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매달고 운전" 누명… SNS 집중공격 받은 車주인 인터뷰
25일 오후 4시 경기도 인근의 한적한 길을 한참 들어가니, '악마 에쿠스 소동'의 당사자인 오모(45)씨의 사무실이 나왔다. 주차장에 문제의 에쿠스가 서 있었다. XX조 XXXX. 바깥에 세워진 차는 억수 같은 비를 그대로 맞고 있었다.
지난 21일 오씨의 에쿠스 차량 트렁크에 비글 종(種) 개가 죽은 채 끌려가는 사진이 인터넷에 올라오면서 네티즌들은 엄청난 비난을 쏟아냈다. 지난 24일 경찰은 "조사 결과, 트렁크에 둔 개가 틈 사이로 빠져나온 것으로 오씨에게 고의성이 없다"고 밝혔지만, 인터넷 공간에서 그는 25일 오후까지 여전히 '유죄'로 남아 있었다. 오씨는 중소 제조업체를 운영하고 있다.
오씨는 담배부터 피웠다. 재떨이가 그득했다. 피부가 거칠었고, 곱슬머리는 마구 헝클어져 있었다. 트위터를 아느냐고 묻자 오씨는 "그게 뭐예요"라고 반문했다. 컴맹이라 인터넷에 글도 못 올린다 했다. 하지만 자신이 '악마'로 불리는 사실만은 분명히 알았다. 경찰 조사를 받는 동안 알게 됐다는 것이다. 그는 "모르는 사이에 나는 악마가 되어 있었다"면서 "내 평생 컴퓨터(인터넷을 지칭)만큼, 두렵고 무서운 게 없었다"고 말했다.
―지난 며칠 어떻게 지냈나?
"(인터넷에 뜬 글은 몰랐지만 개가 처참하게 죽은 걸 봤기 때문에) 제대로 잠을 잔 적이 없다. 밤마다 술을 마신다. 무참한 장면이 자꾸 떠오르니까. 일은 손에 잡히지도 않는다. 제발, 제발 이 순간이 지났으면 하는 마음뿐이다."
―사건 당일 무슨 일이 있었나?
"아는 사람에게 20㎏쯤 되는 비글 종을 하나 받았다. 잘 짖는 개인데, 나만 보면 안 짖는 거다. 다들 '벌써 주인 알아본다'고 했다. 귀여웠다. 개가 변을 밟은 터라 트렁크에 넣어두고 노끈으로 고정해서 집으로 왔다. 서울 한남대교 부근이었다. 웬 승합차가 '빵빵' 하기에 뒤를 보니 '아이고' 싶었다(죽은 모습이 너무 처참했다는 뜻). 새벽에 무덤을 만들어줬다. 아저씨가 미안하다고, 좋은 데 가라고 묵념했다."
―사진이 인터넷에 떠 당신은 엄청난 비난을 받았다.
"난 몰랐다. 인터넷은 할 줄도 모르고 휴대전화도 전화만 되는 옛날 거다(오씨는 휴대폰도 구형(2G)이고, 번호도 011로 시작했다). 24일 서초경찰서에서 조사를 받으면서 처음으로 내가 '악마 에쿠스'라는 것을 알았다."
―악마라고 불린 심경은?
"악마라고 하면 누가 좋겠는가. 어차피 내 불찰이니까. 그런데 너무 무섭다. 컴퓨터가 이렇게 무서운 줄 몰랐다. 45년을 살면서 이렇게 무서운 걸 본 적이 없다. 사람이라도 죽였으면 이런 기분일까 싶고, 들킬까 봐 하루하루가 무섭고 초조하다. 아내와 딸이 알게 될까 봐 걱정이다."
―인터넷에는 아직도 '악마'를 재조사하라, 경찰이 외압을 받았다는 등의 주장이 나오고 있다.
"내가 너무나 큰 죄(어쨌든 개를 죽게 했다는 자책)를 지은 것 같았는데, 경찰에서 죄가 없다고 하니까 맨 먼저 '이제 끝나나?' 싶었다. 그런데 (인터넷에서) 계속 되니까 괴로워서 죽고 싶다. 숨이 콱 막혀서 답답하고. 누가 조르는 것 같다. (네티즌을 향해) 확인해보고 올려야 하는 거 아닌가. 확인 안 하고 그러면 안 되지. 나는 2번이나 악마가 된 셈이다. 내 마음 몰라주니까 미칠 지경이다. 아무리 내가 인간말종이라도 그렇게 했겠는가?"
―경찰 조사 이후, (악마 에쿠스를 비판한) 가수 이효리 측에 전화해 '소송하겠다'고 했나?
"나는 소속사에 전화할 줄도 모르고. 제발, 제발 이 순간이 끝났으면 좋겠는데 그렇게 했겠는가? 그런데 오늘 오후 경찰 통해서 효리씨 전화가 왔는데 대뜸 '오○○씨 아니에요?'라고 묻기에, '오△△'라고 대답했다. 어떤 양반이 자기 이름이 그렇다고 하면서 소송한다고 전화를 걸어왔다는 거다. 오해 풀었다. 내가 이효리를 얼마나 좋아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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