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가을에 일어난 일이에요. 저는 아직 학생이고 학교주변에서 혼자 자취를 하고있는 여징어입니다.
제가 워낙 혼자 노는걸 좋아해서 영화도 자주 혼자보는 편인데 이 사건 이후로 밤에 늦게 끝나는 영화는 안보러 가게 되었고 혹여 밤에 늦게 방으로 돌아갈때 이어폰을 끼고다니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날은 너무나 보고싶었던 영화 관상을 보고 나오는 길이었습니다. 영화관은 자취방에서 걸어서 20분정도 되는 거리이고 시간은 늦어봤자 이제 밤 11시가 다 되어가고 있었습니다.
영화관에서 길을건너 노래를 들으며 방으로 돌아가는데 길에는 저와 뒤에 남자가 따라오는 남자가 다였습니다. 지나가는 길에 위치한 가게유리에 남자가 뒤에서 따라오는게 보였만 제가 사는 곳은 워낙에 자취생들이 많은곳이라 개의치 않고 갈길을 갔습니다.
그런데 왠지 불안하고 갑자기 촉이 안 좋다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11시라도 사람들이 지나다니는데 휑하고... 방에 가까워져가는데 남자는 계속 따라오고...
저는 이어폰은 낀 상태에서 노래는 끄고 이 사람이 따라오나 안 따라오나 보기위해 골몰을 들어가는 척하다가 골목에서 멈추고 담배를 폈습니다.
저를 따라오던 남자는 제가 골목에서 멈춰서니 그 골목을 통해 가는 것 처럼 보였는데 그 골목에서 다시 나와서 저를 힐끗 쳐다보고 다른길로 가더라고요. 그런데 안가고 제가 서있는 골목의 왼쪽 오른쪽 길을 왔다갔다 하면서 제 주변에서 계속 알짱거리는 겁니다.
저는 가슴이 철렁 내려 앉았고 너무 겁을 먹어서 친구에게 전화를 해서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그 남자가 알아듣지 못하는 마음으로 영어로 대화를 했고 친구는 데릴러 갈테니 근처 편의점에서 몸을 사리고 있으라고 말해서 제일 가까운 편의점으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그런데 그 남자가 편의점 안까지 따라 들어오는게 아니겠습니까ㅋㅋ 와...그때 생각하면 아직도 화가나네요. 진짜 온 몸이 떨리고 저는 계속 친구와 통화를 하며 편의점 안에서 친구를 기다렸습니다. 편의점 뒤쪽 스탠에 서서 밖을 내다보고있었고 창문으로 그 남자가 쳐다보는게 보여서 고개를 푹 숙인채 계속 친구와 통화를 했습니다.
남자는 살 게 있는 듯 두리번 거리다가 결국 아무것도 사지않고 나갔습니다. 저는 편의점 알바생에게 사정을 이야기하고 친구가 올 때 까지 기다렸습니다.
친구는 도착해서 제가 말한 인상착이의 남자가 주변에 있나 살핀 후에 저를 데리러 편의점 안으로 들어왔습니다. 친구를 보자마자 다리가 풀렸고 그날 저는 긴장을 풀기위해 친구와 맥주 한 잔을 한 뒤 방으로 돌아갔습니다.
그날 제가 멍청하게 아무 의심도 안하고 방으로 룰루랄라 향했다면 일어났을 일에 대해서 상상이 안되더라고요. 어떻게 사람의 탈을 쓰고 그런짓을 하려 했는지 참...
여담이지만 저는 왠지는 모르겠는데 이런일을 이 사건까지 포함해서 총 세번이 있었습니다. 왜 저에게만 이런 일이 자주 일어나는 건지 이해가 안되고 세 번째 사건 이후로는 늦은밤에는 거의 안 나가는 습관이 생겨버렸습니다.