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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lovestory_71749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10
    조회수 : 1086
    IP : 221.155.***.186
    댓글 : 2개
    등록시간 : 2015/02/01 12:31:22
    http://todayhumor.com/?lovestory_71749 모바일
    [BGM] 사랑의 시 - 여든 일곱 번째 이야기


    1.gif

    김종, 사랑한다고 말하지 않아도



    사랑한다고 말하지 않아도
    이미 너의 눈이 사랑한다고 말하고 있다
    사랑한다고 말하지 않아도
    이미 너의 마음이 사랑한다고 말하고 있다

    사랑은 말로써 오는 것이 아니라
    눈빛으로 다가오고
    따스한 마음으로 다가오는 것
    사랑은 정녕 말이 필요 없는 것

    하루종일 말없이 바라보기만 해도
    따듯이 흐르는 물 같은 정이 있고
    정갈하게 넘치는 기쁨이 있다

    그냥 바라보기만 해도 가슴 설레고
    그냥 가만 있어도 즐겁기만 한데
    사랑한다고 말하지 않아도
    이미 너는 말보다 더 크게 말하고 있다
    온몸으로 온몸으로 말하고 있다






    2.gif

    이정하, 사랑할 수 없음은



    너는 눈부시지만 나는 눈물겹다
    사랑할 수 없음은
    사랑받을 수 없습니다
    사랑할 수도 없습니다
    사랑받지 못함은
    견딜만한 아픔입니다
    그러나
    사랑할 수 없음은
    너무 아파 느낄 수도 없는 고통입니다






    3.gif

    김용택, 세상의 비밀들을 알았어요


    닫힌 내마음의 돌문을 열며
    꽃바람 해바람으로 오신 당신
    당신으로 하여
    별이 왜 반짝이는지
    꽃이 왜 꽃으로 피어나는지
    세상에 가득한 그런 가만가만한
    비밀들을 알게 되었어요

    아, 내 가는 길목마다
    훤하게 깔린 당신
    돌부리 끝에 걸려 넘어져도
    거기 언뜻 발끝이 아프게 부서지는 당신
    이 초겨울 빗줄기 속에서도
    들국같은 당신의 얼굴이
    하얗게, 하얗게 줄지어 달려옵니다

    이 길에 천둥 번개 칠까 두려워요






    4.gif

    정호승, 내가 사랑하는 사람



    나는 그늘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그늘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한 그루 나무의 그늘이 된 사람을 사랑한다
    햇빛도 그늘이 있어야 맑고 눈이 부시다
    나무 그늘에 앉아
    나뭇잎 사이로 반짝이는 햇살을 바라보면
    세상은 그 얼마나 아름다운가


    나는 눈물이 없는 사랑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눈물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한 방울 눈물이 된 사람을 사랑한다
    기쁨도 눈물이 없으면 기쁨이 아니다
    사랑도 눈물 없는 사랑이 어디 있는가
    나무 그늘에 앉아
    다른 사람의 눈물을 닦아주는 사람의 모습은
    그 얼마나 고요한 아름다움인가






    5.gif

    황지우, 늙어가는 아내에게



    내가 말했잖아
    정말, 정말, 사랑하는, 사랑하는, 사람들,
    사랑하는 사람들은
    너, 나 사랑해?
    묻질 않어
    그냥, 그래
    그냥 살아
    그냥 서로를 사는 게야
    말하지 않고, 확인하려 하지 않고
    그냥 그대 눈에 낀 눈꼽을 훔치거나
    그대 옷깃의 솔밥이 뜯어주고 싶게 유난히 커보이는 게야
    생각나?

    지금으로부터 14년 전 늦가을
    낡은 목조 적산 가옥이 많던 농네의 어둑어둑한 기슭
    높은 축대가 있었고, 흐린 가로등이 있었고
    그 너머 잎 내리는 잡목 숲이 있었고
    그대의 집, 대문 앞에선
    이 세상에서 가장 쓸쓸한 바람이 불었고
    머리카락보다 더 가벼운 젊음을 만나고 들어가는 그대는
    내 어깨 위의 비듬을 털어주었지
    그런거야, 서로를 오래오래 그냥, 보게 하는 거
    그리고 내가 많이 아프던 날
    그대가 와서, 참으로 하기 힘든, 그러나 속에서는
    몇 날 밤을 잠 못 자고 단련시켰던 뜨거운 말
    "저도 형과 같이 그 병에 걸리고 싶어요."

    그대의 그 말은 에탐부톨과 스트렙토마이신을 한 알 한 알
    들어내고 적갈색의 빈 병을 환하게 했었지
    아, 그곳은 비어 있는 만큼 그대의 마음이었지
    너무나 벅차 그 말을 사용할 수 조차 없게 하는 그 사랑은
    아픔을 낫게 하기보다는, 정신없이
    아픔을 함께 앓고 싶어하는 것임을
    한밤, 약병을 쥐고 울어버린 나는 알았지
    그래서, 그래서, 내가 살아나야 할 이유가 된 그대는 차츰
    내가 살아갈 미래와 교대되었고

    이제는 세월이라고 불러도 될 기간을 우리는 함께 통과했다
    살았다는 말이 온갖 경력의 주름을 늘리는 일이듯
    세월은 넥타이를 여며주는 그대 손끝에 역력하다
    이제 내가 할 일은 아침 머리맡에 떨어진 그대 머리카락을
    침묻은 손으로 짚어내는 일이 아니라
    그대와 더불어, 최선을 다해 늙는 일이리라
    우리가 그렇게 잘 늙은 다음
    힘없는 소리로, 임자, 우리 괜찮았지?
    라고 말할 수 있을 때, 그때나 가서
    그대를 사랑한다는 말은 그때나 가서
    할 수 있는 말일 거야







    통통볼의 꼬릿말입니다
    kYOH2dJ.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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