 벌 생각이었으면 삼성을 가야지 의대를 왜 갔냐며'
    약간의 기대를 거셨던 장모님께 타박아닌 타박을 했고 그 덕분에 가고자 하는 길을 편하게 가셨다고 한다.

    그래서 형님과 아주머니 내외는 매년 졸업식 시즌이 되면 구두를 사신다.
    작년에는 아내가 정도껏하라며 약간 성을 냈는데, 형님께서는 너 죽을때 같이 묻어줄거라며 걱정말라고 하셨다.
    투덜대면서도 아내는 바람 좋은 날에는 구두들 환기도 시켜주고 들여다보는 재미가 있어한다.

    때론, 아내를 20대 초에 만났으면...하고 생각한다.
    삼각김밥을 2개 먹어도 될까 고민할때, 패밀리 레스토랑도 데려가고
    아르바이트를 마치면 집에도 데려다주고
    철마다 싸구려라도 유행하는 옷들을 한 벌 씩 사 입혀줬더라면...

    10만원짜리 봄코트를 살까 말까 정확히 5일째 고민하는 아내를 보니 형님의 속상하셨던 마음이 와 닿는다.
    이젠 돈이 없는 것도 아닌데, 저런 것으로 고민을 하다 사지않는 것을 보니 속이 상한다.
    샀으면 좋겠는데 어찌 될지......




    요레요레요의 꼬릿말입니다
    봄 코트 10만원은 벌벌 떨면서

    소고기 10만원은 안 먹는다고 해도 딸이랑 둘이서 척척 사오는 것 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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